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상류층 삶에 대한 관음증적 몰입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듯하다. <스카이캐슬>에서부터 <기생충>, <사랑의 불시착>, <부부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이런 작품들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속에 담긴 '천상 위의 삶'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할 것이다. 이 작품들에는 하나같이 멋지게 빼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열거나, 먼지 한 톨 없을 것 같은 공간에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 [Read more...] about “스카이캐슬”, “부부의 세계”: 상류층을 향한 관음증적 욕망으로 가득 찬 세계
대학가에서 일어나는 ‘도둑맞은 아싸’ 논란
요즘 대학가에서는 "도둑맞은 아싸"라는 말이 공감을 얻는다고 한다. 실제로는 친구도 많고, 애인도 있고, 딱히 소외되지도 않은 '인싸'들이 스스로 '아싸'라고 칭하면서 아싸를 패션처럼 소비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이 '아싸'라는 콘셉트로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며 브이로그를 올리거나 SNS에 일상을 공개하며 조회 수를 끌어모은다. 혼자 밥을 먹고, 대학가를 거닐고, 자기의 취미생활을 보여주면서 자기가 아싸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아싸들이 보기에는 그저 재미 삼아 아싸인 척하는 인싸들일 … [Read more...] about 대학가에서 일어나는 ‘도둑맞은 아싸’ 논란
〈기생충〉, 가족 때문에 몰락한 사람들의 이야기
개인적으로 〈기생충〉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가족'이었다. 영화에는 크게 세 가족이 나오는데, 이 가족들은 죽음을 넘어서까지 좀처럼 해체되지 않는다. 사실 영화의 초반부터 가장 답답했달까,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도 그런 가족의 끈끈함이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당연히 그렇게 집안 사정이 어렵고 누추하다면, 성인이 된 자식들은 자기 살길 찾아가겠다고 박차고 나가는 일이 더 흔할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족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고려조차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가정부의 … [Read more...] about 〈기생충〉, 가족 때문에 몰락한 사람들의 이야기
모든 결혼에는 이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지만
모든 결혼에는 이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두 부부가 있는데, 얼마 전 이 부부들도 결혼 초기에는 그렇게 이혼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밖에도 살아가다 보면 문득문득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사람의 어떤 결점이나 부족한 점, 문제점을 마주했을 때 '이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이 부분이 더 완벽한 사람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한 번쯤은 해보게 된다. 이는 마치 어느 직장에 속한 모든 … [Read more...] about 모든 결혼에는 이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지만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의 뒷면: 작품이 다가 아니다
아카데미상 수상을 위해 배우 송강호는 반년간 쌍코피를 흘리며 영화 관계자를 만나러 다니고, 봉준호 감독은 500번이 넘는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 과정이 마치 '봉고차를 타고 미사리를 다니는 유랑극단' 같았다고도 말한다. 정확한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CJ 그룹에서 투자한 홍보비용만도 100억이 넘을 거라는 추측이 일반적인 듯하다. 영화 〈기생충〉의 작품성이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창작자와 그 후원자의 이러한 투자 없이 세계적인 상을 받는다는 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많은 경우 화려한 … [Read more...] about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의 뒷면: 작품이 다가 아니다
무척 공들여 써본, 여행에 관한 영화 10편 추천
1.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 '여행은 어떻게 두 사람을 맺어주는가'에 관해 지극히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낸 최고의 영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어떻게 어색함을 극복하고 서로의 마음에 가닿는지 보여준다. 비엔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오직 둘뿐이며 앵글도 두 사람이 걸으며 하는 대화만 계속해서 비춘다. 정신없이 수다를 떨다가도, 고요히 거리를 바라보고, 가만히 음악을 드는 순간들이 현실을 농밀하게 담아냈다. 영화는 〈비포 … [Read more...] about 무척 공들여 써본, 여행에 관한 영화 10편 추천
우정에 관해 여러모로 수정된 개념이 필요하다
살아오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우정에 관해 여러모로 수정된 개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우정은 힘들 때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고, 서로를 진정으로 위로해주고,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마지막으로 돈도 빌려볼 수 있고, 찾아가서 잠자리도 구할 수 있는 그런 제2의 가족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우정에 따라 '보증'을 서주었다가 파산한 집도 참 많았고, 우정을 좇느라 가정을 소홀히 하거나 지나치게 믿었다가 배신당해서 증오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제껏 … [Read more...] about 우정에 관해 여러모로 수정된 개념이 필요하다
모험, 동경, 꾸준함에 관하여
내 주위에는 공교롭게도 자기 분야에서 꽤 성취를 거두어 명망이나 인기를 얻은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그중 상당수는 그렇지 않았던 시절부터 봐왔던 사람들이다. 대개 그들이 자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취를 거둔 과정을 보면 대단한 재능으로 앞서갔다기보다는 남이 하지 않은 모험을 하고, 자신이 동경하는 것에 충실했으며, 무엇보다 깊은 열망으로 꾸준히 시간을 투여한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모험, 동경, 꾸준함, 이 세 가지는 그들 모두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그들은 뒤가 없다는 듯이 자기 삶을 … [Read more...] about 모험, 동경, 꾸준함에 관하여
하루 대부분이 힘들어도 내 삶은 행복한 1시간으로 정의될 것이다
힘들 때일수록 행복해야 하고, 일상을 유지해야 한다. 내일 전쟁이 일어나서 내 목숨이 위태위태하다 하더라도,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3분짜리 음악 한 곡을 듣고, 시를 한 편 쓰고, 커피를 한 잔 마셔야 한다. 어머니가 응급실에 실려 가더라도 중환자실에 들어간 뒤에는 성경 한 구절을 읽든지, 오늘치 글 한편은 써야 한다. 당장 하루 한 끼 제대로 사 먹을 돈이 없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좋아하는 이야기 한 구절 읽어줘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가능하든, 때로는 불가능하든, 적어도 … [Read more...] about 하루 대부분이 힘들어도 내 삶은 행복한 1시간으로 정의될 것이다
매일 글쓰기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매일 글쓰기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는 내가 지난 15년여간 해온 실험이라고도 할 법하다. 어쩌면 15년 중에서 글을 전혀 쓰지 않은 날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으로는 단 몇 줄의 일기라도 쓰지 않은 날은 없다. 어느 날은 몇십장의 글은 쓰기도 하고, 몇 줄의 글을 쓰기도 했지만, 대략 평균적으로 한 편 정도의 글을 매일같이 썼다. 매일 글을 쓴 삶이 그렇지 않은 삶과 무엇이 다른지 알기는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말마따나 우리는 단 하나의 인생을 살 수밖에 없고 … [Read more...] about 매일 글쓰기를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