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부당하다, 라는 주장의 이면에는 ‘나는 그렇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라는 일종의 도덕적 자부심(?)이 깔려 있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정말 그럴까?
이 분들이 살면서 여태껏 클레임 한번 걸어본 적이 없다면 인정한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다가 버튼 잘못 눌러서 버벅대거나, ATM에서 인출하면서 비밀번호 틀려서 다시 시도하거나, 계산대 앞에서 부랴부랴 돈 꺼내느라 허둥대거나, 지하철 게이트 통과하면서 교통카드 오류 일으켜서 바로 통과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운전하다가 신호 바뀐 거 제대로 못봐서 바로 출발 못하고 순간적으로 교통흐름을 방해했다거나, 이런 종류의 경험도 단 한번도 없다면 바로 ‘쌉인정’ 가능하다.
본인이 몰라서, 못 느껴서, 못 깨달아서, 혹은 인정하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본인 또한 여기저기 피해를 끼치고서 산다. 그걸 다들 적당히 용인해주면서 살기 때문에, 그걸로 인해서 눈에 띄는 반발을 겪어보지 않은 것일 뿐. 비록 나에게 일정한 불편을 끼치더라도 그게 누군가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나 또한 그와 같은 실수로 인해서 비슷한 폐를 끼칠 수 있다는 공감대라는 게 있기 때문에 당신의 그런 자잘한 실수와 민폐들에 대해서 누가 굳이 타박하거나 따지지 않는 것일 뿐이다.
자기가 등록금 내고 듣는 수업에 피해를 끼쳤기 때문에 고소한 거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학생을 보면서 드는 생각인데, 그런 논리대로라면 내가 매긴 학점에 대해 한밤중에 이메일이나 문자 보내서 자기 성적 왜 이러냐며 정정을 요구하는 학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나는 고소할 수 있는 건가.
수업시간에 떠들거나, 엎드려 자거나, 양해도 구하지 않고 들락거리거나 기타 다양한 방법으로 강의 진행을 방해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고소가 가능한 건가. 본인의 학업성취도는 생각하지 않고 강의가 어렵다거나 과제가 많다는 이유로 강의평가에 별점 테러를 가하는 학생들도 업무방해로 고소가 가능한 부분인가?
진상 부리는 인간들 치고 자기가 진상인 거 아는 사람 없고, 갑질하는 사람 치고 자기가 갑질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다. 피해 끼치는 행위라서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 치고 자기가 평소에 주위에 어떤 종류의 피해를 끼치면서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런 피해들을 어떤 이유로 양해받고 살아가는지를 깨닫지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원문: 박성호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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