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D 씨는 회사 내에서 업무적 역량을 높이 평가받아, 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자신의 팀을 갖게 된 D 씨는 이제 팀원들과의 협력을 통해 만든 제안서를 토대로, 외부 업체로 가서 경쟁 PT를 해야 했습니다. 그전까지 D 씨는 본인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제안서를 만드는 것이 좋았고, 문서를 만들면서 자신의 강점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문서를 만드는 데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팀장이 된 뒤로 팀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러웠고, 낯선 사람들 앞에서 제한 시간 안에 말해야 하는 경쟁 PT도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아무리 준비하더라도 사람들 앞에 서면 손발이 차가워지고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횡설수설했습니다. 점점 더 팀원들의 눈치가 보여 의사소통은 더욱 어려워졌고, PT 결과는 점점 더 참담해졌죠.
결국 D 씨는 팀장이 된 지 3개월 만에 업무 미숙과 급성 위경련으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본인을 드러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나를 주목하는 자리에 서거나,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억지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도 있죠.
만약 타인(들)과의 불쾌한 경험이 있다면, 그 불쾌감의 강도에 따라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이 고통으로 다가올 수도 있죠. 그 고통으로 누군가는 스스로 고립되기를 선택할 것입니다. 그러나 혼자 있더라도 그 고통이 저절로 회복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타인의 작은 반응에도 민감해질 수 있죠.
누구나 한 번씩은 사회적 상황에서 공포 혹은 불안을 일으킨 경험이 있을 겁니다. 발현되는 양상이나 정도의 차이는 다르겠지만, 우리는 그 공포와 불안이 가져다주는 고통에 대해 너무 잘 알죠.
사회불안이란 뭘까?
전통적으로 심한 사회불안을 ‘사회공포증’으로 불러왔지만 미국 정신과 의사협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Ⅳ-TR) 이후로는 ‘사회불안증’ ‘사회불안장애’라는 용어로 사용합니다.
사회불안장애는 친숙하지 않은 사람 및 타인들에게 주목받을 사회적 상황이나 수행 상황에 대한 현저하고 지속적인 두려움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회불안장애의 핵심은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두려워한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입니다.
사회불안장애에 대한 DSM-5의 진단 기준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회불안은 사회불안장애보다 더 느슨한 정의로, 사회적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나 사람들 앞에서 어떤 수행을 할 때 경험하는 정신적 고통을 뜻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이상 사회불안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회불안은 일반적으로 지속 기간이 짧고 그 사람의 생활을 방해할 정도는 아닙니다. 사회불안이 심해지기 시작하고 더 자주, 더 많은 상황에서 경험되면 사회불안장애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아직 사회불안장애로까지 발전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도, 치료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아직 사회불안장애가 되지 않은 사회불안의 경우 개선의 가능성이 훨씬 높죠.
비슷한 사람의 모임에 나가 사회불안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와 인지 재구성 연습을 중심으로 불안에 대해 나누어보면서 서로의 노력을 지지하길 바랍니다. 최종 목표는 일상의 불안을 회복하고 스스로 자가치료자가 되어 자신의 불안을 컨트롤하는 것입니다.
원문: 당신이라는 책을 펼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