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대병원 간호사다. 그래서 서울대병원의 문제,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의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단 좀 더 많이 아는 편이다.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런데 내가 쓴 글이나 인터뷰한 기사들에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이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보다, 서울대병원 간호사보다 더 열악한, 더더 비참한 노동자들. 더더더 끔찍한 현실에 직면한 사람들의 문제를 끄집어내는 댓글들이다. 전공의 처우 문제, 고시원 화재 피해자 문제, 지방 요양병원 … [Read more...] about 가장 열악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나는 입 다물고 기다리라고?
사회
위안부 다음에는 양공주가 있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장의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안부 기림비가 설치되자 자매결연을 맺었던 일본 오사카시에서 불편함을 나타냈고, 결연 파기라는 강수까지 두며 기림비의 철거를 요구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위안부 피해자들의 희생을 기리겠다는 감사한 행동에 많은 한국인이 감동했지만, 나는 왠지 씁쓸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해방 이전에는 일본 정부가 그런 만행을 저질렀으나 정작 해방 이후 한국 정부가 위안부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 [Read more...] about 위안부 다음에는 양공주가 있었다
이미 그 산업은 ‘저임금 노동자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직원이 떠주던 코스요리… 이젠 손님에게 “직접 떠드세요”」, 문화일보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 본인이 지불한 대가가 그 서비스를 누릴 만큼 충분했는지 생각해보는 게 먼저 아닐까. 미국만 가도 높은 인건비 때문에 밥값이 매우 비싸다. 거기에 팁을 포함하면 한국 밥값과 가격 차이는 2~3배가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저임금 노동자의 희생'으로 저렴한 밥값을 유지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인건비가 올라가면 서비스 가격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자영업자들이 … [Read more...] about 이미 그 산업은 ‘저임금 노동자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맘충’일까?
예전에 다녔던 직장에서 큰 행사를 진행할 때 있었던 일이다. 일의 효율성을 위해 실무자 대여섯 명이 대기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당시 옆 테이블에 어느 직원의 가족이 있었는데, 갑자기 아가의 기저귀를 갈기 시작했다. 응가였다. 너무 깜짝 놀랐다. 바로 옆에 화장실도 있었고 옆 테이블에서 식사 중인 사람이 있는데 어떤 양해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게다가 그 기저귀도 화장실이 아닌 대기 장소에 있던 휴지통에 버렸다. 나 포함 몇 사람이 너무 놀라서 티가 났었나 보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이렇게 … [Read more...] about 나도 누군가에게는 ‘맘충’일까?
무엇을 위해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거지?: 『앨저넌에게 꽃을』
1.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 경가보거서 1 / 3얼3일 이재부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기어카는지 하고 나한태 이러난 이른 전브 다 저거야 한다고 스트라우스 박사님이 그래따. 왜 그런진 나도 몰르개찌만 내가 쓴 게 중요하다고 박사님이 그래꼬 그 사람들이 날 쓸 수 있는지를 알 쑤 이쓸 꺼라고 해따. 그 사람들이 날 써주면 조캐타. 왜냐면 키니언 선생님이 말한 거처럼 그 사람들이 혹씨 내 머리를 똑똑카개 해줄찌도 몰르기 때문이다. 난 똑똑캐지고 싶다. - 대니얼 키스 『앨저넌에게 … [Read more...] about 무엇을 위해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거지?: 『앨저넌에게 꽃을』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빈부격차다
경제 사령탑의 동반 퇴장이 결정된 지 3주가 지났다. 어떤 면에서는 현명한 인사다. 김동연 부총리만 물러났으면 시장은 ‘소득주도성장이 더 강화되는구나’ 지레짐작하고 투자는 더 위축되었을 것이고, 장하성 수석만 물러났으면 ‘소득주도성장은 이제 접혔나 보다’ 하는 판단 때문에 진보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정책 후퇴라는 비난이 거세졌을 것이다. 둘 다 물러나게 했으니 시장의 경제적 판단이건 특정 지지그룹의 정치적 판단이건 다 유보되었고 불협화음을 공격 테마로 삼던 조중동도 할 말이 없다. 게다가 … [Read more...] about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빈부격차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왜 망가졌나
지난 12월 7일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대한 남성들의 반발이 인터넷과 젊은 층 위주로 거세집니다. 사실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 여론이 심상찮은지라 이런 반발이 이는 건 불문가지이긴 한데… 이 법이 좀 불필요한 논란을 굳이 자초한 것도 사실. 그럼 이 법이 왜 이렇게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는가? 모두를 위해 결론부터 말하면, 자유한국당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적폐덩어리라고 무조건 자유한국당 때문으로 몰고 가려는 것 아니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지만… … [Read more...] about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왜 망가졌나
안전 문제의 근원은 안전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분이 계시다. 기사에 따르면 해당 발전소에서는 지난 3년간 4분의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한다. 문제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한데 많은 분이 이 문제의 근원을 하청업체, 외주화로 꼽는데, 나는 이에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 산업 현장의 느슨한 안전규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돌아가신 4분의 노동자 중에는 크레인 해체작업을 하다가 추락한 분도 계시고, 기계 협착사고로 숨진 분도 계시다. 크레인 해체만 … [Read more...] about 안전 문제의 근원은 안전에서 찾아야 한다
공화국의 마리안느와 ‘자유, 평등, 박애’
이번에 노란 조끼(gilets jaunes)라는 시위대가 파리를 뒤집어놓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선문 안에 보관되었던 마리안느(Marianne)의 두상도 크게 파괴되었고, 많은 사람이 혀를 찼습니다. 마리안느가 몹시 화가 난 표정이라서 더욱 눈살이 찌푸려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마리안느 자신은 시위대가 자신의 두상을 과격 시위로 파괴한 것에 대해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리안느 자신이 바로 저항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2013년에 썼던 것인데, 이번 노란 조끼 시위대 … [Read more...] about 공화국의 마리안느와 ‘자유, 평등, 박애’
‘위험의 외주화’는 페이스북에서 ‘슬퍼요’를 누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위험이 외주화되는 과정은 생각 외로 악의적이지 않다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다. 한국전력에서는 고압전선에 대해 전문 유지보수 업체를 아웃소싱해 업무를 처리한다. 각 지국별로 사업체를 선정한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활선공법이라는 것을 썼다. 전력 공급을 중단시키지 않고 유지보수를 하는 공법이다. 활선이라는 것은 '전류 흐름이 살아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전력이 활선공법을 채택한 건 다름 아닌 민원 때문이었다. 전기를 팔아먹는 한국전력의 경우 수시로 전선을 점검하고 유지 보수를 … [Read more...] about ‘위험의 외주화’는 페이스북에서 ‘슬퍼요’를 누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