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인생의 여러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인생의 문제들에 궁극적인 해결책이 있으리라고 믿었다. 가령, 공모전에 당선만 된다면, 시험에 합격만 한다면, 취업만 한다면 무언가 나의 문제들이 ‘궁극적으로’ 해결될 거라 믿곤 했다. 어떤 꿈을 이루기만 한다 그 순간부터는 문제가 ‘해결된’ 시간이 펼쳐지리라 믿었다.
그러나 오히려 요즘 느끼는 건, 인생의 진실은 궁극적인 해결이 아니라 궁극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인생에는 결코 채울 수 없는 궁극적인 결핍이나 갈망이 있으며, 근본적으로 불확실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빠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견디면서 점진적으로 나아지도록 만들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말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힐수록, 오히려 인생은 온갖 문제들을 더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일종의 풍선효과처럼, 어느 한쪽을 ‘완전히’ 눌렀다고 믿는 순간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른다. 사실상 해결했다기보다는, 해결했다고 믿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삶은 끝없는 연속이라고 생각해야만 여러 문제를 잘 다루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나 싶다.
예를 들어, 나에게 빚이 1억이 있는데 이를 다 갚아버리면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된다고 믿을 수 있다. 이 해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투기 대박을 꿈꾸거나 지나치게 라이트하게 살아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실패를 할 수도 있고, 인생이 더 각박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빚을 단번에 해결해 버리기보다는, 빚과 공존하는 장기적인 플랜 속에서 성실하게, 꾸준하게, 오늘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가져가야 하지 않나 싶은 것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집 한 칸 얻는 일에도 그처럼 매달릴 수 있다. 이것만 끝나면 모든 게 해결되리라는 믿음 하에, 그 일에만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이다. 그러면 해결까지의 시간은 일종의 ‘버린 시간’이 된다. 그 일이 해결된 후에도 펼쳐질 문제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삶은 내가 특정한 어떤 ‘시점’ 이전에든 이후에든 존재하고 이어진다.
물론 어떤 심각한 문제들은 당장 기를 쓰고 해결해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많은 문제들은 단번에, 완벽하게,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인생 내내 따라다닌다. 혹은 문제들 자체가 디폴트값으로 주어져 있는 게 인생 같기도 하다.
그러므로 삶을 현명하게 사는 방법은 ‘문제들과 공생’하기가 아닐까 싶다. 말하자면, 인생이란 저마다 갖고 있기 마련인 지병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런 일이 아닐까 싶다.
원문: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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