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참 나이 어린 작가가 황망한 일을 당한 뒤 "우째 이런 일이!"를 연발하는 걸 보았다. 경상도 출신도 아니면서 그 말을 쓰는 것이 우스워서 그 표현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관용어처럼 사용하지 않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말이 대한민국 사람들 누구나 아는 관용어로 자리잡은 계기를 아마도 그녀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그녀가 초등학생 아니면 유치원생 때였을 1993년 초의 일이었으니까.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1993년 초반, '문민정부'의 찬연한 … [Read more...] about 두사부일체의 모티브가 된 학교 이야기
사회
당신도 회사 내 잉여가 될 수 있다
전문가가 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가? 후배가 링크해 둔 블로그 왜 45세 정년이 될 수 밖에 없는가 (기술기업의 관점에서) 는 한국 기술기업이 원천기술 개발을 외면하고 응용제품 생산에만 전전하는 현실을 짚으면서, 그로 인해 기술인력의 한계생산성이 중년이 되면 가치가 없어져 조직에서 버려진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비단 기술기업뿐 아니라 일반 사무직에서도 마찬가지로 깊이 없는 단순 기능으로는 45세 이상 생존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위 그림에서 붉은 삼각형은 전형적인 … [Read more...] about 당신도 회사 내 잉여가 될 수 있다
조리돌림의 잔인함을 드러낸 영화 7선
고대와 중세까지는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것이 형벌의 한 형태였다. 이러한 문화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혼재했으며, 이제는 인터넷 조리돌림으로까지 발전했다. 이런 문제를 다룬 영화 7편을 선정했다. 1. 여성을 공격하며 공동체를 유지하는 집단 광기: 크루서블 아서 밀러의 연극, <세일럼의 마녀>는 매카시즘(빨갱이 때려잡기)의 공포를 마녀사냥이라는 소재로 잘 드러낸 작품이다. 원작을 영화로 각색한 <크루서블>을 보면 집단의 정치적 광기와 조리돌림의 … [Read more...] about 조리돌림의 잔인함을 드러낸 영화 7선
만들어진 신: 복잡한 사회는 강력한 신(神) 없이 진화했다
이 글은 Nature의 Complex societies evolved without belief in all-powerful deity를 번역한 글입니다. 정치적으로 복잡한 사회는 초자연적 정신(supernatural spirits)에 대한 믿음의 도움을 받아 등장했지만, '거대한 신(big God)'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인간사회는 교역네트워크가 증가하고 평판이 나타나면서 정치적으로 좀 더 복잡해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종교가 아니라 … [Read more...] about 만들어진 신: 복잡한 사회는 강력한 신(神) 없이 진화했다
예비군 훈련의 진보적 가치
북한핵실험, 남한의 PSI 전면참여 선언 등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이라는 ‘전쟁공포’가 쓰나미 처럼 몰려오는 시점인 지난 6월 1일부터 3일, 나는 본의 아니게 예비군 훈련을 떠나야 했다. 하필 동원예비군 마지막 년차에, 이런 해괴한 기분으로 예비군을 떠나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인 나는 군화끈을 질끈 동여매고, 써지지 않는 모자는 손에 든 체, 혹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집을 한 차례 둘러보고 나섰다. 이 엄중한 현실 속에서 떠나는 동원예비군 훈련이기에 “혹시나 교육훈련이 … [Read more...] about 예비군 훈련의 진보적 가치
사춘기 장애인 학생으로 살아온 시간들
2015년,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이 되었다. 졸업을 앞두고 주변에서는 삼·사수 끝에서야 이제 대학을 입학한다는 또래 친구들의 기쁜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또 군에서 제대하여 복학을 준비하는 동기 친구의 소식도 들린다. 대학 졸업을 앞두면 대학 입시를 공부하던 5년 전 시간이 참 많이 떠오른다. 5년의 시간은 순탄치 않았다. 장애로 인한 사춘기를 지독하게 지내는 바람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자퇴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개월간 공부한 끝에 검정고시를 합격했고 대학입학까지 … [Read more...] about 사춘기 장애인 학생으로 살아온 시간들
‘우리가 원하는 전세’가 유지될 수 없는 이유
전세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 전세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존재하는 기형적 시스템이다. 이게 한동안 유지 가능했고, 대세로 자리잡았던 이유는 꾸준히 집값이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혹자는 고금리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고금리만으로는 전세가 다량 공급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집값 상승 + 고금리가 복합되어야만 전세 공급의 유인이 생긴다. 먼저 금리가 높으면 주택매수자는 높은 대출금리를 부담하느니 전세를 놓아 조달금리를 아끼고, 전세금을 받아 예치해 수익을 거둘 수 … [Read more...] about ‘우리가 원하는 전세’가 유지될 수 없는 이유
퇴계-고봉의 향기로운 ‘편지 교제’
향기로운 꽃에서만 향기가 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도 향기로운 사람이 있고, 더러는 예술작품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심지어 사람간의 교제에서도 향기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 향기로운 교제로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 간의 친교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향기롭다 못해 기품과 고결함마저 든다고 하겠습니다. 손편지가 사라진 요즘 세태에서 대학자요, 선비인 두 사람의 정감어린 편지는 더욱 귀하다고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알게 된 것은 1558년(명종 13년). 당시 퇴계는 58세, … [Read more...] about 퇴계-고봉의 향기로운 ‘편지 교제’
한국 언론 역사상 최악의 오보?
동아일보가 아직도 살아있는 신문이라면 해마다 12월 27일에는 1945년 12월 27일에 내보낸 이 기사에 대한 사과문과 반성문을 실어야 한다. 언론이 사회에 해악을 끼친 사례로 한국 언론사에서 가장 극악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기현 전 계명대 교수(사학)가 자기 책 '해방일기 2'에 쓴 내용이다. 저기서 '해악'은 심지어 "남북 분단"이다. 도대체 어떤 기사였기에 이런 비판까지 듣게 된 걸까. 미국, 영국, 옛 소련 외무장관은 1945년 12월 16~26일(현지 시간) 소련 … [Read more...] about 한국 언론 역사상 최악의 오보?
트위터 조리돌림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망쳐놨는가
뉴욕 타임즈 매거진에 올라온 Jon Ronson의 글이다. 제목은 “어떻게 바보같은 트윗 하나가 저스틴 사코의 삶을 망쳐놨는가”이다. 전문을 번역했다. 30세의 IAC 기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인 Justine Sacco는 2013년 연말 휴가 기간, 가족들을 방문하기 위해 뉴욕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긴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의 불편함에 대해서 다소 과격한 농담을 트위터에 올렸다. 존 F. 케네디 국제 공항에서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에 대한 농담이었다: “‘이상한 독일 … [Read more...] about 트위터 조리돌림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망쳐놨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