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0개월. 척수공동증이 발병하고 내 등 한복판에는 큰 구멍이 생겼다고 한다. 움푹 파인 걸 보며 의학적 지식이 전무했던 20대 신혼부부, 나의 부모는 조금은 이상하지만 애들 피부가 약해서 그렇겠거니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구멍이 커지면서 아이, 그러니까 나의 좌측 상·하반신이 마비되어 울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자, 그제야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다. 아 이거 엄청 잘못되었구나. 그리고 갓난애를 비행기 태워 서울대학병원으로 이송했고, 긴급 수술을 통해 좌측 하반신을 제외한 부분의 마비 증상을 … [Read more...] about 그때 의료과실을 입증해준 단 한 명의 의대생
사회
생리대 광고에 끼어든 남성중심주의
딘딘 "그날에도 넌, 빛날 수 있어" 광고 속에서 래퍼 딘딘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여성과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부드럽고 따듯한 색감의 화면과 초록의 이미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돗자리 위에 누워 낮잠을 취하는 두 남녀의 모습을 비추며 딘딘의 내레이션이 들린다. 그날에도 넌, 빛날 수 있어. 지난해 5월 공개된 바디피트 SOFY의 생리대 광고다. 브랜드 메인 모델은 배우 박보영이지만 딘딘이 서브 남성 모델로 등장했다. 15초짜리 광고의 유튜브 영상에는 … [Read more...] about 생리대 광고에 끼어든 남성중심주의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영광, 신세대에는 무슨 의미일까?
※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이 치러지기 전 The Guardian에 실린 「How would World Cup glory speak to a new generation of French fans?」를 번역한 글입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 경기를 파리 14지구의 변두리의 술집과 카페에서 시청했습니다. 일부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이민자 인구가 많은 곳이고, 마약, 갱단, 경찰과의 충돌과 같은 사회 계층 아래쪽의 특징이 종종 드러나는 지역이죠.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나쁘지 … [Read more...] about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영광, 신세대에는 무슨 의미일까?
낙태죄 폐지 논란과 계획되지 않은 출산의 부작용
지난 5일, 이번 정부 첫 ‘저출산’ 대책이 나왔다. 기존의 출산율 위주의 정책에서 ‘2040세대 삶의 질 개선’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했다는 설명과 함께. 그러나 구체적 내용은 기존 제도에서 범위나 금액을 확대·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지원’을 더 하면 낳을 것이라는 전제다. 정부 대책이 발표된 주말, 서울 광화문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덮어놓고 낳다 보면 내 인생은 폭망한다”, “출산율만 중요하냐 내 생명도 소중하다”고 외쳤다. 여성을 출산의 … [Read more...] about 낙태죄 폐지 논란과 계획되지 않은 출산의 부작용
인형뽑기방이 사실상의 공실이던 이유
예전에 쓴 바 있지만 나는 인형뽑기방을 사실상의 공실로 봤다. 인형뽑기방은 공간 활용형 비즈니스에 해당하는데 이런 주제에 위치하는 곳은 임대료가 비싼 번화가 1층이다. 즉, 이 공간을 채울 비즈니스가 마땅치 않아서 잠시나마 이걸로 자리 채운다는 생각이었다. 설마 인형뽑기방으로 5년, 10년 돈 벌 생각한 사람이 있겠나. 예전 대만 카스테라가 그랬듯이 진입이 쉬운 업종은 망하기도 쉽다. 이러한 업종은 그 끝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이 점에선 자산시장의 붐-버스트와 매우 흡사하다. … [Read more...] about 인형뽑기방이 사실상의 공실이던 이유
올해도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간다
올 서울 퀴어문화축제는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함께 가서 더 즐겁고 뜻깊다. 우리는 함께할 것이고,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 [Read more...] about 올해도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간다
‘견습’은 ‘사람’이 아니다: 열정페이에 목매는 수습생
‘최저임금’도 없고 ‘노동시간 단축’ 혜택도 없다. 나오라면 나오고, 들어가라 할 때까지 있어야 한다. 무보수에 자리라도 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페이는 열정으로 대신해야 한다. 진보도 보수도, 여당도 야당도 돌아 보지 않는 사각지대. 일부 전문직 수습생들의 현주소다. 올해 스물한 살의 송영헌 씨(대구)는 클럽이나 축제 등에서 음악을 골라 틀어 주는 디스크자키(disk jockey, 이하 DJ)가 꿈이었다. 여덟 살 때 아버지 차에서 DVD로 공연실황을 본 네덜란드의 아민 반 뷰렌이란 DJ에게 … [Read more...] about ‘견습’은 ‘사람’이 아니다: 열정페이에 목매는 수습생
자존감을 나 혼자 키울 수 있을까?
인간의 욕구 및 동기를 설명하는 가장 유명하고 고전적인 이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이다. 해당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과 소속감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크게 다섯 종류로 구분된다(매슬로는 이후 인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를 더해 7단계로 자신의 모형을 수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욕구 위계 이론의 한계점을 본 다른 심리학자들에 의해 현재는 욕구 위계 이론에 대한 수정된 모형이나 대안 이론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 [Read more...] about 자존감을 나 혼자 키울 수 있을까?
찍고 싶은 사람도, 찍고 싶은 정당도 많아서 행복한 선거
진보정당 광역비례 득표 총합 (선관위에서 다운이 안 되어서 일일이 입력 노가다 ㅠ) 전국 총합은 정의당 8.98%, 민중당 0.97%, 녹색당 0.70%, 노동당 0.24%다. 이전 선거보다는 진보정당 성적표가 조금 나아지긴 했다. 그러나 제1야당의 몰락이 예측되어 자한당 견제를 위한 '비판적 민주당 지지'의 필요성이 없었던 상황에선 좀 아쉬운 결과다. 난 이번 선거에선 진보정당이 더 약진하기를 바랬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지방정치 개혁에는 진보정당 의원이 충분히 … [Read more...] about 찍고 싶은 사람도, 찍고 싶은 정당도 많아서 행복한 선거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이 놓치고 있는 것들
※ 이 글은 QUARTZ에 Loran Nordgren과 Rachel Ruttan이 기고한「The science of empathy—and why some people have it less than others」를 번역한 글입니다. 회사에서 '공감 훈련'이 그 어느 때보다 화제가 되고 있는 요즘, 그에 맞춰 떠오르는 격언은 역시 '역지사지'일 겁니다. 누군가의 처지가 되어 봐야 그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그렇다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역경을 겪어본 관리자라면 … [Read more...] about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이 놓치고 있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