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인스타그램의 가장 인상적인 유행 중 하나는 ‘아무 노래 챌린지’이다. 가수 지코가 발표한 <아무 노래>라는 곡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현상인데,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인스타그램에 ‘아무 노래 챌린지’라는 태그로 검색하면, 거의 5만 개의 게시물이 뜬다. 지코의 팬들 뿐만 아니라 각종 샐럽들, 연예인들, 일반인들, 그 외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이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챌린지에 대단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겠지만, 사실 정말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지코가 신곡 ‘아무 노래’를 배경으로 걸그룹 마마무와 춤추는 영상을 찍어 올리면서 태그를 부탁한 게 다다. 그런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서 온갖 사람들이 이 춤을 추면서 영상을 올리고 있다.
그저 노래와 안무가 재미있기도 하고, 일종의 ‘인싸’들의 유행이 된 감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재미 삼아, 놀이 삼아서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지코의 <아무 노래>는 국내 차트 장기간 1위, 틱톡 1억 뷰 등의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2.
이 사실을 알고 처음 생각난 건 집에서 춤추는 아이였다. 우리 아이는 <바나나 차차>라는 율동 영상을 틀어주면 덩실덩실 춤을 춘다. 춤추는 게 그저 좋은 것 같다. 챌린지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노래 부르면서 따라 춤추고 싶은 욕망을 즐겁게 발산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의미 없음, 아무 생각 없이 춤추고 찍어 올리는 일 자체가 이런 유행을 이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노래나’ 틀어 놓고 ‘춤이나’ 추고 싶다. 그렇게 아무 의미 없이 웃고 싶다, 그렇게 유행에 휩쓸려 가면서 즐거운 기분을 누리고 싶다, 이런 단순함이 가장 매력적인 게 아닐까 싶다.
마침 <아무 노래>의 가사도 딱 맞아떨어진다.한편으로는, 이렇게 사람들이 즐겁게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소비만 하기보다는, 스스로 춤추고 찍어서 올린다. 유행에 파도 타듯이 합류해서 느끼는 즐거움이 문화 시장에서 가장 중요해진 것이다.
의미가 있든 없든, 나도 한 명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경험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 노래>라는 제목 자체도 인상적이다. 노래가 주인공이거나 가수가 주인공인 종래의 선입관에서 물러나면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개개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3.
텍스트와 관련된 일들도 그렇게 변모하고 있다고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누군가의 글을 읽고 소비하는 것만을 넘어서, 스스로 글을 쓰고자 한다. 모임에 참여하여 서로의 작가이자 독자가 되어주면서 더 깊은 ‘텍스트 경험’을 누린다.
글만 하더라도, 각종 배송과 구독이 무척 흔해지면서 전통적 의미에서의 책을 공급하고 소비하는 구도를 넘어섰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구독자가 되고, 자신의 글과 일기를 배송하고, 그렇게 일군의 상호 텍스트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무언가를 실제로 팔겠다는 마음보다는 ‘함께 하겠다’는 마인드가 여러 모로 중요해진 셈이다.
세상은 아마도 더 멋지고 흥미롭고 흥겹게 변해가는 것 같다. 나도 그런 흐름에 합류하고픈 작은 소망 같은 걸 느낀다. 어딘가 상아탑 같은 곳에서 혼자 글만 쓰며 살아가는 작가상이 이상일 때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 더 자주 생각한다. 아마도 그렇게 글 쓰는 일이 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원문: 정지우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