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게이트’ 또는 ‘이영복 게이트’라 불리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업은 해운대 바닷가 앞에 101층의 초고층 건물을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각종 인허가 특혜 시비와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돼 왔습니다. 그동안 수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 사업은 2016년 7월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시작해 부산지검의 ‘엘시티 비리 특별수사팀’으로 확대 편성돼 수사 진행 중입니다.
엘시티 사건으로 24명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2명은 구속 기소, 다른 12명은 불구속 기소 됐습니다. 그중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배덕광 국회의원, 허남식 전 부산시장, 이장호 전 부산은행장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건의 핵심 인물로 볼 수 있는 서병수 부산 시장과 황교안 전 총리는 수사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을 왜 수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정리해봤습니다.
최측근 구속에도 검찰 수사조차 받지 않은 서병수 부산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은 엘시티 사업장이 있는 해운대구청장과 해운대구 국회의원 출신으로 엘시티와 밀접하게 연루된 인물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수사는 아예 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실형을 선고받은 정기룡 전 부산시 경제특보는 서병수 시장의 핵심 선거 참모였습니다. 정기룡 전 특보는 엘시티 각종 인허가 특혜가 이루어졌던 2010년~2012년까지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 PFV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서병수 부산 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았을 땐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엘시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하고, 엘시티 비리와 연루된 부산도시공사 부사장의 형사 사건 변호사 비용을 대납해주기도 했습니다.
김태용 전 포럼부산비전 사무처장도 서병수 부산 시장의 핵심 측근입니다. 박근혜를 지지했던 부산지역 포럼을 맡았던 김 전 처장은 2008년 4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서병수 시장 선거 캠프 운영비 등으로 2억 2,000만 원의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최측근이 구속됐지만 검찰은 서 시장에 대해 ‘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라며 수사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엘시티 시행사 대표로 부산시 경제 특보로 엘시티 법인카드를 사용한 정기룡, 친박 포럼을 운영하며 서 시장의 캠프를 운영했던 김태용. 해운대 지역에서만 3선 출신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엘시티 인허가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서병수 부산 시장을 제대로 수사해야 엘시티의 각종 인허가 특혜 비리가 밝혀질 것입니다.
엘시티 게이트, 황교안-정홍원 전 총리까지 연관돼 있다
2011년 부산시로부터 건축심의를 통과한 엘시티 사업은 초대형 건축 사업을 담당할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아 좌초 위기를 맞습니다. 파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던 엘시티는 2013년 돌연 ‘외국인 부동산 투자 이민제’ 지정 대상 지역으로 선정됩니다. 사업은 중국인 투자 등을 받고, 이영복 회장은 기사회생합니다. 그런데 당시 해운대를 제외한 전국 6곳은 ‘지역’이 대상이었지만, 부산은 엘시티라는 ‘특정 건물’이 이민제 대상자로 지정됐습니다.
2012년 부산시는 엘시티 사업 부지를 부동산 투자 이민제 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출범 이후 3개월도 지나기 전에 승인이 납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황교안 전 총리, 국무총리는 정홍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허태열 씨였습니다.
새누리당 법사위 소속으로 투자이민제 지정에 앞장섰던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은 허태열 비서실장의 부산 지역구를 물려받았던 인물입니다. 배덕광 의원의 구속 등을 통해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이 계속해서 엘시티 사업에 연관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황교안과 정홍원 전 총리의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부산 고검, 지검장을 거쳤다는 점입니다. 특히 정홍원 전 총리는 엘시티 기공식에 참석한 천궈차이 부총재를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만나기도 했었습니다. 이영복 회장이 부산 지역 검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구체화 되는 증거입니다. 이영복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외국인부동산투자 이민제 도입 주무 단장 출신이었던 석동현 변호사에게 엘시티 투자이민제 지정을 도와준 대가로 3억 원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부산 검찰과 부산 정계를 거친 인물들이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의혹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황교안과 정홍원 전 총리까지도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 검찰, 경찰, 국정원 지부장 등이 포함된 부산발전동우회
부산 지역은 각종 난개발 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망할 지경입니다. 그런데 왜 그동안 이런 비리 등이 밝혀지지 못했을까요? 부산 지역에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권력자들의 모임이 존재합니다. 2008년 국정원 부산지부장의 주선으로 조직된 ‘부산발전동우회’입니다.
이 모임에는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롯해 부산지방법원장과 부산지검 검사장, 부산지방경찰청장과 부산지방국세청장, 국정원 부산지부장 등 부산지역을 움직이는 권력 기관장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권력 기관장에게 돈을 줄 수 있는 부산 지역 유력 기업인 25명, 특히 엘시티 사업처럼 부산 지역 각종 재개발 사업 등을 수주하는 건설회사 회장들도 다수 보입니다.
엘시티 비리의 주범인 이영복 회장도 모임 회원입니다. 회원들은 이영복 회장의 구명운동을 위한 탄원서에 서명했으며, 일부는 엘시티 아파트와 레지던스 호텔 특혜 분양을 받기도 했습니다. 회원 중에는 엘시티 인허가 비리 혐의로 구속된 허남식 전 부산시장, 외국인부동산투자이민제 의혹을 받는 석동현 변호사(전 부산지검장), 특혜 금융 대출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BNK 금융 지주 전·현직 회장, 포스코 건설 해외 비자금 사건 연루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H건설 회장 등이 있습니다.
부산발전동우회는 부산 지역을 움직이는 권력형 비리 집단이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지금까지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부산 지역 촛불 집회에서는 ‘서병수 부산 시장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가 나왔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비슷한 이영복 게이트에 서병수 부산 시장이 연루됐다는 증거가 계속 나왔기 때문입니다. 박근혜와 최순실은 구속됐지만 서 시장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검찰 수사조차 받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부산 지역에서는 서 시장이 박근혜보다 더 굳건한 권력을 가진 셈입니다.
이영복 게이트, 엘시티 비리 사건은 부산 지역의 적폐 중의 적폐입니다. 엘시티 특검이 예정돼 있지만 청문회 등을 통해서라도 많은 국민이 지역 토호 세력의 권력 비리를 알고 근절할 계기가 마련돼야 합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지역도 바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제대로 된 적폐 청산이 이루어져야 정의로운 나라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원문: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