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 ‘당당치킨’이 이익이 남는다는 홈플러스 측 주장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정도라고 봐야 하겠죠. 매장 임대료나 연구 개발 비용, 인건비 같은 거 싹 다 무시하고 아마 재료값에 최소한의 운영비 정도만 원가에 반영해서 계산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전 이게 상당히 ‘치사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당당치킨’은 단독으로는 생존 불가능한 ‘미끼성’ 비즈니스 모델이예요. 하지만 기존 치킨 프랜차이즈에 대한 반감을 부추겨 이 ‘미끼’의 위력을 더욱 폭발적으로 만든 거죠. 이렇게 경쟁업체를 악마화함으로써 홈플러스는 착한 이미지를 가져가고요.
2.
‘치킨을 튀겨서 판다’는 것 자체는 지극히 진입장벽이 낮은 업입니다. 요알못 임예인조차, 치킨을 먹을 만한 수준으로 튀기는 건 지금 당장도 할 수 있어요. 진입장벽이 낮다는 건 시장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단 얘기에요. 담합이 작동하기 어렵고, 가격 또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 시장가격으로 거의 맞춰지죠.
예를 들어 시장 1, 2위 사업자가 담합을 해서 치킨값을 3만 원으로 결정했다고 해 보죠. 그런데 임예인이 단돈 1만 원에 이 수준의 치킨을 튀길 수 있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선 1, 2위 사업자의 치킨을 먹을 이유가 없어요. 임예인네 치킨집으로 가면 되죠.
물론 실제로는 공급체인 등의 문제로 이렇게까지 단순하게 시장이 작동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뭔가 어둠의 손이 존재해서 보이지 않는 손을 제압하고 시장 규칙을 교란하는, 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실제로도 BBQ가 너무 비싸다면 그냥 썬더치킨을 먹으면 돼요(썬더치킨 마늘치킨 넘 맛있어). 그것조차 비싸다면 동네에 있는 옛날통닭집에 가면 되고요.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훨씬 비싼 값을 주고 BBQ나 BHC를 먹는다면, 그건 소비자가 이들 치킨에 그만큼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뜻일 뿐이죠.
이걸 무슨 대단한 불의처럼 말하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대체할 상품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처럼 차이가 극명한 것도 아니에요. 다들 똑같이 닭이고 똑같이 후라이드고 양념이라고요.
만일 “BBQ 후라이드와 썬더치킨 후라이드는 다르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결국 BBQ 후라이드에 그만큼의 ‘차별성’을 부여하는 셈입니다. 그 차별성에 얼마만큼의 가격을 책정할지는 사업자의 자유로운 비즈니스 영역이라고 봐야죠.
여기에 치솟는 식자재 물가와 높아진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치킨값이 비싸진다는 건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회사 개발자의 평균 연봉이 7-8천이라면, 어느 치킨 프랜차이즈의 직원 평균 연봉도 7-8천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겠지만요.)
4.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같은 걸 지적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본사가 재료값을 과하게 책정한다든지, 인테리어 비용을 과하게 책정한다든지, 지점은 망해가는데 본사만 배를 불리는 구조라든지… 이런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지적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치킨값이 비싸다’는 사실 자체가 횡포의 증거가 되면 안 됩니다. 현실에서는 ‘배달비도 4천 원이나 받으면서 치킨값도 올린다, 폭리다’ 같은 얘기가 횡행합니다. 실제로 4천 원의 배달비는 배달 인건비에도 한참 미달하는 수준일 텐데 말이죠.
사실 ‘당당치킨’의 홍보 전략 자체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프랜차이즈 치킨이 비싸니 조금 수고롭더라도 마트에서 저렴한 치킨을 먹겠다, 이런 소비자들의 태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반대로 프랜차이즈 치킨이 더 다양하고 맛있으니 프랜차이즈 치킨을 먹겠다는 소비자들도 지극히 정상이고요.
문제는 이걸 대단한 사회 불의의 증거인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일부 미디어, 유튜버들입니다. 이건 그냥 치킨일 뿐입니다. 누구나 튀길 수 있고 누구나 팔 수 있는, 지극히 진입장벽이 낮은 상품이요. ‘당당치킨’은 한 초대형 소매업체의 미끼성 상품일 뿐이고요.
원문: 임예인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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