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세간에서는 어리석고 바보 같은 사람을 두고 ‘새대가리’ 혹은 ‘붕어대가리’ 같은 비하의 말을 사용하곤 한다. 아마 새나 물고기가 기억력이 나쁘고 지능이 낮다는 인식에 기반한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이 말들은 사실 옳지 않다. 정치적 올바름의 여부를 떠나 ‘팩트’적 측면에서 그러하다. 실제로 조류나 어류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머리가 좋다. 새는 옷차림이나 행동만으로 인간을 구분할 수 있으며, 자신의 영역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지능적인 다양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까치나 까마귀와 … [Read more...] about 잃어버릴 것을 알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나의 문어 선생님〉
영화
나의 가난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선생님은 실업급여 수령 대상자가 아니에요. 조건 충족이 안 되셔요. 한 어르신이 창구에서 노동청 직원을 붙잡고 사정을 호소한다. 결론이 나지 않는 대화가 반복된다. 노동청 직원은 실업급여 수령은 불가하다며 같은 설명을 반복했다. 내가 자세히 듣지 못해 영문은 모르지만 노동청 직원은 어르신께 근로복지공단을 소개했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봤다. 솔직히 정말 답답했다. 노동청 직원에게 이입했기 때문이다. 어르신의 상황도 이해됐지만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는 노동청 직원이 안쓰러웠다. 아무리 설명해도 … [Read more...] about 나의 가난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외로운 싸움에 연대를, 〈보건교사 안은영〉
※ 결말이나 줄거리를 암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보건교사 안은영〉을 봤다. 여성 주연으로 이런 다양한 장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오락 생활의 질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모른다. 드라마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적어보았다. 원 작가나 감독의 의도나 해석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볼 수 있는 사람들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 예술적으로 예민한 감각을 가졌다면 길거리에 있는 이상한 간판 디자인에 고통을 받을 것이고, 예민한 인권 … [Read more...] about 외로운 싸움에 연대를, 〈보건교사 안은영〉
지금! 안야 테일러 조이! 〈퀸스 갬빗〉
포스터나 시놉시스만으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특히 장르가 특정되거나 특별한 직업군을 그리게 될 때는 이 범주를 더 벗어나기 어렵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2020)은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체스 플레이어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체스 플레이어가 주인공이라고 할 때, 그리고 미국의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이전까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일 때,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자일 때 예상할 수 있는 … [Read more...] about 지금! 안야 테일러 조이! 〈퀸스 갬빗〉
연대할 수 있는 용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에런 소킨이 각본과 연출까지 맡은 넷플릭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2020)은 1968년 시카고에서 벌어졌던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 이후 시위 주동자 7명을 두고 열렸던 재판을 바탕으로 한다. 에런 소킨의 이 영화가 다른 일련의 영화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재판 과정을 중심으로 하지만 단순히 법정 영화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정도로 재판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드러나는 극적 요소를 결코 부각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내내 불리하던 … [Read more...] about 연대할 수 있는 용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영화를 보고 싶다면
※ 이 글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말보다는 '위안부' 생존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에 의한 피해성과 그럼에도 고된 삶을 살아낸 주체성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 할머니와 같이 생존자의 성함 뒤에 '할머니'를 붙였습니다. 생존자인 동시에 여성 노인으로서 일상을 살아가는 삶에 대한 존칭을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를 묘사하는 콘텐츠는 대부분 다음의 두 가지를 포함하곤 한다. 끌려가기 전의 유년 시절을 … [Read more...] about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영화를 보고 싶다면
니모를 찾는 아빠의 입장에서: 소중한 만큼 거리 두기
아이가 서너 살이 되었을 즈음부터 아쿠아리움에 많이 데리고 다녔다. 아직 제도권 교육을 받기 전이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이리저리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보며 어린아이는 꽤나 신기해했다. 맑은 그 표정이 좋았다. 아침부터 헐레벌떡 준비해서 애써 걸음한 보람이 느껴진달까. 요즘 같으면 '뭐야 (하나), 시시해 (둘), 재미없어 (셋!)' 하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며 빼앗은 내 휴대폰으로 포켓몬이나 잡으려 했을 텐데.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는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상어였지만, 대형 … [Read more...] about 니모를 찾는 아빠의 입장에서: 소중한 만큼 거리 두기
1916년 10월,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이 개봉하다
1926년 10월 1일-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개봉 1926년 10월 1일, 나운규(羅雲奎, 1902~1937)가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감독한 영화 <아리랑>이 서울의 극장 단성사에서 개봉되었다. 흑백 화면의 무성영화였지만 이 영화는 이 땅의 민중들에게 일대 충격을 안겨준 혁명적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면 감동한 관객들은 목 놓아 울며 아리랑을 따라 부르곤 했다고 한다.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와 함께 제1권이 시작되면 ‘개와 고양이’라는 … [Read more...] about 1916년 10월,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이 개봉하다
〈보건교사 안은영〉: 이상한 세상, 멀쩡한 자들을 위해!
'이경미 월드' 몇몇 감독은 본인의 이름을 그대로 딴 '○○ 월드'란 수식어를 가졌다. 물론 모든 감독에게 그런 수식어가 붙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명확히 드러낼 때, 특히 여러 작품을 거듭하면서 그 세계관이 지속되는 걸 확인시켜줄 때 우리는 흔히 감독 이름을 붙여 '누구 월드'라고 부른다. 감독에게 있어 이것이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각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나는 이 수식어를 장점으로 붙이곤 한다.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은 … [Read more...] about 〈보건교사 안은영〉: 이상한 세상, 멀쩡한 자들을 위해!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이라는 기준은 정말로 현실을 반영하는가
결혼 전 봤을 때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봤을 때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 작품이 있다. 영화 〈클로저〉와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그랬다. 〈결혼 이야기〉도 10년 전이었다면 지금과 다르게 봤을 테지.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배경은 1950년대 중반 미국, 주인공은 부부인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릿)이다. 에이프릴은 결혼 전부터 배우로 성공하는 게 꿈이었는데 소질도 부족하고 애 둘 키우며 살다 보니 몰입해 노력할 환경도 안 된다. 프랭크는 회사원인데 일에 흥미도 … [Read more...] about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이라는 기준은 정말로 현실을 반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