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하는 한 특별한 환자가 있다. 예보에도 없이 급작스럽게, 온 세상을 천둥소리와 함께 흠뻑 적셔버리는 대단한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그래서 그날은 늘 냉방이 서늘하게 유지되는 응급실의 공기마저 축축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환자들도 그날은 조금은 습기 어린 상태로 날 맞이했다. 그리고 평범한 환자들 사이로, 그 특별한 환자는 들어왔다. 기본적으로 그 환자가 특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너무 확률이 낮아 도저히 불가능하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바로 벼락을 맞은 … [Read more...] about 비 오는 날 어른거리는 어느 소방대원의 등
사회
더 나은 결혼 생활을 위해 미혼인 것처럼 행동하세요
※ The New York Times의 「For a Better Marriage, Act Like a Single Person」을 번역한 글입니다.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즐거운 결혼생활을 위해 부부는 데이트하거나 로맨틱한 저녁을 먹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결혼 생활 이외의 활동에 할애하므로 혼자서도 잘 지내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 노력은 미혼인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혼자 잘 지내는 능력은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 [Read more...] about 더 나은 결혼 생활을 위해 미혼인 것처럼 행동하세요
포스트페미니즘 시대의 페미니즘 혐오
1. 그들만의 상식 vs. 제도와 학술적 합리성 자료를 찾으러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심각한 우려를 느끼게 되었다. 원래 남초적 지향이 강한 곳인 줄은 알았지만, 현재 이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페미니즘(여성주의)에 대한 반감은 상상 이상으로 거의 '광기' '정신병' 급으로까지 매도된다. 일전에 몇몇 게시물에서 정리한 적이 있었지만, 남초커뮤니티에서 일베=메갈리아 ↔ '정상 시민'이라는 포지셔닝이 지난 1년 여간에 걸쳐 만들어진 방식으로 일베=메갈리아=페미니즘 ↔ '정상' '합리성'이라는 … [Read more...] about 포스트페미니즘 시대의 페미니즘 혐오
“회사는 전쟁터, 인맥 관리도 경쟁력이죠”
‘취업 경쟁’만큼 치열한 ‘승진 경쟁’ “성씨 뒤에 붙는 ‘总(zǒng)’은 ‘总裁(zǒngcái),’ ‘总经理(zǒngjīnglǐ)’의 줄임말이죠. 사장님, 대표님이란 뜻인데, 임원급 외에도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중요한 사람이라면 예우 차원에서 붙입니다.” 아침 7시 서울 종로구의 한 어학원. 이른 시간에도 비즈니스 중국어반에는 열댓 명의 직장인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중견 무역회사에 다니는 임모(31) 씨도 2015년 입사 직후부터 2년째 중국어학원을 다닌다. 영어와 일본어에 유창하고 … [Read more...] about “회사는 전쟁터, 인맥 관리도 경쟁력이죠”
신림에서 강남 가는 지옥철 안에서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되었습니다. 서울은 여백이 없다. 하늘도, 거리도, 그리고 지하철도 모든 공간이 빽빽하다. 사무실을 포함, 어딜 가도 바쁘고 우글우글 미어터지는 사람들이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다. “자네가 지금 여기에 있어야 하는 존재 이유를 증명해 보게. 그럼 잠깐이라도 자리를 내주지.” 휴가로 다녀왔던 제주도에서는 바람이든 바다든 내게 방문의 이유를 묻지 않았는데……. 그래서였을까.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날 아침, 신림에서 강남 가는 지하철 2호선 … [Read more...] about 신림에서 강남 가는 지옥철 안에서
범퍼는 찌그러져야 한다: 의사들의 과로와 환자가 입는 피해
의사들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면 한국 의료체계는 멸망한다 하루 800명 접종한 공보의가 불친절? 모 공중보건의가 하루에 800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예방접종을 하다가 불친절하다는 민원으로 징계를 받았다. 한 사람에게 할당된 시간은 물리적으로 30초도 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불친절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결국 의사들이 안 되는 걸 자꾸 억지로 꾸역꾸역 해주는 게 문제다. 제도나 국민성이 뛰어나면 그래도 된다. 하지만 현실은 의료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뭔가 비틀려 있다. 어차피 … [Read more...] about 범퍼는 찌그러져야 한다: 의사들의 과로와 환자가 입는 피해
사랑과 관용의 예수, 혐오와 차별의 교회
"나는 예수를 좋아한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와 전혀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간디의 말처럼 지금 이 사회에서 예수는 좋은데 교회 다니는 사람이나 교회는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간디가 정확하게 지적했듯, 예수를 믿는다는 사람들이 예수와 전혀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점에서 닮지 않았는지 따져 보면 꽤 많은 차이를 분석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큰 차이점은 예수가 당시 … [Read more...] about 사랑과 관용의 예수, 혐오와 차별의 교회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 공동체는 모두가 평등하다
"어디서 감히 평신도가 까불어? 세속 계급에서 종사하는 평신도는 거룩한 성직자에게 복종해야 한다. 성직자의 설교나 성경해석에는 절대 토 달지 말라. 심판받을 짓이다. 교회에 문제가 생겼다 해서 주제넘게 평신도가 교인들 모아서 작당하지 말라.” 요즘 이야기? 아니다. 1520년 루터가 「독일 민족의 귀족에게 고함」이라는 논문을 쓰게 된 배경이다. 세속계급과 성직 계급의 철저한 분리, 평신도의 성서해석권 불허, 교회 공의회 소집에 관한 교황의 독점권이 … [Read more...] about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 공동체는 모두가 평등하다
‘갈굼’의 심리학
2018년 설 연휴가 끝나갈 무렵, 언론에서는 어느 한 간호사의 안타까운 자살 소식이 보도되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소속 간호사가 아파트 고층에서 투신하여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보도에 따르면 간호사의 남자친구는 평소 여자친구를 향한 선배 간호사들의 괴롭힘이 있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후속 보도나 관련 업계인들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자면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으로, 간호사 사회에서의 소위 '태움'이라고 하는 군기 문화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것은 어제오늘의 … [Read more...] about ‘갈굼’의 심리학
“인도인치고는 잘생겼다”는 말의 의미
※ 본글은 이코노미스트지의 「Apparently I’m pretty handsome...for an Indian」을 번역한 글입니다. 외모 칭찬을 싫어하는 이는 없다지만, 그래도 시간과 장소가 있는 법입니다. 오밤중에 모르는 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느닷없이 외모 칭찬을 듣는다면, 그것도 불법 택시를 타고 가던 중이라면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작년에 베이징의 택시 기사에게서 뜬금없이 “잘생기셨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대답한 후 화제를 … [Read more...] about “인도인치고는 잘생겼다”는 말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