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수상작 〈밀양(Secret Sunshine)〉의 배경이 둘로 갈라졌다. 경남 밀양은 2005년부터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겼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한국전력은 건설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밀양 주민들을 상대로 개별보상금을 지급하여 회유했다. 그 결과 돈을 받은 사람과 수령을 거부한 사람, 이렇게 두 부류로 마을이 갈라졌다. 공사를 편하게 하려고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며 이런 일을 벌였다.
우리가 흔히 보는 154kV 송전선로보다 18배나 많은 전기를 내보내는 밀양 765kV 초고압 송전탑은 주위에 엄청난 전자파를 내보낸다. 논밭을 지나가는 송전선로는 인근 주민들이 사는 마을과 가깝게 설치되어 주민 피해가 예상된다. 보상금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주민들이 일궈온 농사를 방해하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송전탑 건설에 반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송전탑이 들어서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을에 돈을 풀어서 둘로 쪼개고, 주민들을 경찰력으로 진압하면서까지 건설을 강행하고자 한 이유. 그것은 바로 신고리 1~6호기 증설과 고리 1~4호기 수명연장에 있었다. 이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송전탑 건설은 필요하지 않았다.
‘원자력 발전소는 인간에게 재앙이다’, ‘대체 에너지로 가야 한다’는 당위는 모두가 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은, 특히 고리 1~4호기 수명연장은 매력적이었다. ‘이익’을 남겨 먹을 수 있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그 길에 송전탑이 들어왔다.
밀양 송전탑 사례처럼 이윤이라는 가치가 앞장서면 제주도 강정마을 자연 파괴나 용산 참사와 같은 일은 계속 생길 수 있다. 온갖 문명의 이기를 작동시키는 전기를 향한 욕망은 낡은 것을 혐오하게 하고 느린 것을 기다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람과 환경 존중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평화롭게 농사짓고 사는 마을에 전기는 더 필요한 게 아니었지만, 전기를 향한 무한 욕망을 전달하는 통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송전탑을 대체할 기술도 있지만, 돈이 변수였다. 지난 13년간 관료, 정치인, 업계가 송전탑 건설에 집착한 이유는 단순했다. 더 많은 이익을 내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성장과 발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에너지 과소비와 이에 따른 송전탑 건설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인지 이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금도 전국의 산야는 송전탑과 송전선으로 어지럽게 찢어지고 갈라져 있다. 이제 개발이냐 보존이냐는 가치 판단의 시금석이 됐다.
『경상도지리지』에 밀양은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풍부하고 기온이 온화하며, 사람들은 농사에 힘쓰고 학문과 투쟁을 좋아한다’고 기록돼 있다. ‘밀양놈 쌈하듯 한다’는 속담도 있다. 단판에 결말을 내지 않고 옥신각신 승강이를 오래 끄는 것을 말하는데 임진왜란 때 밀양에서 벌어진 싸움이 매우 오래 걸렸다고 해서 생긴 말이란다. 그런 고장에 초고압 송전탑이라니! 한전이 밀양을 얕본 것이다.
원문: 단비뉴스 / 필자: 윤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