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이성에게 대쉬받는 일인 듯하다. 그 말은 사람들이 스스로 매력적으로 보이길 좋아한다는 뜻이고, 그만큼 자신의 매력에 많은 시간과 관심, 노력을 쏟아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삶에서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거나 즐겁게 하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확실히 자신이 ‘매력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받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람마다 ‘매력적’이라는 것의 기준은 제법 다양할 듯싶다. 누군가는 당대의 미적 기준에 맞는 얼굴을 지닌 사람을 매력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패션의 유행을 잘 따르는 사람, 편안한 성격을 가진 사람, 쾌활하거나 활기찬 사람을 매력적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매력을 지닌 사람이 되길 원하고, 스스로 매력적인 사람이기를 바라며, 누군가 매력 있다고 여겨주는 부분을 자신의 주된 정체성으로 삼기도 한다.
달리 말해 우리는 자기 삶이 자신의 ‘매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셈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 가능한 매력이 있다. 누군가는 말을 잘해서, 표정이 다양해서, 악기를 잘 연주해서, 상대의 말을 다정다감하게 잘 들어주어서, 외모가 유행하는 미적 기준과 잘 맞아서 등의 매력을 지닌다. 그 모든 것들은 어쨌든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나의 측면들이고, 나에게 그런 측면이 있다는 데서 묘한 안도감, 행복감,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의 자기 확인이 꼭 ‘이성에게 대쉬받는’ 식으로만 이루어질 필요는 없기도 할 것이다. 사람의 매력이란 저마다 특징적인 데가 있는 것이어서, 꼭 많은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매력’인가의 척도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그다지 가치 없는 것, 무의미한 것, 나아가 가치에 역행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매력이 무엇인가, 정확히 어떤 가치가 있는가, 어떠한 기준에 속해 있는가가 아닐까 싶다.
나는 길을 가다 우연히 본 사람이나,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 대쉬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의 외모만으로 대단한 가치랄지, 의미 있는 매력이랄지 하는 걸 그다지 못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외모라는 게 사람을 이끌고 마음을 동하게 하는 정도의 힘은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매력은 외모 너머 어딘가에 있다고 늘 느꼈던 듯하다. 이 사람이라는 느낌, 꼭 이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확신, 그런 류의 매력이라는 건 그 사람이 입은 옷이나, 눈의 모양 같은 데서는 느끼지 못했다.
스스로의 매력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또 타인의 어떤 점을 가장 매력적이라 느끼는가. 이런 것은 한 사람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을 형성하리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매력을 아는 것. 나아가 매력을 계발하는 것. 가장 가치 있는 매력에서 확신을 느낄 수 있는 일 같은 것 말이다. 사람을 보는 눈이라든지, 자신에 대한 성찰 같은 것도 무엇을 매력이라 생각하는지와 깊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원문: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