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팀장은 오늘 회의에서 팀원들의 반응이 많이 서운했다. 이런 녀석들을 믿고 지금까지 의지해 온 것이 솔직히 후회가 될 정도였다.
올해 상반기에 최 팀장은 팀원들과 약속을 했었다.목표 실적을 달성하면 본부장님께 어떻게든 특별 격려금 1인당 100만 원씩 받아오겠다고. 팀원들은 매우 기뻐하면서 실적 달성에 성공했다. 최 팀장은 본부장님과 협의도 잘 되었고, 사장님도 최 팀장의 성과에 매우 흡족해하면서 특별 격려금을 추가해 주셨다. 그래서 예상보다 더 많은 2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팀원들은 매우 즐거워했다.
그리면서 최 팀장은 한 번 더 약속했다. 하반기에도 마찬가지로 연말 실적을 달성하면 100만 원 격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써보겠노라고. 팀원들은 하반기에도 열심히 해서 성과 달성을 했다.
그런데 정작 본부장님이 바뀌면서 성과 격려금에 대해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되었다. 성과금 약속은 절대 들어줄 수 없다면서, 최 팀장에게 뭘 더 그렇게 바라냐며 채근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결국 직원들과의 신뢰 문제를 언급하며 사정사정한 끝에 1인당 50만 원 정도씩만 받을 수 있었다.
월급 받고 일하면서 뭘 자꾸 더 바라느냐고 채근했다. 결국 팀원들과 신뢰문제가 있다면서 겨우 사정사정한 끝에 성과 격려금 1인당 50만 원씩 받을 수 있게되었다.
그런데, 이 상황을 회의 때 팀원들에게 공유하자 의외로 차가운 반응이 돌아왔다.
팀원 1: 팀장님, 이건 약속과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팀원 2: 맞아요. 이런 식으로 신뢰를 잃으시면 안 되죠.
최 팀장: 이봐, 그래도 상반기에는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해줬잖아.
팀원 3: 그건 아는데요, 그래도요….
최 팀장은 배신감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지난 번에는 팀장 덕에 100 만원씩 더 받았지 않은가. 이번에 50만원 덜 받았어도 1년 총합으로 따지면 50만 원 이상을 추가적으로 받은 것 아닌가.
“약속한 것보다 초과 달성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조직 생활에서 우리는 다양한 약속을 한다. 고객사와의 계약 형태일 수도 있고, 단순 동료 사이의 부탁일 수도 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생각처럼만 되는 것은 아니다. 약속을 못 지킬 때도 있지만, 약속 이상으로 초과해서 기쁨을 줄 수도 있다.
최 팀장의 서운함은 당연하다. 상반기를 생각하면 좀 부족해도 팀원들이 이해해 주는 게 맞다. 그런데 왜 팀원들은 서운해하는 것일까? 왜 상반기에 더 받은 성과급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하지 못할까?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자 에일리 그니지(Ayelet Gneezy)와 니콜라스 에플리(Nicholas Epley)는 시카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약속을 지킬 때와 지키지 못할 때, 그리고 초과해서 지킬 때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였다.실험 방법은 다음과 같다.
A그룹 학생들은 퍼즐 하나를 풀 때마다 수당을 받는다. 총 40개의 퍼즐을 풀기로 했다. 여기에 B그룹 학생들이 대가 없이 그들을 도와 총 10개의 퍼즐을 풀어주기로 했다.
다만 B그룹 학생들의 역량은 각자 다르다. 어떤 B그룹 학생들은 5개밖에 못 푼 반면, 어떤 학생은 10개를 초과해서 15개를 풀어 주었다. 이후 A그룹 학생들은 B그룹 학생들에 대해서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측정해 보았다.
A그룹 참가자들은 B그룹 참가자들이 약속을 어겼을 경우에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고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약속을 지켰을 경우 사회적 계약을 이행하여 신뢰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객관적으로 얻은 이익보다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약속을 초과해서 지킨 경우에는, 약속을 지켰을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의 감사와 행복을 표현했다. 즉, 약속한 것보다 초과적으로 이행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감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대한 것보다 초과 달성하면 어떤 마음을 갖게 되는가?”
에일릿 그니지와 니콜라스 에플리는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143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약속과 기대의 개념을 구별해서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실험군을 A, B 그룹으로 구분했다. A그룹은 누군가와 약속했던 경험을 떠올린 뒤 그 약속을 어기거나, 지켰거나, 초과 이행한 경우를 나누어 그때 상대의 행동에 대한 감정을 작성하게 했다.
B그룹은 누군가가 무엇을 하기를 기대했는데 그 사람이 기대에 못 미치게, 기대한 만큼, 또는 기대한 것 이상 이행한 경우 그때 상대의 행동에 대한 감정을 작성하게 했다.
두 그룹의 차이는 ‘기대’에 있다. A그룹의 실험은 약속에 포커스를 둔 반면, B그룹은 기대에 포커스를 두었다. 그 결과, 약속은 이전에 했던 실험처럼 초과해서 이행했다 하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에 차이가 없었다. 반면 기대의 경우, 기대한 만큼 이행하는 것보다 기대한 것 이상을 이행했을 경우 고마운 감정을 더 크게 느꼈다.
‘약속’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특정한 행동을 수행하겠다고 밝히는 대인 관계다. 반면 ‘기대’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 개인 혼자서 내부적으로 가지는 호감이다.
약속은 상대방과 교류를 해서 결정한 사회적 계약이다. 이것을 지킨다는 것은 제공되는 객관적 편익 이상을 넘어 사회적 편익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매우 높은 긍정성 효과와 행복감을 주게 된다. 이 행복감은 워낙 극대화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편익 초과분(10개를 약속했는데 15개를 도와주었다든지)에 대해서는 객관적 편익만큼 평가되지 않는다.
반면 기대는 다르다. 누군가에게 혼자 기대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퍼즐을 5개 도와준 경우와 10개 도와준 경우, 15개 도와준 경우가 모두 다르다. 그래서 편익만큼 행복감과 긍정 효과가 상승하게 된다.
기대와 약속은 다르다
최 팀장은 상반기 목표 달성 시 100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따라서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충분한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추가로 받은 100만 원은 그만큼 감사의 마음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하반기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50만 원밖에 받지 못한 것은 약속을 어긴 것이 되어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사회적 계약을 달성했을 때의 긍정적 효과만큼 부정적 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상대방이 그래도 내가 열심히 한 걸 알아줬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오직 부정적 결과만이 강력하게 남는다. 상반기의 약속 초과분으로 이를 회복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다.
최 팀장은 이번 일을 통해 향후 팀을 운영하는 두 가지 기준을 세웠다.
첫째, 약속은 가급적 최소화로 하기로 했다.
그동안 팀원들 사기를 진작시키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여러 약속을 해 왔다. 어떤 것은 지켜졌고, 어떤 것은 그렇지 못했다. 매번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니 지키지 못하더라도 팀원들이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지키지 못하는 약속은 오히려 더 큰 부정적 감정을 발생시킨다. 그러므로 약속은 최소화된 수준으로 정하는 게 좋다.
둘째, 여력이 생기면 그 약속을 초과해서 이해하는 것보다는 약속하지 않았지만 팀원이 기대할 만한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다.
약속을 초과 이행할 경우, 노력에 비하여 객관적으로 감사받는 것도 어렵다.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팀장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약속하지 않았지만 팀원들이 팀장에게 기대할 만한 부분을 찾아보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집중하겠다고 결심했다. 최 팀장, 화이팅이다.
원문: 장철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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