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느껴지는 소비문화에서 가장 큰 변화는 소비의 자발성보다는 모방성이 매우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만 하더라도, 식당이나 카페를 찾아갈 때는 길에 지나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반면 최근에는 식당이나 카페의 경우에도 인스타그램 등에서 미리 검색을 해보고, 최선의 경험을 제공해줄 것 같은 곳을 찾아서, ‘집 안’에서 갈 곳을 확정한 다음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타인이 찍어놓은 사진, 타인이 제공하는 감상 등을 미리 보고, 그와 동일한 경험을 얻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말하자면 소비 경험에서 모험보다는 안정과 모방에 대한 경향이 확연해졌다.
패션 같은 경우도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온라인상에서 모델이나 인플루언서 등이 착용한 ‘바로 그 아이템’을 즉각적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양한 옷집을 둘러보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패션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요즘 핫하고 힙한 누군가가 SNS에서 입은 옷을 동일하게 소비하는 현상이 폭넓어졌다.
물론 시대 변화에 따른 ‘유행’이야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런 유행 안에서도 자발적인 탐색 과정이 현실적으로 존재했다면, 갈수록 그런 과정은 생략되고 눈앞에 존재하는 핫한 이미지 자체를 즉시 소비하는 경향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여행이나 관광의 경우도 말할 것 없이 그와 같은 현상이 폭넓게 퍼져서, 같은 관광지에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명확하게 분리된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은 대개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숫자나 블로그 검색 건수가 많은 곳이고, 그만큼 사진을 남기기 좋은 곳들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그런 리뷰 수가 적은 곳들은 어딘지 문제가 있다는 암묵적인 인식들이 퍼져나간다. 여러모로 쾌적하고 좋은 경험을 주는 곳이면 리뷰가 없을 리 없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으로 떠나는 ‘소비 여행’이란, 일종의 내비게이션을 따라 하는 자동차 여행과 비슷한 모습을 띠게 되는 것이다. 목적지와 여정은 이미 온라인 서핑을 할 때 이미 다 정해진다.
이런 소비문화는 모험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행복이나 만족을 얻으려는 ‘리스크 최소화’ 경향이라고도 볼 수 있다. 타인을 모방하는 것이야 동물과 인간의 원초적인 특성이고, 일종의 소속감을 갈망하는 인간의 성향으로서 마냥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런 현상에서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지는 ‘방어적인 경향’ 또는 ‘안정 지향적 경향’이다.
타인의 소비, 타인의 획득, 타인의 경험으로 증명된 바로 그것을 소비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나 또한 바로 타인의 ‘그것’에 자신을 동일시시킴으로써, 삶의 순간들을 안정적으로 조직해나가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렇게 만들어가는 경험이라는 게 자기만의 경험이 되기보다는, 결국 타인의 경험에 대한 복제만이 남게 된다는 점이다.
나아가 그렇게 쌓아간 시간은 자기의 개성과 고유성을 증명하는 시간이 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타인들을 모방한 자아만을 남겨 놓는다. 모험을 하고, 우연과 의지가 만들어 놓는 지도에 자신을 내맡기고, 그렇게 자기만의 고유한 시간과 경험을 쌓을 기회는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인생 전반에 대한 태도와도 이어져서, 인생이라는 것이 고유한 자아를 얻기 위한 투쟁이라기보다는, 안정적인 행복을 타인이 누리는 전형적인 생활에 이르는 것이라 여기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이는 개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한 시대가 낳은 풍경에 가까울 것이다.
모험을 할 정도의 여력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 타인과 같아지지 않으면 도태되는 집단주의적 문화, 청소년기 때부터 길든 각종 전시와 과시의 SNS 문화, 항상 비교하고 시간에 쫓기는 경쟁 사회, 도태되고 박탈당하는 리스크가 인생 전반에 펼쳐져 있는 사회상 등은 우리에게 자발적인 모험을 하기에 앞서, 타인들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원문: 문화평론가 정지우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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