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오카 이치타케라는 일본의 젊은 정신분석가는 『라캉은 정신분석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모든 사람은 신경증자, 정신병자, 도착자, 자폐증자 중에서 어느 하나로 분류되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1. 한 달 전쯤 거의 십 년 만에 후배 한 명이 포함된 대학 동기 모임에 참석했다.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친구 녀석들이 친구 녀석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져서 오랜만에 참석한 모임이었다. 나 포함 다섯 명의 오십 전후의 … [Read more...] about ‘정상’이라는 판타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회
심리학자들은 왜 MBTI를 비판할까?
지금 대한민국은, MBTI 열풍 고3인 딸을 차로 학교에 데려다주는데, 이렇게 물어 왔다. 아빠는 MBTI가 뭐야? 깜짝 놀랐다. 나에게 MBTI는 15년 전 강사 생활 초창기에 기업 교육의 성격 진단 코스 중 하나로서 배웠던 테스트이기 때문이다. 니가 MBTI를 어떻게 아니? 나도 인터넷 진단 많이 해봤거든. 난 ENTJ라서 돈을 많이 벌 거래. 요즘 우리 반 친구들 사이에서 완전 유행이야! 나름 전문가로서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열심히 배웠던 MBTI가 이제는 고등학생의 이야기 화제가 … [Read more...] about 심리학자들은 왜 MBTI를 비판할까?
저들과 싸우기는 왜 이렇게 힘들고 피곤한가?: 『보통 일베들의 시대』
김학준의 석사 논문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서 나타나는 혐오와 열광의 감정동학」이 8년 만에 단행본 『보통 일베들의 시대』가 되어 손에 쥐어졌다. 석사 논문이 발간된 당시에도 뜨거운 화제였다. 당시에 ‘일베’는 누군가에게는 패륜 집단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망해가는 우파의 새로운 담론장이자 주체로서 급부상하였으나 대부분의 글들은 인상비평이나 도덕비평의 수준에 머물렀다. 그때 방법론적 엄밀함과 학문적 담론으로서의 체계를 치밀하게 갖춘 김학준의 논문이 등장하였고, 믿거나 말거나 석사논문 … [Read more...] about 저들과 싸우기는 왜 이렇게 힘들고 피곤한가?: 『보통 일베들의 시대』
이공계와 인문계 대학원생의 서글픈 삶
1. 같은 대학원생이라고 해도 이공계와 인문계의 삶은 크게 다르다. 당장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인문계에는 LAB이라는 개념이 없다"라는 말만 해도 마치 코페르니쿠스 앞에서 그래도 지구는 돌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와 비슷한 표정을 접하게 된다. LAB의 존재가 열역학법칙과도 같은 이공계 관점에서는 이런 패턴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지. 인문계 대학원은 철저하게 솔플이다. 물론 지도학생 개념이 있고, 대학원생끼리의 세미나도 존재하며, 학위논문 역시 일정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작성 가능하기는 … [Read more...] about 이공계와 인문계 대학원생의 서글픈 삶
연봉 대부분을 ‘잠’에 투자한 직장인이 뿌듯한 이유
500,000,000원 집 한 채 가격도, 초호화 명품 가격도, 고급 세단 가격도 아니다. 바로 침대 가격이다.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스웨덴 럭셔리 매트리스 브랜드 해스텐스의 '그랜드 비버더스'를 선보였다. 이 침대 가격은 무려 5억 원. 국내에서 판매되는 침대 중 최고가다. 스웨덴 최고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수작업 제작한 이 제품은 주문을 해도 배송까지 꼬박 반년이 걸린다. 명품 시장에 가려졌지만, 수면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 [Read more...] about 연봉 대부분을 ‘잠’에 투자한 직장인이 뿌듯한 이유
우리 사회가 잔인한 이유는 ‘시간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의 실패란 주로 '시간'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독 잔인한 데가 있다. 모든 일들에 대해 사회가 상당히 엄격한 스케쥴려를 갖고 있고, 그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패배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대학 입학을 위한 나이, 취업이나 신입사원에 적절한 나이,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아야 하는 나이, 아파트를 사거나 골프를 쳐아하는 나이 같은 것들이 꽤나 광범위하게 암묵적인 룰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룰 또는 사회적 시간표는 개개인들에게 유달리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 뒤처지고 있다는 … [Read more...] about 우리 사회가 잔인한 이유는 ‘시간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죽음에 이르는 병, 서열문화
야, 너 몇 살이야? 내가 형이네. 그러니까 까불지 마, 꺼져. 아이들이 놀고 있는 걸 보고 있을 때, 가장 착잡하달지 꼴 보기 싫은 순간이 이런 순간이다. 아직 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아이들이 벌써부터 '나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서열을 나누고 동생이나 다른 아이를 함부로 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 사뭇 아쉽다. 축적된 문화라는 건 무서울 정도로 사라지지 않아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서열을 나누고 권력을 휘두르며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는 무례함을 너무 일찍부터 배운다. 다른 나라도 그런지는 … [Read more...] about 사회가 죽음에 이르는 병, 서열문화
“장애”는 사회적인 것이다
장애와 관련된 약간의 공부, 약간의 생각만 해도 이미 알고 있는 너무나 뻔한 이야기지만 장애는 사회적인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불편한 것을 우리는 ‘장애’라 하고, 이를 가진 이를 ‘장애인’이라 한다. 예컨대 안경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혹은 안경 맞추는 데 1억 원쯤 든다면, 나를 비롯하여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는 시각장애인의 영역에 들어갈 것이다. 지금 심하지 않은 평발을 장애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짚신과 미투리의 시대라면, 교통수단이 없어 도보 이동이 필수인 … [Read more...] about “장애”는 사회적인 것이다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서울시의 흥미로운 실험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흥미로운 정책 실험을 시작한다. 실험의 이름은 ‘안심소득’. 기준소득보다 적게 버는 가구에 서울시가 모자란 부분의 절반만큼을 채워주는 제도이다. 사실 소득 양극화 문제는 끊임없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기술이 발전하고 자동화가 보편화되면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은 고임금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고 저임금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앞으로 점점더 심해질 양극화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이번 정책 실험을 결정했다고 … [Read more...] about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서울시의 흥미로운 실험
글로벌 대한민국의 호감도 상승: 무엇 때문이며, 누구의 공인가?
※ 매일경제의 「일본도 한국에 호감으로…BTS가 국가이미지 올린 일등공신」을 참고한 글입니다. 1. 한국의 글로벌 위상과 관련하여, 2020년 연초에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4관왕을 했다. 곧이어 코로나 사태가 터졌는데 뉴욕타임스, BBC 등 저명한 외신을 중심으로 ‘K-방역’에 대한 엄청난 호평이 쏟아졌다. 불과 2015년경만 해도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2020년은 국뽕의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Read more...] about 글로벌 대한민국의 호감도 상승: 무엇 때문이며, 누구의 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