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작가들은 글을 쓰기 위해 청탁을 기다렸다. 사실상 작가가 자신의 글을 공개할 수 있는 곳 자체가 신문이나 잡지 지면 밖에 없었기 때문에, 때론 목숨 걸고 청탁을 '받아야만' 했다. 청탁을 받지 못하면 거의 작가로서의 인생은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그야말로 완벽하게 달라졌다. 청탁만 기다리며 그에 목매고 있는 작가야말로 사실상 소수가 되었다. 나만 하더라도, 10년도 더 전부터 블로그에 매일같이 글을 썼다. 그런 글쓰기는 습작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 [Read more...] about 새로운 시대의 작가는 ‘자신의 지면’을 창조해 나간다
“심심한 사과” 논란: 문제는 소통에서 ‘신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심심한 사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사태의 시작은 한 업체에서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에 네티즌들이 '뭐가 심심하냐'라고 반발하면서 일어났다. 당연히 '심심한 사과'가 지루한 사과라는 뜻일 리가 없다. 마음 깊이 사과한다는 뜻으로 사용된 어휘다. 이로 인해 대통령까지 '문해력'을 거론하고 나섰다는데, 개인적으로 이 사태의 핵심은 '어휘력' 보다는 '비난' 자체라고 느낀다. 기존에도 일련의 한자어를 놓고 이를 모르는 세대를 탓하는 일들은 있어 … [Read more...] about “심심한 사과” 논란: 문제는 소통에서 ‘신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삶의 순간마다 ‘진심’이 필요한 이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남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특히, 그 누군가의 인생이 통째로 걸릴 만한 일들을 많이 하게 되는 일이다. 일을 잘하면 바뀌는 건 남의 인생이고, 나의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진 않는다. 이를테면, 내가 축구를 잘하는 건 나의 일이고 잘하면 내가 빛나고 좋은 일이다. 내가 글을 잘 쓰는 것 역시 대개 나의 일인데, 그 일의 결과가 결국 나에게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호사의 일은 그렇진 않다. 물론, 변호사도 일을 잘하면 성공보수를 받는다든지 일 잘하기로 소문나서 … [Read more...] about 삶의 순간마다 ‘진심’이 필요한 이유
기후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더 극심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1. 인천의 경찰서에 수사관 접견을 가는 길이었는데, 도로에 널브러진 자동차들이 보였다. 도로 한 가운데 차가 그냥 세워져 있기도 하고, 양옆에는 버려지다시피 한 차들이 몇십 대는 있었다.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고, 지난밤 폭우의 영향이라는 것은 계속되고 있었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수해를 입은 자동차만 수천 대라고 한다. 개중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건 거의 만신창이로 버려져 있는 1톤 트럭들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한 전 재산에 가까울지 모를 트럭도 있을 것이다. 그런 … [Read more...] about 기후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더 극심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2030 사이에서 ‘태생에서 오는 좌절’이 퍼져나가는 이유
'태생에서 오는 좌절'이라는 게 점점 더 청년 세대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10여 년 전 등장했던 '수저' 담론은 금수저와 흙수저의 차이에 대한 자조를 드러냈다. 이후 수저가 단순히 재산이 아니라 총체적인 인격 형성과 문화 향유 능력을 결정한다는 '문화자본 수저론'도 꽤나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다. 최근에는 물려받지 않는 한 영원히 집을 살 수 없다는 절망감에 더해, 태생적인 외모에 대한 좌절감까지 퍼지고 있는 듯하다. 그 무엇도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 라는 자조는 … [Read more...] about 2030 사이에서 ‘태생에서 오는 좌절’이 퍼져나가는 이유
왜 누군가는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걸까?
최근 납품업체에 대한 발주처의 갑질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발주처의 인격 모독을 보면 참으로 씁쓸한 기분이 든다.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지시는 둘째치고, 인간이 인간을 '같은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가 너무 많이 묻어난다. 아무리 갑을 관계라지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회사와 직원과 가정의 운명이 어깨에 위에 놓인 상황에서는 비인간적인 모욕도 묵묵히 들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웬만하면 서로를 인격적으로 대했으면 좋겠는데, 누군가에게는 … [Read more...] about 왜 누군가는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걸까?
3살 아이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묻자 돌아온 말
늘 엄마와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고민하다가 "안아주는 거"라고 말했다. 나는 내심 '많이 좋아하는 거' 정도를 기대하고 있었기에, 아이의 말이 생경하게 들렸다. 아이에게 사랑은 아주 구체적인 무언가인 모양이다. 기분 좋고, 따스하고, 행복하고, 평안한 느낌을 주는 구체적인 행위 그 자체, 즉 안아줌이 곧 사랑인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롤랑 바르트를 떠올렸다. 그는 섹스가 아닌 껴안음이야말로 진정한 '충족'의 사건이라고 적는다. … [Read more...] about 3살 아이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묻자 돌아온 말
누군가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는 것
사회에서 유능한 사람이 된다는 건 기능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마케팅이나 영업을 잘하거나, 기획을 창의적으로 하거나, 기술이 좋거나 지식이 많으면 그는 '유능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사회 속에서 나름대로 자기를 펼치고자 한다면,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적어도 대체하기 어려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계속 실험해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 사회 속에서 자기의 자리 하나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 타인에게, 사랑이나 삶의 영역에서 … [Read more...] about 누군가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는 것
“저요?”라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 요즘 세대와 말할 때마다 "저요?"가 유달리 자주 들린다. 당연히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일단 "저요?"를 먼저 한다. 나도 가끔 전염되어서, 누군가가 나에게 사소한 걸 물어보면 "저요?"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이때 특징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 템포 쉬면서 말을 고른다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습관이자 유행일 수 있는데, 그 순간에서 짐작되는 게 있다. 이런 언어습관은 자신에게 질문이 오는 게 낯설다는 느낌을 준다. 사람들은 대개 어디에 사는지, 몇 살인지, 취미는 … [Read more...] about “저요?”라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인생의 모든 일에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1. 인생의 모든 일에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실상 대부분의 일은 얼마나 적절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회사에서의 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가 어떤 일을 꾸준히 해나가기 위해서도 자기만의 시스템, 루틴,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운동이든, 글쓰기든, 악기 연주든, 유튜브든, 그 밖의 어떤 일이든 무언가를 계속해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열정, 열의, 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힘을 버티고 지탱해줄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흔히 공부에서는 자기만의 계획과 루틴이 중요하다는 데 … [Read more...] about 인생의 모든 일에는 시스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