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른 일들도 그러할지 모르겠으나,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달리 말해서 자신의 글이 어딘가에 속해 있거나,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자기가 발디디고 설 땅이 있거나, 자기가 소모하고 있는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회의감에 대해 보호막이 있다는 것과 비슷하다. 글쓰기에는 유독 이러한 감각이 필요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글 쓰는 일 자체는 소속도 없고, 동력도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쓰기 자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큰 문제가 되기도 … [Read more...] about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2020년 우라나라 출생률은 0.84로 역대 최저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OECD에서 최저인 것은 물론이고, 1명대 미만인 나라 자체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나아가 OECD뿐 아니라 합계출산율이 집계되는 전 세계 200여 개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그러니까 사실상 OECD를 넘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1위가 된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겠으나, 청년 세대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값 상승'과 '경력 단절'이라는 … [Read more...] about 세계에서 가장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윤여정, 그리고 삶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사람들
배우 윤여정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 <미나리> 촬영을 위해 미국을 떠날 당시, 몸이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주변에서도 이를 만류했는데, 자신은 굳이 그런 만류를 뿌리치며 미국까지 나섰다고 했다. 그 이유는 '도전'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이미 자신은 어떤 촬영장에서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일종의 왕이나 다름없어서 감독한테도 "너 이렇게 오래 찍으면 나 나간다."라고 말해도 상관없을 정도라고 한다. 사실, 이 나라에서는 다들 자신의 눈치를 보지, … [Read more...] about 윤여정, 그리고 삶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사람들
상대적 박탈감으로 늪지대가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 대해서
1. 근래의 사회는 상대적 박탈감이 전방위적으로 양산되는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상위 10% 정도의 생활 수준을 가진 사람은 대략 500만 명 정도가 존재한다. 그중 일부인 100만 명만 SNS를 한다고 하더라도 "나 빼고는 다 잘사는 것"처럼 보일 만큼 엄청난 숫자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에 민감한 아이들은 그렇게 잘사는 수백만 명의 삶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누구나 플렉스 한 번으로 매주 호캉스나 명품 가방, 호텔 라운지에서의 와인 한 잔, 브런치 세트로 매일 시작하는 아침을 누리는 … [Read more...] about 상대적 박탈감으로 늪지대가 되어버린 한국 사회에 대해서
‘보통의 삶’을 사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요즘 들어 사람이 그저 적당히 건강한 마음으로, 적당히 알뜰살뜰하게, 적당히 곁에 있는 사람을 존중하며, 적당히 근면 성실하게, 큰 욕심이나 피해 의식 없이 한평생 단지 '보통의 삶' 같은 걸 살아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낀다. 대단한 부와 명예를 얻거나 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그저 적당히 사랑하며 평범하게 만족하며 한평생 완수해내는 게 훨씬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곁에 있는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고, 좋아하는 저녁들을 보내며,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아 그저 조금은 권태롭게, … [Read more...] about ‘보통의 삶’을 사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희망이 없다는 감각
1. 살아가다보니 힘겨운 마음으로 지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 그 말들은 거의 하나로 수렴하는 것 같다. '내 인생에 무슨 희망이 있겠어.'라는 것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사람도 묘하게 '희망이 없다.'라는 생각이나 마음 상태에 빠져들면 나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희망이라는 게 어찌보면 참 낡고 뻔한 단어지만, 그것만큼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없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설령 거의 망상에 가까울지언정, 스스로를 희망으로 물들이는 사람은 … [Read more...] about 희망이 없다는 감각
사람들은 ‘책 읽는 사람’을 두려워한다
나는 디즈니 영화 중 『미녀와 야수』를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는 거의 하나로 수렴하는데, 주인공이 '책을 읽는 여성'이고, 그녀가 책을 따라나서는 듯한 여정이 이 이야기의 중심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어딘지 '이상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그녀는 마을의 관습적인 삶 바깥에 존재하는 듯 그려진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책을 읽었기 때문에, 마을 바깥을 꿈꾸고, 가부장의 정점과 같은 개스톤을 거부하고, 거대한 서재가 있는 야수의 집에 … [Read more...] about 사람들은 ‘책 읽는 사람’을 두려워한다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의 삶을 보며: 프로페셔널이 된다는 것
1. 개인적으로 스타크래프트 프로선수들의 삶을 보면, 인생이라는 게 얼마나 알 수 없고 다채로울 수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1 리그가 막을 내리고 전 세계적으로도 그 열풍이 시들면서, 당시 어느 스포츠선수 못지않게 큰 인기를 누리던 프로선수들은 각자의 삶을 선택해야 했다. 보통 다른 스포츠는 종목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선수 생활이 끝나면 코치, 감독, 강사, 교수, 협회위원, 해설위원 등 어느 정도 정해진 길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초의 e스포츠였던 … [Read more...] about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의 삶을 보며: 프로페셔널이 된다는 것
남성에게 결혼은 연애와 사랑의 연장이지만, 여성에게 결혼은 포기와 단절이다
얼마 전, 성공하거나 경제적 여력이 있으면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여성의 70%가량은 비혼을, 남성의 80%가량은 결혼을 택할 거라는 통계를 보았다. 이 기사를 보고 잠깐 멈칫한 것이 그렇게 많은 여성이 비혼을 원한다는 게 놀라워서였다. 반면 남자들은 경제적 여력만 있으면 대부분 결혼을 원한다는 것인데, 이런 차이가 다소 의아하기도 하면서 머지않아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먼저 떠오른 건 내가 청년 시절을 거치며 보았던 여성 친구들이었다. 학교에서, 스터디를 하면서, 그 밖의 공간에서 … [Read more...] about 남성에게 결혼은 연애와 사랑의 연장이지만, 여성에게 결혼은 포기와 단절이다
부동산 광풍: ‘영혼까지 끌어모을’ 수조차 없었던 사람들
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 몰아쳤던 부동산 투기 열풍은 그야말로 희열과 절망의 도가니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에는 다소 진정된 기미가 보이는데, 그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어떤 절망들이 여기저기에서 참으로 많이 들려온다. 특히, 내 주위에는 그런 열풍에 뛰어들어 부동산을 건져낸 사람보다는 아직 그런 열풍에 뛰어들기에 설익은 청년들이 많았다. 20대, 대학생, 사회 초년생. 아직 사회에 완전히 자리 잡지는 못한 이들이다. 이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광풍의 현장을 지켜보는 … [Read more...] about 부동산 광풍: ‘영혼까지 끌어모을’ 수조차 없었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