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서 가장 화제가 되기도 하고, 흥미로운 현상 두 가지를 꼽으라면 '펀쿨섹좌'와 비의 '깡'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펀쿨섹좌는 일본의 정치인 고이즈미 신지로를 가리키는 말인데, 환경부 장관 취임 당시 기자의 기후변화 대처에 대한 질문에 "FUN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하면 된다."라고 대답한 데서 유래한다. 그 뒤로 이 정치인은 무수한 어록을 생산하게 되는데, 질문에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동어반복을 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듯한 기이한 대답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일종의 … [Read more...] about ‘펀쿨섹좌’와 ‘1일1깡’: 이 시대는 무의미가 춤추는 무대다
요즘 세대가 가장 기피하는 인간 유형이 있다면
요즘 세대가 가장 기피하는 인간 유형이 있다면 '답정너'일 것이다. 답정너는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인데, 그런 태도로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오직 긍정적인 피드백만 바라며 자기가 쓴 글이나 작품을 보여주는 사람, 잘생겼거나 예쁘다는 대답만을 바라며 자기 사진을 보여주는 사람, 내가 잘못되지 않고 옳다는 대답만을 바라며 질문하는 사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태도는 일종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진정으로 질문하기보다는 … [Read more...] about 요즘 세대가 가장 기피하는 인간 유형이 있다면
‘아무 노래 챌린지’, 아무 생각 없이 노는 게 최고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사람들
1. 요즘 인스타그램의 가장 인상적인 유행 중 하나는 '아무 노래 챌린지'이다. 가수 지코가 발표한 <아무 노래>라는 곡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현상인데,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인스타그램에 '아무 노래 챌린지'라는 태그로 검색하면, 거의 5만 개의 게시물이 뜬다. 지코의 팬들 뿐만 아니라 각종 샐럽들, 연예인들, 일반인들, 그 외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이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설의 시작 이 챌린지에 대단한 … [Read more...] about ‘아무 노래 챌린지’, 아무 생각 없이 노는 게 최고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사람들
“스카이캐슬”, “부부의 세계”: 상류층을 향한 관음증적 욕망으로 가득 찬 세계
1.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상류층 삶에 대한 관음증적 몰입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듯하다. <스카이캐슬>에서부터 <기생충>, <사랑의 불시착>, <부부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이런 작품들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속에 담긴 '천상 위의 삶'에 대한 호기심도 한몫할 것이다. 이 작품들에는 하나같이 멋지게 빼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열거나, 먼지 한 톨 없을 것 같은 공간에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 [Read more...] about “스카이캐슬”, “부부의 세계”: 상류층을 향한 관음증적 욕망으로 가득 찬 세계
대학가에서 일어나는 ‘도둑맞은 아싸’ 논란
요즘 대학가에서는 "도둑맞은 아싸"라는 말이 공감을 얻는다고 한다. 실제로는 친구도 많고, 애인도 있고, 딱히 소외되지도 않은 '인싸'들이 스스로 '아싸'라고 칭하면서 아싸를 패션처럼 소비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이 '아싸'라는 콘셉트로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며 브이로그를 올리거나 SNS에 일상을 공개하며 조회 수를 끌어모은다. 혼자 밥을 먹고, 대학가를 거닐고, 자기의 취미생활을 보여주면서 자기가 아싸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아싸들이 보기에는 그저 재미 삼아 아싸인 척하는 인싸들일 … [Read more...] about 대학가에서 일어나는 ‘도둑맞은 아싸’ 논란
〈기생충〉, 가족 때문에 몰락한 사람들의 이야기
개인적으로 〈기생충〉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가족'이었다. 영화에는 크게 세 가족이 나오는데, 이 가족들은 죽음을 넘어서까지 좀처럼 해체되지 않는다. 사실 영화의 초반부터 가장 답답했달까,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도 그런 가족의 끈끈함이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당연히 그렇게 집안 사정이 어렵고 누추하다면, 성인이 된 자식들은 자기 살길 찾아가겠다고 박차고 나가는 일이 더 흔할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족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고려조차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가정부의 … [Read more...] about 〈기생충〉, 가족 때문에 몰락한 사람들의 이야기
모든 결혼에는 이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지만
모든 결혼에는 이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두 부부가 있는데, 얼마 전 이 부부들도 결혼 초기에는 그렇게 이혼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밖에도 살아가다 보면 문득문득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사람의 어떤 결점이나 부족한 점, 문제점을 마주했을 때 '이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이 부분이 더 완벽한 사람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한 번쯤은 해보게 된다. 이는 마치 어느 직장에 속한 모든 … [Read more...] about 모든 결혼에는 이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지만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의 뒷면: 작품이 다가 아니다
아카데미상 수상을 위해 배우 송강호는 반년간 쌍코피를 흘리며 영화 관계자를 만나러 다니고, 봉준호 감독은 500번이 넘는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 과정이 마치 '봉고차를 타고 미사리를 다니는 유랑극단' 같았다고도 말한다. 정확한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CJ 그룹에서 투자한 홍보비용만도 100억이 넘을 거라는 추측이 일반적인 듯하다. 영화 〈기생충〉의 작품성이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창작자와 그 후원자의 이러한 투자 없이 세계적인 상을 받는다는 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많은 경우 화려한 … [Read more...] about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의 뒷면: 작품이 다가 아니다
무척 공들여 써본, 여행에 관한 영화 10편 추천
1.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 '여행은 어떻게 두 사람을 맺어주는가'에 관해 지극히 낭만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낸 최고의 영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어떻게 어색함을 극복하고 서로의 마음에 가닿는지 보여준다. 비엔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오직 둘뿐이며 앵글도 두 사람이 걸으며 하는 대화만 계속해서 비춘다. 정신없이 수다를 떨다가도, 고요히 거리를 바라보고, 가만히 음악을 드는 순간들이 현실을 농밀하게 담아냈다. 영화는 〈비포 … [Read more...] about 무척 공들여 써본, 여행에 관한 영화 10편 추천
우정에 관해 여러모로 수정된 개념이 필요하다
살아오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우정에 관해 여러모로 수정된 개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우정은 힘들 때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고, 서로를 진정으로 위로해주고,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마지막으로 돈도 빌려볼 수 있고, 찾아가서 잠자리도 구할 수 있는 그런 제2의 가족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우정에 따라 '보증'을 서주었다가 파산한 집도 참 많았고, 우정을 좇느라 가정을 소홀히 하거나 지나치게 믿었다가 배신당해서 증오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제껏 … [Read more...] about 우정에 관해 여러모로 수정된 개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