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라진다
아파트 투자 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학군·학교 접근성이다. 동시에 학급의 학생 수를 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학생 수가 감소 중이라면 그 학교가 사라져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과도한 해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한 반에 50명에 육박하던 중학교 신입생이 절반에 해당하는 24명으로 떨어졌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학령인구 감소, 즉 저출산이 직접적으로 실감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난다. 지방대는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해 이미 통폐합이 시작되었으며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 중에 동생이 있는 경우는 이제 20%도 안 된다고 한다. 여기서 저출산의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다. 스펙 쌓기, 고시 응시, 취업 전쟁 등으로 인한 사회 진출 시기의 늦어짐.
그만큼 결혼 연령대 역시 높아져 출산 가능한 기간이 줄어들고, 먹고 살기가 팍팍해져 맞벌이를 안 할 수가 없고, 출산 휴가를 내거나 육아 휴직을 하더라도 그래 봤자 1~2년. 우리 애는 어디 맡겨야 하는 건가? 둘째는 도저히 안 되겠다. 하나도 키우기가 너무 어려운데 말이다.
저출산은 사회 문제와 분위기로 인해 몰린 개개인 선택의 결과다. 그 선택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까? 『미래 연표: 예고된 인구 충격이 던지는 경고』에서는 우리보다 좀 더 일찍 저출산 고령화가 찾아온 일본의 경우를 비춰 인구 절벽으로 인한 절망적인 미래를 예측한다.
2022년, 가족 소멸 본격화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세대수는 증가한다. 미혼자 증가, 이혼 증가, 평균 수명이 늘었지만, 배우자가 일찍 사별하는 사례 등으로 혼자 사는 세대, 즉 독거 세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젊을 때야 상관없지만 독거 세대가 나이가 들면 문제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차를 끌고 마트에 가야 뭐라도 살 수 있는 쇼핑 형태는 노인들에게 힘든 과정이며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주문하기 역시 쉽지 않다. 병으로 인한 고독사, 외로움으로 인한 노년 자살 등의 발생도 매년 증가한다.
2026년, 치매 환자 700만 명 시대
이미 일본에서는 65세 인구 이상의 7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의 인지증(치매) 환자가 발생했다. 심지어는 간병하는 쪽도 받는 쪽도 인지증 환자인 사례도 나타났다. 40-50대가 부모의 간병을 위해 이직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이 숫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간병을 계속해야 하는 자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심지어 이런 생활을 견디다 못해 환자를 상해하거나 보호자가 자살한 사례도 있다. 독거노인이 인지증을 앓는다면? 그 수가 점차 늘어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사회적 문제이다.
2030년, 서비스가 사라진다
일본 전국의 80%에 해당하는 시, 도에서 지역 자체의 생산력 부족이 발생한다. 저출산화에 더해서 젊은 층은 계속 도시로 빠져나가기에 지방의 노동인구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다. 생산력이 부족해지면 소득세나 법인세 같은 세금이 덜 걷히기 때문에 지방 간 격차가 커지고 이는 지자체의 존립까지 위협한다. 악순환의 시작이다.
사람이 빠져나가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노동력의 부족은 또 다른 서비스와 생산의 부재를 야기한다. 의료, 금융 등 주민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그런 서비스가 유지되는 지역으로의 인구 유출이 발생한다. 의료 시설, 마트, 금융기관 등은 어느 정도 고객 수가 기대되는 지역에서만 점포를 유지할 수 있다.
2040년 시점에서 백화점은 38.1%, 대학은 24.5%, 패스트푸드, 회계사, 세무사 등은 약 20%가 사라질 것이다. 애완동물 용품점, 영어 학원, 대형 병원 등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서비스들은 사라지게 돼, 그 지역은 기본적은 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이제 어찌해야 할까?
24시간, 365일 편의점을 꼭 가야 할까? 정말 당일 배송이 필요한 물건이 얼마나 될까? 지나치게 편리한 사회에 산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편리함은 당연시되고 업체는 가능한 한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업계는 사원에게 장기간 노동을 요구한다. 경제활동 인구가 줄고 일꾼 연령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스타일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우선은 ‘24시간 사회’라는 발상을 포기하자. 초고령 사회를 맞이해서라도 과하면서도 급하지 않은 서비스를 줄이고 이를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나 도움이 필요한 고령자를 보살필 서비스로 전환하자.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즐길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지금 이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생산이 줄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이기에 생존과 성장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건 결국 ‘양’보다는 ‘질’로의 전환이다. 일손의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모두가 감탄할 수밖에 없는 소량의 명품을 생산하는 것.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투자와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반드시 가야만 할 길이다. 제조 규모를 크게 할 필요도 없기에 지방에서도 충분히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도시 집중을 분산시키는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다.
『미래 연표』는 지금부터 약 100년 후인 2115년까지의 인구 묵시록적인 연대기다. 인구가 어떻게 줄어들지 살펴보고 그것이 초래하는 미래를 제시한다. 하지만 인구 감소는 더 빠르게 미래의 절망에서 오늘의 문제가 되는 중이다. 독거노인 증가, 학급당 인원의 반 토막 등 당장 그 징조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물론 한두 가지 정책으로 해결될 리 없고, 너무나 복잡한 이유로 야기된 현상이기에 인구 절벽이라는 현상에 맞서 개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직도 막막하다. 하지만 우선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것에 다 같이 공감하고 그것을 풀기 위해 서로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자.
그리고 그런 인지 속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는 이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할지 각자가 명확한 잣대로 판단할 수 있다면, 그것이 실마리가 될 것이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고 우공이 산을 옮기려 해도 한 번의 삽질을 해야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