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지난 2002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그해 여름, 한일 월드컵 개최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광화문 네거리를 비롯해 전국, 심지어 해외까지 ‘붉은 악마’들의 응원 소리가 넘쳐났다. 연말에 치러진 대선에서는 ‘바보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돼 기염을 토했다. 노무현 당선의 일등공신이랄 수 있는 ‘노사모’라는 정치인 팬클럽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15년 전, 한일 월드컵 열기가 한창 뜨거웠던 2002년 6월 13일 오전 10시 45분경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 [Read more...] about ‘효순·미선이 사건’과 첫 촛불 집회
사회
코미 청문회와 성범죄 사건 간의 평행이론
*이 글은 뉴욕타임즈의 'Women Say to Comey: Welcome to Our World'를 번역, 게재한 기사입니다. 한 남성에게 공개적인 질문 공세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왜 위협적인 존재로 느껴지는 이와 단 둘이 방 안에 있었나? 상사가 요구한 일이 불편했다면 그냥 일을 그만 두면 되는 것 아닌가? 부적절한 줄 알면서도 상사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계속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왜 상사가 요구한 것을 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나? 어디서 많이 들어본 … [Read more...] about 코미 청문회와 성범죄 사건 간의 평행이론
노인 무임승차, 감정적 접근은 금물이다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부담감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과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종교인 과세이고, 하나는 노인 무임승차입니다. 종교인 과세는 개신교의 극심한 반발로 인해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교가 없지만, 개신교 신자가 많아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선거에서 표를 잃을 가능성이 크기에 정치인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하나의 과제인 노인 무임승차 문제. 이 문제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점점 늘어나고 있는 노인 인구를 … [Read more...] about 노인 무임승차, 감정적 접근은 금물이다
여기에 89년생 김지영이 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아무도 없는 깜깜한 방 안에서 30분 동안 꺼이꺼이 울었다. 나는 왜 김지영이야. 왜 김지영이어서 이렇게 애쓰면서 살아야 해.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나는 왜 김지영이여서 힘든 거 힘들다고 말 못 하고 부당한 거 부당하다 싸우지 못하며 살았어, 왜! 하면서. 그렇다. 나는 89년생 김지영이다. 그리고 내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나에게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을 읽어보라 권했다. 이 책이 마케팅을 활발하게 할 때부터 SNS를 통해 토막토막 내용을 … [Read more...] about 여기에 89년생 김지영이 있다
다시는 군대를 무시하지 마라: 군대가 예전보다 좋아진 4가지 제도
제목에 의아함을 느끼고 들어온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지 말입니다. 아마 당신이 25세 이상의 남자라면 이미 댓글을 달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지 말입니다. 군대는 우리에게 너무나 아픈 기억으로만 남아 있기에 당연하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많이 좋아진 게 이거다. 36개월에 달하던 복무 기간은 21개월로 줄어들었지 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병장 월급을 67만 원까지 올리겠다 공약했지 말입니다. 그 밖의 시설도 많이 좋아졌지 말입니다. 이 말투 계속 쓰다가 전투화에 … [Read more...] about 다시는 군대를 무시하지 마라: 군대가 예전보다 좋아진 4가지 제도
문재인과 청와대를 둘러싼 더러운 프레임
조선일보, ‘장고 끝에… ‘文의 사람들’로 채웠다’ 중앙일보, ‘친문, 개혁 전면에 내세웠다’ 동아일보, ‘‘짙어진 Moon’… 내각 친문카드 꺼냈다’ 조중동은 문재인 정부의 최근 인사에 또다시 '친문 프레임'을 짜고 있습니다. 과거 '친노 프레임' 혹은 '코드 인사'를 다시금 꺼내 든 거죠. 이를 통해서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소위 '친문'이라고 불리는 자기 사람들을 각 요직에 등용했고 앞으로도 낙하산 인사는 계속될 것이다’라는 시그널을 주고 있습니다. 대중이 자신들의 프레임에 … [Read more...] about 문재인과 청와대를 둘러싼 더러운 프레임
몰카에 대한 단상
나는 몰카 피해자가 될 뻔한 적이 있고, 사실은 이미 돌아다니는 몰카 영상 속의 여성 중 한 명일 수도 있다. 대학 2학년 때, 모 유명 체인점 카페에서 친구들과 떠들던 나는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옆 복사실에서 발표할 프린트물을 찾아오겠다고 말한 후, 그 건물의 여성용 화장실에 들어갔다. 화장실에 들어선 나는 가방과 옷을 걸고, 바지를 내리려다 문득 앞을 보았다. 문 쪽 고리에 있는 나사가 눈에 띄어서 멈칫 한 것이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뭔가 달랐다. 단 하나의 … [Read more...] about 몰카에 대한 단상
끔찍한 반공 이데올로기 : 이북면과 북계리, 그리고 김무장 씨의 이야기
이북 새끼들과 북괴 놈들 이태 전인 2015년으로 기억된다. 창원동읍농협 김순재 전 조합장을 만난 적이 있다. 주남저수지 일대에 남아 있는 역사문화유적을 알아보는 과정에서였다. 무슨 말끝에 김순재 선수가 이런 말씀을 했다. “김해에 이북면이 있었어예. 와, 북한을 이북이라 한다 아입니꺼. 그래서 사람들이 ‘이북 새끼들 다 나쁜 놈들이야’ 하는 식으로 말하다 보이 느낌이 좋지 않다 캐서 이름을 바깠다 아입니꺼.”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북초등학교’를 본 기억이 났다. … [Read more...] about 끔찍한 반공 이데올로기 : 이북면과 북계리, 그리고 김무장 씨의 이야기
웨이트리스도 페미니스트일 수 있을까?
※이 글은 NYTIMES에 게재된 Can You Be a Waitress and a Feminist? 를 번역하여 옮긴 것입니다. 이번주에도 나는 일터에서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라스베가스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근무 시간이 끝나고 난 후에는 팁을 세어보고 이 정도면 견딜만 했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여기는 사람에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나는 주간에는 대학 강사로 임금 격차와 양성 평등을 … [Read more...] about 웨이트리스도 페미니스트일 수 있을까?
우리 주변의 ‘정진석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였던 4선의 현직 국회의원이 불특정 다수의 시민 대중으로 구성된 문재인과 민주당 지지자들을 ‘좌파 좀비’라는 일방적으로 부정적 가치판단을 담은 언설을 사용해 폄하했고, 더 나아가 경멸하는 것을 서슴치 않았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시민 주권 사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다. 가장 최신의 민주주의적 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행태이기도 하다. 그가 ‘구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 [Read more...] about 우리 주변의 ‘정진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