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분노 사회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인 분노가 너무도 작은 것들에서 싹튼다. 가족은 물론이고 동료나 친구, 처음 보는 이에게도 사소한 이유로 화를 낸다. 의학·과학적으로 정의된 개념이 없는 ‘분노조절장애’가 한국에서는 하나의 ‘질병’으로 여겨진다. 조절되지 않는 분노는 ‘비정상적 폭력’으로 둔갑해 대개 강자가 아닌 약자를 향한다. 아파트 주민이 밧줄을 잘라 건물 외벽노동자를 살해한 사건에서 밧줄에 생명을 의지한 채 아파트 외벽에 매달렸던 노동자는 이 비정상적 폭력의 피해자였다. … [Read more...] about 누가 약자끼리 싸우게 해 이익을 얻나
사회
‘야망있는 여자’라는 표현이 암시하는 안 좋은 의미
※ 역자 주: 언어는 사람이 생각하는 과정을 크게 좌우합니다. 어떤 단어로, 어떤 문장으로 생각하는지는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아가서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결정합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컨택트의 원작 소설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The Story of Your Life)」에서 작가 테드 창(Ted Chiang)은 언어의 이런 영향력에 본인의 상상력을 더해서, 주인공이 외계인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인간의 언어로부터 해방되어 시간을 초월하는 인지력을 가지게 된다고 이야기를 만들어 … [Read more...] about ‘야망있는 여자’라는 표현이 암시하는 안 좋은 의미
당신의 목소리와 함께 #WithYou
문득 돌아보니 피해자가 될까 두려워하던 시간이 내 인생에 너무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지나치게 우리의 삶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보이지 않았던 이 폭력을 끝내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목소리들. 나의 목소리는 당신과 함께.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알아두면 도움이 될 기관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상담센터 한국여성민우회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사람마음 트라우마 치유센터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대학교 내 학생상담센터 혹은 … [Read more...] about 당신의 목소리와 함께 #WithYou
제 친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주세요
※ The New York Times에 Christine Yared가 기고한 「Don’t Let My Classmates’ Deaths Be in Vain」을 번역한 글입니다. 저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 있는 메이저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17명이 목숨을 잃은 뒤로 제 머릿속에서는 그날의 끔찍했던 장면들이 끝없이 반복해서 재생됩니다. 화재 경보가 울린 건 학교가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재무 수업을 듣던 … [Read more...] about 제 친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주세요
청년세대에게는 가치관이 먹히지 않을까?
기업에서 가치란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고 가치관은 복수형인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란 의미다. 조직의 목적인 미션, 조직의 목표인 비전, 조직의 원칙과 기준인 핵심가치를 말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기성세대들의 볼멘소리가 많이 들린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이 부족하다.” “기초질서를 지키지 않는다.” 같은 얘기들이다. 이건 청년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들도 이런 문제를 일으킨다. 세상 분위기 탓이리라. 통제와 권위를 따르지 않는 세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 [Read more...] about 청년세대에게는 가치관이 먹히지 않을까?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집단의 딜레마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아카데미의 결정에 전적으로 공감한 탁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보스턴 글로브'에서 '스포트라이트'라는 탐사보도 전문팀이 가톨릭 교회 안에서 벌어진 아동 성추행 사건을 수십 년간 조직적으로 은폐하며, 가해 성직자들을 비호해왔다는 사실을 파헤친 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선정적이고 감정적으로 뜨겁게 흐르기 좋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절제와 품위를 지키며 사건의 핵심을 깊이 있게 응시한다는 … [Read more...] about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집단의 딜레마
이상한 나라의 학교폭력
학교 폭력은 거의 모든 OECD 국가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에 대해 최근 조사하던 중 나는 이 사건을 대하는 학교 교사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특이한 나라를 발견했다. 이 나라에서는 학교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1. 혹시라도 만에 하나 가짜 피해자의 날조로 억울하게 가해 누명을 쓰는 사람이 생기면 안 되니까, 주변 사람들이나 학교 당국은 피해자의 진술을 철저하게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왜 사건 직후 신고하지 … [Read more...] about 이상한 나라의 학교폭력
평화교육으로 폭력이 사라질까? ‘피스모모’의 도전
평화교육으로 폭력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 ‘피스모모’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운다 “왜 우리는 실패할까, 무엇을 더 했야 했나, 사람들은 왜 무심할까…”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평화운동을 하는 딸기 씨는 지난한 갈등 끝에 해군기지가 완공되자 자신을 한동안 자책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피스모모가 진행하는 평화교육을 만난 후부터요. “이곳의 삶도 배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배움의 영감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도요. 이제 나 자신도 세상 … [Read more...] about 평화교육으로 폭력이 사라질까? ‘피스모모’의 도전
아이들이 사라진다
아이들이 사라진다 아파트 투자 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학군·학교 접근성이다. 동시에 학급의 학생 수를 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학생 수가 감소 중이라면 그 학교가 사라져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과도한 해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한 반에 50명에 육박하던 중학교 신입생이 절반에 해당하는 24명으로 떨어졌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학령인구 감소, 즉 저출산이 직접적으로 실감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난다. 지방대는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해 이미 … [Read more...] about 아이들이 사라진다
비 오는 날 어른거리는 어느 소방대원의 등
지금도 기억하는 한 특별한 환자가 있다. 예보에도 없이 급작스럽게, 온 세상을 천둥소리와 함께 흠뻑 적셔버리는 대단한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그래서 그날은 늘 냉방이 서늘하게 유지되는 응급실의 공기마저 축축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환자들도 그날은 조금은 습기 어린 상태로 날 맞이했다. 그리고 평범한 환자들 사이로, 그 특별한 환자는 들어왔다. 기본적으로 그 환자가 특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너무 확률이 낮아 도저히 불가능하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바로 벼락을 맞은 … [Read more...] about 비 오는 날 어른거리는 어느 소방대원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