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나보다 훨씬 치열하게 고민하는 ‘저널리즘의 디지털 혁신’ 논의에 관해서, 약간 기본 전제로 잡아야 할 구석을 짚어두고자 몇 가지 논의 사항을 남긴다.
모든 것의 제 1질문은, “굳이 그것을 왜 하는가“이다. 물어보자. 왜 저널리즘을 하는가? 민주사회적 기능? 유통업 성공? 아름다운 보도 솜씨 과시? 디지털 혁신을 저널리즘의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 시민참여의 질적 향상이라는 규범적 목표를 위해? 산업적 성공을 위해? 실력 뽐내기?
사실은 물론 모두 해당하고, 서로 상당 부분 연동되어 있기도 하다. 사회적 기능(a) + 산업적 기능(b) + 문화적 기능(c)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산업(b)을 너도나도 강조하고, 그 논의를 더 매력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문화(c)를 삽입한다. 허나 정작 사회(a)를 결합할 생각들이 희박하다.
하지만 사실은 사회적 기능(a)이야말로 저널리즘에 우리가 사회적으로 신경을 할애해야 할 가장 근본적 지점이다. 그게 없으면 나머지 기능은 그냥 각자 알아서들 시장 속에서 지지고 볶으면 땡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라면 함께 고민하고 훈수 두고 어쩌고 할 필요도 없다. 적응하는 게 느리면 알아서 망하겠거니 하면 된다.
그러니까 다시 사회적 기능이라는 규범을 다잡으며, 이런 전제를 깔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널리즘의 디지털 혁신이 향해야 할 바는, 디지털 혁신을 통한 사회 속 저널리즘 기능의 복원/강화다.
물론, 모든 매체가 사회적 역할을 지향하고 보도규범을 지키는 ‘좋은 저널리즘’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심지어 바람직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공공적 관심사를 담고 품질 높은 뉴스가 1) 장려될 사회적 동기가 가꿔지고 2) 지속 가능할 정도의 산업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1)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사회적 동기를 키우는 저널리즘적 방향은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이다.
- 지역 공간 밀착 현실사회의 공공적 결정, 시민 참여적 속성에 기여하기 위해, 현실 사회의 참여가 이뤄지는 정치적 효능감의 단위인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 범위를 되살려야 한다.
- 심층 분석, 심층 공유 그런 토픽으로, 강력한 심층 분석 기사를 내놔야 한다. 더 정확하고 깊은 연구들을 널리 공유해야 한다.
- 정보에 기반한 토론/결정 문화 조성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에 기반하여 토론을 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진영 팬덤이나 불안감이나 막연한 자존심 따위로 여론을 몰곤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분위기를 조성해내는 것 말이다.
- 뉴스 공동체 만들기 즉 정보 소스, 뉴스 결과물 평가 등에 있어서 긴밀하게 깊은 의견을 나누는 코어 참여층을 가꿔야 한다.
- 기타 등등.
2)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이건 한마디로 비용 대비 수익원(시장이든 시장 밖이든)를 충분한 수준으로 키우는 것이다. ‘수익 극대화’와는 다르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저널리즘 개념 포기’와는 더욱 다르다. 이런 요소들을 위해서 디지털 혁신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다.
- 그냥 매력적 신상품으로서의 데이터 기반 보도.
- 히트 수 극대화를 위한 다른 글 연결.
- 흥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큐레이팅.
- 스낵사이즈로 사안을 줄여내기 위한 버즈워드 중심 잘라내기.
- 차별화된 매력으로서의 인터페이스.
아니면 디지털 혁신으로 ‘더 나은 뉴스 기능’을 할 자신이 있는가?
- 사실 발견을 위한 데이터 기반 보도.
- 정보 맥락 강화를 위한 관련 글 연결.
- 시민 참여적 함의가 강한 정보를 강조하기 위한 큐레이팅.
- 복합적 이해를 독려하기 위한 설명저널리즘 기법.
- 뉴스 전달력의 강화를 위한 인터페이스.
‘더 나은 뉴스 기능’은 거의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대중적 호응 규모 감소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독자의 양보다, 소비 수요의 정교화 (타겟 광고의 핵심 데이터)
- 사회적 임팩트에 대한 다양한 측정치 연구
- 선의를 활용하되 선의에 의존하지는 않는, 지불 저항감 낮은 소액 과금과 보상 장치들
다시금 ‘규범’을 논의의 중심축이자 근간에 확고하게 박아두어야 한다. 이런 화두에 대해서 더 궁리해 보아야 한다.
원문 : Capcold님의 블로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