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전이 끝났던 12월 4일 새벽에 손흥민 인터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부족함과 후배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겸손함, 과거 경기에 대한 아쉬움 이야기까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한 이야기가 무척 놀라워 마음을 울렸던 것이다. 가장 감사한 것은 감독님의 마지막 경기가 (관중석이 아닌) 벤치에서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이 말은 상상조차 못 했다. 내가 선수와 감독의 관계랄 것에 대해 별로 이해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 [Read more...] about 16강전,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던
삶을 현명하게 살기 위해서 ‘문제들과 공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인생의 여러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인생의 문제들에 궁극적인 해결책이 있으리라고 믿었다. 가령, 공모전에 당선만 된다면, 시험에 합격만 한다면, 취업만 한다면 무언가 나의 문제들이 '궁극적으로' 해결될 거라 믿곤 했다. 어떤 꿈을 이루기만 한다 그 순간부터는 문제가 '해결된' 시간이 펼쳐지리라 믿었다. 그러나 오히려 요즘 느끼는 건, 인생의 진실은 궁극적인 해결이 아니라 궁극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쪽에 … [Read more...] about 삶을 현명하게 살기 위해서 ‘문제들과 공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결혼할 사람을 보면, 정말 느낌이 딱 오나요?”
결혼할 사람을 보면, 정말 딱 느낌이 오나요? 결혼을 하지 않은 청년들이 늘 묻는 질문이다. 나는 매번 조금씩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한데, 이번에는 이런 대답을 했다. 내가 만나볼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만 해도 수백만 명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사람들을 다 만나보고 그중 누가 제일 나랑 맞는지, 결혼할 만한지 고르는 건 불가능하다. 결혼은 오히려 그 모든 가능성들을 과감하게 버리는 일 같다. 상대방이 얼마나 특별한지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의 마음도 중요했던 것 … [Read more...] about “결혼할 사람을 보면, 정말 느낌이 딱 오나요?”
새로운 시대의 작가는 ‘자신의 지면’을 창조해 나간다
과거에 작가들은 글을 쓰기 위해 청탁을 기다렸다. 사실상 작가가 자신의 글을 공개할 수 있는 곳 자체가 신문이나 잡지 지면 밖에 없었기 때문에, 때론 목숨 걸고 청탁을 '받아야만' 했다. 청탁을 받지 못하면 거의 작가로서의 인생은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그야말로 완벽하게 달라졌다. 청탁만 기다리며 그에 목매고 있는 작가야말로 사실상 소수가 되었다. 나만 하더라도, 10년도 더 전부터 블로그에 매일같이 글을 썼다. 그런 글쓰기는 습작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 [Read more...] about 새로운 시대의 작가는 ‘자신의 지면’을 창조해 나간다
“심심한 사과” 논란: 문제는 소통에서 ‘신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심심한 사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사태의 시작은 한 업체에서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에 네티즌들이 '뭐가 심심하냐'라고 반발하면서 일어났다. 당연히 '심심한 사과'가 지루한 사과라는 뜻일 리가 없다. 마음 깊이 사과한다는 뜻으로 사용된 어휘다. 이로 인해 대통령까지 '문해력'을 거론하고 나섰다는데, 개인적으로 이 사태의 핵심은 '어휘력' 보다는 '비난' 자체라고 느낀다. 기존에도 일련의 한자어를 놓고 이를 모르는 세대를 탓하는 일들은 있어 … [Read more...] about “심심한 사과” 논란: 문제는 소통에서 ‘신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삶의 순간마다 ‘진심’이 필요한 이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남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특히, 그 누군가의 인생이 통째로 걸릴 만한 일들을 많이 하게 되는 일이다. 일을 잘하면 바뀌는 건 남의 인생이고, 나의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진 않는다. 이를테면, 내가 축구를 잘하는 건 나의 일이고 잘하면 내가 빛나고 좋은 일이다. 내가 글을 잘 쓰는 것 역시 대개 나의 일인데, 그 일의 결과가 결국 나에게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호사의 일은 그렇진 않다. 물론, 변호사도 일을 잘하면 성공보수를 받는다든지 일 잘하기로 소문나서 … [Read more...] about 삶의 순간마다 ‘진심’이 필요한 이유
기후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더 극심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1. 인천의 경찰서에 수사관 접견을 가는 길이었는데, 도로에 널브러진 자동차들이 보였다. 도로 한 가운데 차가 그냥 세워져 있기도 하고, 양옆에는 버려지다시피 한 차들이 몇십 대는 있었다.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고, 지난밤 폭우의 영향이라는 것은 계속되고 있었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수해를 입은 자동차만 수천 대라고 한다. 개중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건 거의 만신창이로 버려져 있는 1톤 트럭들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한 전 재산에 가까울지 모를 트럭도 있을 것이다. 그런 … [Read more...] about 기후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더 극심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2030 사이에서 ‘태생에서 오는 좌절’이 퍼져나가는 이유
'태생에서 오는 좌절'이라는 게 점점 더 청년 세대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10여 년 전 등장했던 '수저' 담론은 금수저와 흙수저의 차이에 대한 자조를 드러냈다. 이후 수저가 단순히 재산이 아니라 총체적인 인격 형성과 문화 향유 능력을 결정한다는 '문화자본 수저론'도 꽤나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다. 최근에는 물려받지 않는 한 영원히 집을 살 수 없다는 절망감에 더해, 태생적인 외모에 대한 좌절감까지 퍼지고 있는 듯하다. 그 무엇도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 라는 자조는 … [Read more...] about 2030 사이에서 ‘태생에서 오는 좌절’이 퍼져나가는 이유
왜 누군가는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걸까?
최근 납품업체에 대한 발주처의 갑질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발주처의 인격 모독을 보면 참으로 씁쓸한 기분이 든다.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지시는 둘째치고, 인간이 인간을 '같은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가 너무 많이 묻어난다. 아무리 갑을 관계라지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회사와 직원과 가정의 운명이 어깨에 위에 놓인 상황에서는 비인간적인 모욕도 묵묵히 들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웬만하면 서로를 인격적으로 대했으면 좋겠는데, 누군가에게는 … [Read more...] about 왜 누군가는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걸까?
3살 아이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묻자 돌아온 말
늘 엄마와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고민하다가 "안아주는 거"라고 말했다. 나는 내심 '많이 좋아하는 거' 정도를 기대하고 있었기에, 아이의 말이 생경하게 들렸다. 아이에게 사랑은 아주 구체적인 무언가인 모양이다. 기분 좋고, 따스하고, 행복하고, 평안한 느낌을 주는 구체적인 행위 그 자체, 즉 안아줌이 곧 사랑인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롤랑 바르트를 떠올렸다. 그는 섹스가 아닌 껴안음이야말로 진정한 '충족'의 사건이라고 적는다. … [Read more...] about 3살 아이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묻자 돌아온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