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트렌드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꾸안꾸'였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옷을 입거나 외모를 가꾸는 걸 의미하는데, 젊은 세대 사이에서 특히 대단한 호응을 일으킨 듯했다. 대놓고 너무 비싸고 멋진 옷이나 화려한 화장 등은 오히려 '촌스럽다'고 느끼고, 반대로 대충 입은 듯 보이지만 반듯하거나 준수하고, 꾸미는 것에 그다지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 보면 흠잡을 데 없는 그런 미묘한 상태가 '가장 멋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가 말해주는 것은 우선 사람들이 … [Read more...] about ‘꾸안꾸’ 트렌드, 무수한 욕망이 지저분하고 귀엽게 뒤섞인 모양새
우리가 ‘완벽하게’ 솔직할 수 있는 존재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대개 타인에게 어디까지 솔직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라는 것은 대부분 어느 정도의 연기, 거짓, 적당한 맞춰줌이나 허위 같은 것들이 없으면 제대로 유지될 수가 없다. 심지어 끝도 없는 솔직함은 부부나 가족, 연인이나 절친처럼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도 대부분 독이 된다. '끝도 없는 솔직함'의 관계란 사실 불가능하다. 이건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이야기이다. 상대에게 가령 내가 느끼는 모든 순간순간의 … [Read more...] about 우리가 ‘완벽하게’ 솔직할 수 있는 존재는 어디에 있는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 삶의 가장 값진 순간들을 온전히 사랑할 것
한국에서 살아가는 일이란 중앙에 토네이도나 블랙홀이 있어서 그 좁은 곳으로 끊임없이 빠져들어 가는 일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좁은 땅, 좁은 사회에서 모두가 같은 현실과 성공의 기준을 공유하고, 그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도태되고 배제되어, 결국 존재까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모두가 같아져야 하고, 그 같아짐 속에서 수직으로 줄 세워져야 하고, 그 상층부로 기어오르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 될 거라는 불안이 몸을 휩싸고 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 [Read more...] about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 삶의 가장 값진 순간들을 온전히 사랑할 것
불안에는 ‘비용’이 든다
불안에는 비용이 든다. 특히 갈수록 청년 세대는 이 불안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과목에서 A 학점을 받지 못하면 이후의 취업에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 봐, 그 때문에 인생을 망칠까 봐, 필사적으로 시간을 쓴다. 그런데 가령 A 학점을 받기 위해 필요한 공부 시간이 10시간이라고 해보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당연히 딱 10시간 공부하는 것이다. 9시간을 공부해서 B를 받았다면, 무척 억울할 것이다. 반면, 30시간을 공부한다면, 20시간을 불안에 지불한 비용이 된다. … [Read more...] about 불안에는 ‘비용’이 든다
하루가 힘들 때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며 견뎌낼 것
모르는 사람이 없고, 한때는 안 해본 사람이 없다고 하는 ‘스타크래프트’라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다. 대략 설명하자면, 이 게임은 처음에 '일꾼' 4명으로 시작해서, 자원을 캐고, 그 자원으로 건물을 짓고, 병력을 생산하여 전쟁을 하는 게임이다. 나도 한때 이 게임을 대단히 좋아해서 열심히 하기도 했고, 요즘에도 가끔 생각나면 옛 프로게이머들의 게임을 찾아보곤 한다. 그런데 게임 중계를 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이 게임에서 핵심은 다른 것보다 '시간'이라는 … [Read more...] about 하루가 힘들 때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며 견뎌낼 것
삶, 나이가 들며 가득해지는 마음을 그저 짊어지거나 끌고 가는 것
얼마 전 대학원을 다니는 아는 동생과 잠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무심코 형제가 무엇을 하는지 물었더니 취업준비생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괜히 물었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그저 '참 힘들겠네' 하고 말했는데 동생은 진심을 담아 정말 그렇다면서, 취업준비생이 누구보다 힘든 것 같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잠시 들은 이야기였지만 나도 취업 준비하던 시절의 기억과 그 시절 만났던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취업준비생이 가장 힘든 점은 아마 소속이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 [Read more...] about 삶, 나이가 들며 가득해지는 마음을 그저 짊어지거나 끌고 가는 것
“세상이 좋아질까요?” 글쎄, 청년들은 그렇게 대답하지 않을 겁니다
만약 청년들에게 ‘세상이 좋아질 것 같은가’라고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 그다지 좋아질 거로 믿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이 더 나빠지겠냐고 한다면, 꼭 그런 건 아닐 수 있겠으나 그다지 대단히 좋아질 가능성도 없을 거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내 주변의 청년들만 보더라도 이 세상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기대 같은 걸 가진 경우는 거의 없다. 미래의 세상이 오면 누구나 아파트 한 채쯤은 가지고 어느 정도 안정성과 생활이 보장 가능한 직장들이 모두에게 주어질까? 육아는 더 … [Read more...] about “세상이 좋아질까요?” 글쎄, 청년들은 그렇게 대답하지 않을 겁니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마을을 만드는 밀레니얼의 세계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넓게 아우르는 규정으로 대개 쓰인다. 흔히 세대론에서 세대 구별이 10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하면 이 세대 규정은 그 폭이 제법 넓은 편이다. 규정의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은 과거보다는 세대 간의 격차랄 게 다소 희미해지고, 더 넓은 범주에서의 공통성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온라인이 삶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무척 커지면서일 것이다. 과거 세대 간 구별이 더 촘촘했던 … [Read more...] about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마을을 만드는 밀레니얼의 세계
그래도 삶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삶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라는 문제가 육박해 들어올 때, 이에 제대로 맞서며 삶에 대한 태도를 지켜내기는 무척 어려운 듯하다. 대체로는 그저 나에게 이런 불행이 닥치다니 미쳐버릴 것 같다, 돌아버릴 것 같다, 죽어버릴 것 같다, 생각하며 그 누군가를 증오하고, 신세를 한탄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몸이 아파지는 그런 과정을 밟는다. 그렇다면 그러지 않고 어떻게 여전히 온전하게 삶을 직시하며 뚜벅뚜벅 걸어 마땅한 길을 걸어갈 것인가? 이는 참으로 정답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문제라고 느낀다. … [Read more...] about 그래도 삶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사람들이 정의를 냉소하게 된 순간, 광장을 향한 열망이 터져나갔다
우리 사회에 정의로운 주체를 향한 열망이 상당하다는 걸 느낀다. 사람들은 스스로도 정의로운 주체로서 행동하길 원하고, 또한 정의로운 사람을 갈망하고 사랑한다. 단순히 정의로움을 콘텐츠나 담론 안에서 소비하는 정도를 아득히 넘어서, 현실 자체에 정의가 실현되길 바라며 실제로 광장으로 뛰쳐나간다. 이런 열망으로 움직이는 사회란 정말이지 흔치 않다. 사실 정의 자체는 어딘지 이전 세대의 것이라는 느낌이 있다. 흔히 말하는 포스트모던 사회, 근대 이후의 사회에서는 '정의' 같은 대의나 관념은 더 … [Read more...] about 사람들이 정의를 냉소하게 된 순간, 광장을 향한 열망이 터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