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고객의 소득, 담보 정보 등을 고의로 누락해 가산금리를 더 받아 챙겼다고 한다. 가령 연 소득이 8,000만 원 있는 고객은 3.3%에 신용대출을 쓸 수 있는데 0원으로 입력하고 3.8%에 줬다는 식이다. 쉬운 말로 ‘어리버리하면 호구 당했다’는 이야기인데, 이 문제를 보는 나의 관점은 조금 다르다.
막상 대출을 받아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담보대출이건 신용대출이건 도대체 어디 가면 얼마에 대출받을 수 있는지 알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보통 ‘주거래 은행’을 찾아 나서는데, 은행이 나를 ‘주거래 고객’으로 생각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은행은 딱 두 가지 부류를 좋아한다. 1) 이자 많이 내는 사람, 2) 돈 많이 맡기는 사람. 보통은 예금할 억 단위 돈은커녕 이자도 많이 못 내니까 해당 사항이 없다.
대출금리는 보통 연동채권금리(조달비용)+가산금리로 구성된다. ‘6개월 변동금리’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금융채 6개월’ 금리(1.80%) 위에 은행의 비용과 마진을 붙여서 나오는 것이다. 앞단의 금융채 금리는 6개월 후에 그 시점의 금리를 반영해서 갱신되지만 뒷단의 가산금리는 한 번 책정되면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금융채 6개월 1.8%+ 가산금리 1.8% 하면 3.6%가 된다. 그리고 금리가 오른다는 건 앞단의 연동채권금리가 바뀌는 데 기인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가산금리의 산정식을 고객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아니, 은행 입장에서 알릴 의무도 없다. 내부적 산정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도 소득의 가중치가 얼마인지, 부수 거래의 가중치가 얼마인지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대출 많이 받아본 경험에 따르면 그런 과학적인 산정식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아마도 신용등급에 따른 밴드 정도가 존재할 뿐일 것이다.
오히려 가산금리 1.8%에서 급여 이체, 카드발급, 정기예금 넣으면 0.2% 빼주고 딜 잘해서 ‘지점장 전결’로 0.2%를 추가로 끝에 빼주는 게 임팩트가 훨씬 크다. 내 연봉이 얼마라서 1.8%가 되었고 신용등급이 한 계단 떨어지면 얼마가 오르는지 이런 건 별로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건 ‘그런 각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해서 나온 최종 가산금리가 얼마냐’ 뿐이다.
은행 직원이 내부전산에 고객 소득을 얼마로 넣었건 그것은 내부적인 로직을 만족시키기 위한 부수 정보에 불과한 것이고 최대 줄 수 있는 가산금리는 1.4%이지만 1.8%에 팔았다면 그것은 영업직원의 수완이고 ‘실적’이다. 만약 소득을 제대로 입력하는 대신 ‘지점장 전결’을 안 줘서 1.8%에 팔았다면, 그건 금융사기일까?
핵심은 최종 가산금리가 얼마인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은행을 다녀보며 두 시간씩 상담을 받아봐야만 비교할 수 있다는 정보 비대칭성의 문제이지 ‘소득 고의 누락’처럼 마치 범죄행위 같은 자극적인 타이틀이 아니다.
애석한 것은 이 문제를 풀겠다고 ‘대출금리 비교’를 하는 스타트업 서비스조차 멀쩡히 1금융권에서 3%대 대출을 받을 수 있음에도 8%대 이상의 중금리 대출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가산금리 조작’보다 훨씬 더 질 나쁜, 잘못된 소비자 유도이다. 비은행권의 중금리대출을 한 번 손대는 순간 신용등급은 바닥으로 내려앉고, 이자 부담은 두 배는 더 높기 때문이다(아마도 광고 수수료는 훨씬 높을 것이다).
대출, 잘 알고 비교하면서 써야 한다. 그러나 위 기사 같은 맹목적인 질타는 의미가 없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대출금리를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제공의 툴을 만들어 주면 좋긴 한데 이마저도 시장경제적 질서로 보면 지나친 영업 개입이라 당분간은 소비자가 발품을 팔며 다닐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참고로 나는 담보대출은 가산금리 1.2%, 신용대출은 1.6% 언저리에서 쓰는데 어느 은행에 가면 3% 이상의 가산금리를 당당히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금융 사기일까?
원문: 김민규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