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서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은 픽사, 드림웍스, 디즈니의 경쟁 구도 속에 2D 애니메이션에서 3D 애니메이션으로 바뀌었지만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은 그 흐름을 쫓아가지 못한 채 ‘원피스’ ‘도라에몽’ ‘크레용 신짱’ ‘명탐정 코난’ 등 자국 내 화제작들의 TV 시리즈와 극장판을 재생산해가는 것에 그쳤다.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내세울 만한 작가가 없었다는 점이 크게 아쉬울 때, 일상적인 순간에 초점을 맞춘 감성적인 판타지물을 만드는 3세대 재패니메이션 감독 호소다 … [Read more...] about 신카이 마코토의 비주얼리티, 그리고 철학
영화
‘오멘’의 저주와 비운의 사건들
영화 ‘오멘(The Omen)’은 ‘엑소시스트(The Exorcist)’와 함께 심리·심령물 장르에 큰 영향을 끼친 영화입니다. 더불어 배우 그레고리 펙(Gregory Peck)을 비롯한 제작진들에게 일어난 ‘오멘의 저주’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오멘’ 시리즈는 일곱 편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2016년에 시리즈의 프리퀄인 ‘퍼스트 오멘’ 제작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4편만 개봉했습니다. 이 글은 영화 설명과 영화에 관련된 저주, 사건을 다루며 마지막에 스포일러가 … [Read more...] about ‘오멘’의 저주와 비운의 사건들
삶의 기본을 박탈하는 사회 ‘나, 다니엘 블레이크’
정지우 문화평론가의 영화 읽기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다. 사회 안에는 더 쓸모 있게 여겨지는 존재들이 있다. 더 머리가 좋고, 더 건강하고, 더 체제에 잘 복종하여 사회가 선호하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만이 쓸모 있는 존재는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 쓸모의 자리가 있다.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노인도 혼자 남겨진 아이에게 동화책 읽어주며 보살피는 일을 할 수 있다. 홀로 지내는 아이에게, 또 노인에게 서로는 세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왜인지 이 사회에서는 … [Read more...] about 삶의 기본을 박탈하는 사회 ‘나, 다니엘 블레이크’
한나가 한나를 만났더라면
이 글에서는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전에 먼저, 영화 〈더 리더〉가 얘기하는 죄의식을 살펴보자. 〈더 리더〉의 죄의식과 속죄, 그리고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의 무게 〈더 리더〉는 유대인 수용자의 나치 감시원이던 ‘한나’와 소년 ‘마이클’의 사랑, 그리고 인간의 죄의식에 관한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후 한나는 전범 재판을 받는다. 문제는 이 영화의 다른 관점이다. 대부분 사회적 규범은 2차 세계대전의 유대인의 피해의 참상 … [Read more...] about 한나가 한나를 만났더라면
삶의 핵심을 사는 가장 단순한 방법, ‘내사랑’
정지우 문화평론가의 영화 읽기 그녀에게는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그저 붓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그에게도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그저 그녀와 함께하는 삶, 그리고 그 삶을 일궈갈 집 한 채만 있으면 된다. 샐리 호킨스와 에단 호크가 주연한 <내 사랑 … [Read more...] about 삶의 핵심을 사는 가장 단순한 방법, ‘내사랑’
더 잘 피 흘리기 위해, 내 몸을 더 사랑하기 위해
‘마법, 그날, 대자연’. 차마 생리를 생리라고 부르지 못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한 단어들이다. ‘멘스’는 또 어떠한가. 평소에는 거의 영어를 쓰지 않는 엄마에게서, 할머니의 입에서 저 단어가 나올 때의 이질감이란. 볼드모트처럼 함부로 소리 내어 말할 수 없는 그 이름 ‘생리’. <피의 연대기>는 우리 사회에서 생리를 다뤄온 은유적인 화법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다루는 본격 생리 탐구 다큐멘터리다. 첫 장면은 김보람 감독이 이 낯선 주제를 식사 테이블 … [Read more...] about 더 잘 피 흘리기 위해, 내 몸을 더 사랑하기 위해
사랑의 모양, 인간의 모양 ‘셰이프 오브 워터’
※ 본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지우 문화평론가의 영화 읽기 “삶은 실패한 계획의 잔해에 불과하다.” 부서진 존재들의 삶이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완성’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존재들. 그리하여 어딘가가 결핍되었거나 모자란 존재들이라 여겨지는 이들의 삶이다. ‘정상적인 기준’에서라면 인간은 당연히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성’인 ‘인간’을 사랑해야 하며, 안정적인 직장에서 충분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영화 <셰이프 오브 … [Read more...] about 사랑의 모양, 인간의 모양 ‘셰이프 오브 워터’
오직 스필버그만이 만들 수 있는 걸작
1975년 <죠스>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통해 블록버스터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2018년, <더 포스트>와 한 달 간격으로 국내에 개봉하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스필버그가 왜 블록버스터의 창시자인지, 그리고 여전한 현역이자 80~90년대를 휩쓸었던 블록버스터의 제왕인지 증명하는 작품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스필버그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걸작이자 극장에 앉아 보고 있는 장면 하나하나가 … [Read more...] about 오직 스필버그만이 만들 수 있는 걸작
조너선 드미 감독 불세출의 걸작 영화, ‘양들의 침묵’
조너선 드미의 〈양들의 침묵〉은 나온 지 아주 오래된 영화이지만, 역시 불세출의 강력한 캐릭터인 한니발 렉터 박사 덕분에 오랫동안 수명을 유지하는 영화다. 원작자인 토머스 해리스가 작중에서는 조연에 지나지 않는 한니발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작품을 썼을 정도니까. 작품 자체는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고 인간 혐오를 정면에서 다뤄서 사람들이 자주 거론하기는 싫어하는 모양이지만. 미국의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으로 본격화한 #MeToo 운동 영향에 영화계도 많은 피해자가 이제 용기를 가지고 이전에는 … [Read more...] about 조너선 드미 감독 불세출의 걸작 영화, ‘양들의 침묵’
“치즈인더트랩”, 불쾌하기 짝이 없는 올해의 함정
※ 본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젠장” 영화를 보는 내내 화가 났다. 이건 <리얼> 같은 괴작을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걸 화이트데이를 노린 데이트 영화로 기획했다고?”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 웹툰을 러닝타임 117분에 제대로 담아내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16부작 드라마로도 실패했던 일이 두 시간 남짓한 영화에 제대로 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화판 <치즈인더트랩>은 원작의 … [Read more...] about “치즈인더트랩”, 불쾌하기 짝이 없는 올해의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