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의 알바 임금은 낮은가? 최저임금은 왜 올라가지 않는가?
우선 이 글은 정확한 데이터 없이 검증되지 않은 상상과 추정, 그리고 편향된 시각으로 쓰여짐을 밝혀둔다.
오래전부터 많이 대두된 화두 중 하나가 일본의 알바 임금은 높은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너무 낮다였다. 일본은 전업으로 아르바이트만 하는 이른바 ‘프리타족’이 생겨날만큼 알바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고임금을 받는데 우리나라는 왜 낮을까? 10여년 전만해도 일본이 경제적으로 더 우위에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막연한 추정을 해왔다. 정말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여타 OECD 국가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OECD 평균이 16.1%(2010년 기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30%에 육박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터키, 멕시코 그리고 그리스 세 나라 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이 높은 것일까? 기업이 그만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로 인해 일자리의 선순환이 일어나지 못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아마 일부 원인을 제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자영업 창업은 ‘대안’이 없어서 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선택일까? 그것도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어떠할까? 어느나라던 비정규직 또는 단기 알바는 10대후반~30대초반 사이의 인력 공급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왜 미래도 불투명한 프리타 생활을 할까?
무엇보다 프리타와 일반 중소 (혹은 일부 대기업)기업을 다니는 이들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다. 지방도시와 주요도심의 물가 차이가 커서 평균적으로 보긴 힘들지만, 20여년 가까이 비슷한 수준을 맴도는 일본의 시급은 주요 도심지의 경우 1,000엔을 약간 상회한다. 패스트푸드 주요 체인점의 경우 1,000~1,300엔 사이다. 하루 8~9시간씩 월 25일간 일할 경우 20만엔~26만엔 정도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높은 일본임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대졸 정규직 초임은 어떠할까? 2011년 후생성 발표에 의하면 대졸 초임은 대부분의 직종에서 평균 월 20만엔부터 시작하며 25만엔을 넘는 일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가 신입 애니메이터의 월급으로 20만엔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다.)
뭔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급여 수준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니 도리어 알바를 하는 것이 당장의 소득면에서는 합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일본에 프리타족이 등장한 것은 사토루(관망하다라는 뜻의 일본어) 세대라고 부를만큼 그들이 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정규직의 급여가 알바보다 그다지 경쟁력이 없어서인 것이다. 물론 일본도 대기업은 조금 많은 급여를 준다. (월 30만엔 정도) 하지만 일본도 대기업 일자리가 매우 소수인 것은 굳이 비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1]
일본 아르바이트비 고임금의 비밀
그렇다면 일본 알바의 고임금은 어떻게 가능한걸까?
나는 주된 원인이 ‘주거비’에 있다는 생각이다. 일본의 경우 20대의 주거 독립률이 굉장히 높은데(심한 경우 10대 후반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만 되도 대부분 집을 나와서 히토리크라시(혼자 살기, 1인가구)를 한다. 그만한 나이를 먹고도 부모에게 붙어사는 이들은 무능력한 이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최근에는 그런 경향도 조금 줄고 일본에서도 캥거루족이 느는 추세라한다) 능력 있는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급 받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족한 생활비를 벌충한다.
일본의 월세는 상당히 높다. 우리나라의 원룸에 해당하는 1DK 구조의 도심지 인근 주택도 최소 월 6~7만엔 수준의 월세를 지급해야한다. 그 외에 수도, 전기, 광열, 식비, 통신비용 등의 생활비를 모두 부담하려면 아무리 아껴 쓰더라도 10만엔의 고정비는 나가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방에서 올라온 경우가 아니면 20대의 경우 대부분 부모와 함께 생활을 하며 생활비를 전가한다(부정적 표현처럼 들릴 수 있는데 단순히 현상을 설명한 것이다.) 즉, 일본과 비교하여 100만원에 가까운 고정 비용이 세이브된다.
즉, 이를 비교해보면 일본처럼 독립을 하는 경우 우리나라 수준의 낮은 급여를 받고 생활이 불가능하다. 생활에 따르는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일본의 이러한 문화는 저임금 노동공급 감소로 이어졌고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창업의 발생 자체를 막았다. 이로 인해 일본은 지금과 같은 수준의 고임금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일본의 자영업 비중은 81년 우리와 비슷한 27.5% 수준에서 90년 20.2%, 2011년 기준 12%까지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부모와 함께 생활하여 고정비용이 세이브되니 낮은 수준의 급여에도 선뜻 노동에 나선다. 그러한 공급이 줄어들지 않으니 이른바 ‘인건비 따먹기’라고 불리는 자영업 창업이 무덤이라고 불리는데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것이다. 정규직으로 일해서 200~300만원을 받았는데 창업을 하니 몸은 조금 고생스럽지만 500만원의 소득을 얻는다면 창업도 할만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속에는 80만원~120만원의 비용으로 희생되는 단기 노동자가 있다.
여기서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착취하는 자영업자? 낮은 임금에도 선뜻 일하는 약삭빠른 노동자? 수수방관하는 정부?(정부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결국 외국 사례의 단편적 비교는 언제나처럼 코끼리 코만지기에 지나지 않는다. 한발 물러서서 보면 우리가 기형적으로 보이더라도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는 그 나름의 균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론 사회진화론은 사람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포커싱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19세기 진화론자들은 진화를 잘못 이해했다.진화는 발전이 아니다.)
무엇보다 고소득을 얻는 일본의 프리타들은 과연 우리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할까? 20만엔 남짓한 월 급여에서 10만엔의 고정비를 제외하면 고정비 부담이 없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굳이 체리피커라고 한다면 부모와 함께 살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수’랄까. 이들이 다수가 된다면 저임금 구조로 다시 변화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의 저임금 구조가 변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캥거루족들이 사라져야한다. 이와 함께 경쟁력이 낮은 자영업자들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그렇다고해서 풍요로운 생활이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고정비’만큼의 소득만 증가할테니까. 그리고 누군가는 그 비용을 희생해야할 것이다.
물론 나는 생활 수준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그 쪽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다고 여긴다. 아마도 주택문제, 출산율, 자영업 문제 등이 지금보다 많이 개선될 것이다.[2]
원문: 내일의죠, 탐구하고 실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