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대병원 간호사다. 그래서 서울대병원의 문제,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의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단 좀 더 많이 아는 편이다.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런데 내가 쓴 글이나 인터뷰한 기사들에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이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보다, 서울대병원 간호사보다 더 열악한, 더더 비참한 노동자들. 더더더 끔찍한 현실에 직면한 사람들의 문제를 끄집어내는 댓글들이다. 전공의 처우 문제, 고시원 화재 피해자 문제, 지방 요양병원 문제 등…
그런 댓글들을 볼 때마다 그래서 나보고 뭐 어쩌라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내가 간호사 문제를 얘기하지 않고 가장 열악한 곳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입 다물고 기다려야 하나? 내 순서가 올 때까지? 그럼 내 순서는 언제 오는 건데? 그리고 그 순서는 누가 정해주는 거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확실히 오긴 오는 건가?
나에게 익숙한 병원을 예로 들자면, 병원은 인력이나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고 지금 그 문제를 바로 해결해줄 능력이 있다면 중증도는 더 높더라도 지금 당장 우리가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로 고통받는 환자보다 먼저 치료를 해주기도 한다.
만약 중증도만을 최우선으로 따져서 가장 위중한 환자가 완전히 나아서 걸어 나가기까지 다른 환자들을 무한대로 기다리게 한다면 언젠가 그 환자들도 중환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환자의 고통이 더 크다, 니 환자의 고통이 더 크다… 서로의 고통을 전시하고 누구 것이 더 큰지 경쟁해봤자 상황은 나빠질 뿐이다.
우선순위를 고려하되 자신의 주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것이 결국 더 많은 환자를 고통에서 해방해주는 길이다. 내 옆의 환자가 아프다고 신음하는데 TV에 나온 더 심각한 병에 걸린 환자 걱정만 한들 무슨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
아무튼 나는 다른 문제에 언제나 연대할 수 있고 내가 가능한 선에서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세상 모든 문제를 나한테 끌고 오진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간호사지, 신이 아니다.
원문: 최원영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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