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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자유는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2021년 5월 12일 by 정지우

1.

인생의 행복이 소비의 자유에 달려 있다는 생각은, 많은 경우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듯하다. 나아가 자신의 행복을 끊임없이 ‘소비의 자유’에서만 찾다 보면, 그에 길들여져서 다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린다. 행복이 간절한데,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소비에서만 쾌감을 얻다 보면, 소비하지 않고는 어떻게 행복해야 할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라고 믿는 소비가 때로는 구속이 되는 경우도 많다.

청년 시절, 나는 그다지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았다. 굳이 음식에서 행복을 얻지도 않았고, 소비가 내게 중요한 행복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엔가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 습관이 된 뒤에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어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이와 함께 좋은 음식을 직접 차려 먹으려고 한 뒤로는, 요리해서 행복하게 한 끼 식사를 나누는 일도 다시 알아갔다. 소비의 자유 속에 있을 때는 그 자유 속에만 행복이 있을 것 같고 그 바깥은 불행과 박탈감만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바깥으로 나와보면 더 값진 행복이 있을 수도 있다.

 

2.

예전에 군 훈련소에서 주말마다 클럽이나 룸살롱에 가서 100만 원 단위로 돈을 쓰며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밤새도록 돈 쓰는 즐거움, 여자 만나는 즐거움, 때로는 퇴폐적이라고 할 법한 생활을 자유롭게 누리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다 다른 사람도 가세하여 둘이서 신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직 어린 다른 사람들은 부럽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이른바 금수저였고, 다른 한 명은 아이가 있는 전문직의 유부남이었다. 나는 그들이 부럽거나 행복해 보이기보다는, 불행해 보였다. 특히 전문직 유부남은 아내에게는 그 모든 걸 비밀로 하면서, 심지어 아내에게는 존대어를 쓰며 매우 그럴싸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도 했다. 그렇게 분열된 상태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도 같이 있던 스무 살 무렵 아이들에게 “결혼하지 마라.”고 설파하기도 했다.

글쎄…

실제로 주말마다 몇백만 원씩 쓰면서 여자들과 술 마시는 그들이 나보다 더 행복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 또한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꼈다. 주말마다 그렇게 술 마시러 나서도 되지 않아서, 대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새벽까지 읽을 수 있어서 말이다. 룸살롱까지 가고 싶지도 않을 만큼 보고 싶은 영화들이 쌓여 있었고, 소설을 쓰며 상상의 세계를 헤매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가 불행하거나 가여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를 인생에서 가장 그리운 시절 중 하나로 꼽는다. 내 안에 넘쳐나는 마음 하나로 세상을 걷고, 문학과 음악을 사랑하고, 글 쓰던 새벽을 무엇보다 사랑하던 그때 말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소비의 자유보다 훨씬 중요한 행복이 있었던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돈이 더 많아지면 행복할 거라 믿는다. 당연히 ‘소비의 자유’ 때문이다. 당연히 인생에 별다른 행복이 없거나 부족할 때는, 소비의 자유가 행복으로 가는 가장 좋거나 유일한 길로 보인다.

실제로 아주 대단한 자유까지는 아닐지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자유는 필요하다. 특히 사람마다 다를 몇 가지 행복들, 예를 들어 여행이나 음식, 자동차 같은 것에는 돈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인생의 행복을 ‘소비의 자유’에 빚져야 한다. 하지만 소비할 자유가 없다면 불행만 남는 삶은, 그 또한 그리 좋은 삶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면, 가장 행복했던 몇몇 순간들에 돈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가령, 아내와 아이랑 함께 동물들을 보러 갔던 순간에는 적어도 동물원 입장료를 낼 정도의 돈과 자동차 기름값을 낼 정도의 돈은 있어야 했다. 혹은 아이와 침대에 굴러다니려면, 침대를 살 정도는 있었어야 했을 것이다. 또한 글을 쓰려면 블루투스 키보드를 살 정도의 돈도 있어야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아주 대단한 수준의 ‘소비의 자유’는 필요하지 않았다. 이는 인생 전체를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나의 행복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들에 ‘소비’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Photo by Jessica Rockowitz on Unsplash

살아가면서 거의 매일 삶의 중심을 생각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한 방법들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적어도 나에게, 그런 순간들은 보통 내가 적극적으로 시간을 어떻게 만들지와 관련되어 있다.

중장비 장난감을 들고 아이와 눈밭을 향해 뛰어나갈 마음을 먹을 것, 좋아하는 글 한 편을 써낼 의지를 다질 것, 새로운 요리를 해서 아내와 나누어 먹을 상상을 해볼 것, 어딘가 낯선 곳을 찾아 하루 떠났다 올 것, 좋아하는 책 한 권을 낭독하며 이야기해볼 것. 그런 일들에 대개 대단한 소비의 자유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원문: 정지우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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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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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이제는 알아야 할 저작권법』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JTBC, MBC 등의 문화평론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비지니스 리뷰〉에 출연하기도 했다.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를 운영하고 있으며, 저작권·개인정보·형사 사건 등의 분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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