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처럼 한국에 가고 싶은 적이 또 있었던가 싶다. 위대한 혁명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우리 인생에 이런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명예혁명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린다. 2016년 촛불혁명이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면, 모르긴 해도 세계사에 가장 위대한 혁명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백 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온 친일독재부패보수 기득권 세력의 수장이자 아이돌 같은 상징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끌어내리는 믿지 못할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두 … [Read more...] about 지금의 한국, 선진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고비
사회
서울대병원 간호사의 생애 첫 파업기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 진나라 말기 중국 최초의 농민 반란을 일으킨 진승과 오광이 한 말이다. 나라 변방으로 부역을 가던 둘은, 물난리가 나자 제날짜에 도착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날짜를 어기면 이유 불문 사형이었다. 옴짝달싹 못 하게 몰아세우니 이대로는 도착해도 죽고 도망가다 잡혀도 죽을 게 뻔한 상황에서 이들은 봉기를 결의했다. 민중은 개돼지다. 출발 선상이 다른데 어찌 내 자식 일처럼 생각이 되나. 얼마 전 대한민국 교육부 2급 공무원인 나향욱이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 [Read more...] about 서울대병원 간호사의 생애 첫 파업기
‘평화시위 회의론’이 보지 못하는 것
요즘 ‘평화시위’라는 방식을 두고 얘기가 많다. 한쪽에선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시위문화도 선진화해야 한다며 평화시위를 옹호하고, 다른 한쪽에선 평화시위가 가져다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은 이미 2008년 광우병 집회를 하면서 보지 안았으냐며 답답해한다. 나는 이 후자를 ‘평화시위 회의론’이라고 부른다. 이 입장에 따르면, 평화시위로는 대중이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가 없고 광장에 모인 군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별 성과 없이 흩어지기 쉽다. 그런데 ‘평화시위 회의론’이 2008년의 … [Read more...] about ‘평화시위 회의론’이 보지 못하는 것
탄핵만이 해결책이다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해한 때에,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헌법적 절차가 탄핵이다. 그 외에는 대통령의 헌법 위해, 법률 위해에 대한 헌법적 절차가 있나? 내가 알기로 없다. 하야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자기가 정하는 것이고, 개헌은 헌법/법률 위해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해에 대해 헌법이 정한 규칙은 탄핵밖에 없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사회적 계약의 기초인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진퇴에 대한 규정이다. 따라서 헌법적 절차를 따른다면 탄핵이 기본이고, … [Read more...] about 탄핵만이 해결책이다
계급 낮은 사람이 부르는 ‘미스 박’, 왜 여성혐오인가요?
그제와 어제는 '미스 박'이라는 용어 사용을 더 많이 해서 '미스', '미스터'라는 말의 원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얼떨결에 토론하게 되었다. 매우 흡사해 보이는 두 트윗(서로 다른 사람이 작성한)을 보고서 여러 생각이 들어서 혼자 주절거렸기 때문이었다. 미스터 박은 그럼 남혐인가요? 미스·미스터라는 말을 하급자가 상급자에게도 더 많이 써서 본래의 의미를 회복해야 한다. 두 주장을 보고서 나는 꽃다지의 노래에 대해 얘기했다. 이명박을 '미스터 리'라고 불러서 … [Read more...] about 계급 낮은 사람이 부르는 ‘미스 박’, 왜 여성혐오인가요?
스노든은 남았지만 손석희는 사라져야 한다
지난 10월 24일, JTBC 뉴스룸의 단독 보도로 시작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정국이 어느덧 한 달째를 맞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쏟아지는 상식을 벗어난 사실들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황당함, 좌절감 그리고 분노 속에서 지난 한 달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백만 명의 시민들의 모습은 국민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잘못된 현실을 바꾸어 내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들의 마음속에 숨길 수 없는 감정 중 … [Read more...] about 스노든은 남았지만 손석희는 사라져야 한다
투표연령, 13세까지 낮추자는 주장에 대하여
※ 이 글은 워싱턴포스트의 『Let children vote. Even 13-year-olds.』를 번역한 글입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중 뉴요커의 한 기자는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정치적 수사에는 어린이들이 우리의 욕망과 결정을 이끄는 유일한 요소라는 진부한 전제가 깔려있다. 실제로 미국의 정치인들이 투표권도 없는 집단을 자주 들먹이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물론 이는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부모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언어죠. 실제로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정치나 … [Read more...] about 투표연령, 13세까지 낮추자는 주장에 대하여
지금 다시, 헌법을 읽어야 하는 이유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대한민국을 수렁으로 빠트렸다. 진보·보수할 것 없이 각 매체는 연일 단독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오죽하면 한 작가는 작금의 상황이 상상 그 이상의 소설적 경험을 보여준다며, 자신 같은 소설가들은 더는 할 일이 없다고 한탄했을까. 그 작가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헌법’을 읽어야만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로고폴리스에서 펴낸 <지금 다시, 헌법>은 더없이 반가운 책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헌법을 쉽게 풀어냈다. 현 시국에서 살펴봐야 … [Read more...] about 지금 다시, 헌법을 읽어야 하는 이유
역사라는 흐름, 망하지도 사라지지도 않을 95%의 ‘우리’
1. 사인(私人) 박근혜가 원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정치인으로서의 박근혜라는 캐릭터는 '바비돌 신드롬' 같은 게 있는 듯하다. 즉 번듯한 대학의 전자공학사이고 거대정당을 이끄는 중견 정치인이라는 커리어를 달성하는 것과 별도로, 그와 동시에 어떤 불가능한 미적 기준을 상정해 이 역시 진지한 달성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로써 못생긴 여성에게 부과되는 멸시의 화살을 방어하고 역으로 예쁜 여자에게 주어지는 유리함을 챙기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런 게 누구의 의지였을까? 근본적으로 … [Read more...] about 역사라는 흐름, 망하지도 사라지지도 않을 95%의 ‘우리’
우리는 ‘용기 있고 역량 있는 집회’를 했다
100만이 모인 날, 우리는 멋지고 자랑스러웠다 내가 경험한 첫 집회는 2004년 노무현 탄핵 반대 집회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앉아 촛불 들고 어색하게 구호를 외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 다양한 집회 한쪽 모서리에 참석했지만, 경찰과 심각하게 대치를 한다거나 물대포나 캡사이신을 맞아본 적은 없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영역에서 멀리 떨어져 최대한 안전하게 참석했다. 마치 정시에 출근했다 퇴근하는 직장인처럼 광장에서 열리는 문화제에 참여하여 인증샷 찍고, 어색하게 구호 외치고, 짧게 … [Read more...] about 우리는 ‘용기 있고 역량 있는 집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