스티브 잡스의 비서이자 멘티 기업가가 말하는 웰니스
구글, 애플, 나이키 등 빅테크 기업들에게 ‘마음’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라>의 저자 나즈 베히시티는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스티브 잡스의 비서이자 그의 멘티로서 사회 경력을 시작했다. 지금은 포춘 500대 기업에 리더십, 웰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구글 애플 등 테크 기업이 명상 등을 활용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낮추고, 몰입을 이끌어내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라>의 저자는, 고루한 철학 등은 배제하고 기업인들, 사회인들이 언제든 즉각 활용할 수 있는 마음챙김 방법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워라밸은 기만이다: 워라밸을 넘어 몰입으로
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는 ‘워라밸’ 열풍이 불어닥쳤다. 더 이상 노예처럼 회사 일만 하지 않겠다, 저녁은 나를 위한 시간이다, 라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정치권에서도 주52시간제를 도입하고, 기업들에서도 연차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시출퇴근이 ‘당연한 권리’처럼 인식되면서, 칼퇴근은 얌체가 아닌 정당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휴넷’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90%에 가까운 직장인들이 번아웃을 겪고 있다고 한다.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라>의 저자는 ‘워라밸’이라는 관점을 버리라 말한다. ‘일(Work)’과 ‘삶(Life)’을 대립되는 관계로 바라보지 말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단순히 여가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온전한 워라밸을 달성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직장 내에서 진심으로 일에 열정을 갖고,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애초에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을 사랑할 수 없다면, 삶을 사랑하기도 쉽지 않다.
개인을 위한 지침: 어디서든 잠깐 멈추어서 호흡하고 선택하기
문제는, 그게 그냥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쉽지도 않다. 개인의 차원에서, 그리고 기업의 차원에서 근로자가 일을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라>는 그 구체적인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우선,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마음챙김’이 필요하다. 마음챙김이라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어려운 명상요법 같은 것을 떠올리지만, 나즈 베헤시티가 제시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그는 ‘깨어 있기 위한 셀프 체크인’의 핵심 요소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일단, 그냥 잠깐 일상을 멈추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면 된다.
- 지금 호흡하고 있는가?
- 어떤 생각이 드는가?
-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무엇이 느껴지는가?
단지, 잠깐 멈추어서 현재를 가만히 응시하는 것이다. 가령, 회사에서 나도 모르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해보자. 무언가에 쫓기는 듯하고,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럴 때, 잠깐만이라도 사무실에서 벗어나 어느 구석진 계단의 복도에 가본다. 그리고 가만히 호흡을 해보면서, 내가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걸 느껴본다.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초조함인가? 왜인가? 상사에게 혼나는 게 무섭고 두렵기 때문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나를 스트레스받게 하는가? 그가 나에게 위해를 가할지도 몰라서? 그가 과연 나에게 폭행을 하거나, 아니면 이것을 계기로 해고할 수 있는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회사를 옮기면 되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가만히 생각해보고,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일을 하러 가는 것이다. 그런 마음챙김 습관은 내가 가질 필요 없는 감정, 가져야만 하는 마음, 가질 수 있는 열정 같은 것들을 알게 하고, 결국 나의 주도로 시간을 움켜쥐고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다. 우리가 가진 과장된 걱정을 떨치고, 내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나의 삶을 살게 된다.
잡스에게서 배운 지혜들: 항상 깨어있는 존재여야 한다
나즈 베헤시티는 스티브잡스의 비서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특히 스티브잡스가 일하는 방식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가 볼 때, 스티브잡스는 자기 마음의 경영자였다. 그는 건강과 웰빙, 마음을 챙기는 일을 중시했다. 그는 놀이하듯이 일했고 매일 가치 있는 무언가를 하길 원했다. 그는 매일 ‘깨어있고자’ 했고, 매일을 건강하게 경영하고자 했다. 그것이 곧 마음챙김에서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가 그에게 준 교훈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앞만 보면 흩어진 점을 연결할 수 없다. 뒤를 돌아봐야만 점을 연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점들이 미래에 어떻게든 연결되리라고 믿어야 한다. 직감, 운명, 인생, 카르마…, 무엇이든 붙잡고 믿어야 한다.” 마음챙김이란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방법인 것이다.
조직을 위한 지침: 회사 일과 중에 잠깐의 자유시간을 허용하기
이 책은 주로 개인적인 습관을 바꾸면서 삶을 주도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도 다양한 조언을 준다.
특히,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 직원들에게 자유시간을 줄 것을 권장한다. 이것은 새롭고 다양한 일을 통해 직원들이 시야와 창의력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다. 직원들을 이해하고, 탄력 근무제를 운영하고, 놀이와 휴식을 직원들에게 명확히 제공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일을 잡고 있다고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지 않는 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터다.
실제로 우리가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내 직장과 경영자의 노력, 나아가 사회 전체의 노력도 함께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개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경영하는 기술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주면서도, 회사 경영자나 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이들에게도 중요한 조언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떠오른다. 먼저 나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깨어 있고’, 그리하여 가족이나 이웃 등 나의 주변을 잘 가지런히 하면, 나아가 사회와 세상도 더 좋게 만들어갈 수 있다. 마음챙김은 ‘수신’에서 시작하여 사회와 세상 전체를 고려하며 함께 나아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