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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가족 때문에 몰락한 사람들의 이야기

2020년 3월 4일 by 정지우

개인적으로 〈기생충〉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가족’이었다. 영화에는 크게 세 가족이 나오는데, 이 가족들은 죽음을 넘어서까지 좀처럼 해체되지 않는다. 사실 영화의 초반부터 가장 답답했달까,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도 그런 가족의 끈끈함이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당연히 그렇게 집안 사정이 어렵고 누추하다면, 성인이 된 자식들은 자기 살길 찾아가겠다고 박차고 나가는 일이 더 흔할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족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고려조차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가정부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사실 세상에 자기 자식이면 모를까, 사회적인 능력을 모두 상실한 남편을 그렇게까지 보호하면서 헌신으로 보살피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기택 가족이 돌이킬 수 없이 몰락한 이유도 결국에는 가족에 집착했기 때문이고, 가정부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가족을 붙들고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박 사장이 죽은 이유도 어찌 보면 가족을 태우고 도망치기 위해서, 자기가 먼저 나서서 차키를 가지러 가기 위해서기도 했던 셈이다. 애초에 가족을 위해 들인 사람들이기도 했고 말이다. 달리 말하면 이 영화는 가족 때문에 죽어가고 몰락한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기우와 기정만 하더라도 꽤 머리도 잘 돌아가고 생활력도 있고 사람을 이끄는 매력도 있어서, 각자 나서서 살아가고자 했다면 훨씬 모두에게 나은 삶을 맞이했을런지도 모른다. 기택과 충숙도 차라리 이혼하고 각자 살길을 찾아 나섰다면 어떻게든 그 상황보다는 더 나은 입장에 놓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들은 가족을 해체한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우 또한 그저 혼자 부잣집에서 과외나 하면서 자기 살길만 생각했으면, 아마 나름대로 윤택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잘살아야지’ 보다 ‘가족이 잘살아야 한다’라는 관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고, 결국 그것이 그들 모두를 무너뜨린다.

이런 가족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화 속 인물들이 가진 ‘비현실성’이었다. 계속 상징에 집착하는 기우가 부잣집 딸인 다혜와 결혼하는 장면을 이야기할 때, 다들 대역을 세우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가장 이상했다. 당연히 결혼이라는 건 결혼식에서 대역만 세우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는 부모님도 만나야 할 테고, 서로의 가족에 관해 속속들이 알게 된다. 그러나 그는 위장된 상태로의 삶, 허공 위의 삶, 거짓된 삶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기택 또한 무계획에 묘한 허세에 사로잡혀 있다. 부잣집 아들인 다송은 아예 비현실의 세계에 살고, 다혜도 과외 선생님과의 비현실적인 연애에 빠져 있고, 박 사장 부인인 연교도 사실 삶의 중심이 무엇인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하실의 근세는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유령이다.

결국 이 영화가 지닌 정서랄 것은 가족과 비현실성으로 수렴된다는 느낌이 든다. 달리 말해 이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모두 하나로 얽혀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이 가족이다. 이는 봉준호가 〈괴물〉 이후 정말 멀리 왔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괴물〉에서 결국 서로를 구원하는 게 가족애였다면, 〈기생충〉에서는 가족이 서로를 파멸로 이끈다. 가족이 각자의 삶을 살지 못하게 만들고, 서로를 더 비현실적으로 만들며, 자신의 삶을 찾아가지 못하게 한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도대체 이 영화는 삶의 무엇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영화에는 오직 가족밖에 없다. 가족을 일으키고 먹여 살리려는 사람들, 가족을 지키려는 사람들, 가족에 자리 잡으려는 사람들이 다 몰락한다. 그들에게는 저마다의 꿈이랄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가족주의의 극단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밖에 없는 가족 이야기, 그리고 가족은 어떻게 삶과 대립하는지, 결국 가족이 도대체 무엇인지, 가족이 무엇을 주기나 하는 것인지가 이 영화를 보고 남는 물음 같은 것이다. 결국 〈기생충〉은 가족에 관한 가장 도발적이고도 극단적인 질문을 던진 영화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질문은 언제나 불편하고 뼈아프기도 하다. 가족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가족이 도대체 무엇인가?

원문: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페이스북

Filed Under: 문화, 영화

필자 정지우 twitter facebook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JTBC, MBC 등의 문화평론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비지니스 리뷰〉에 출연하기도 했다.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를 운영하고 있으며, 저작권·개인정보·형사 사건 등의 분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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