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멘(The Omen)’은 ‘엑소시스트(The Exorcist)’와 함께 심리·심령물 장르에 큰 영향을 끼친 영화입니다. 더불어 배우 그레고리 펙(Gregory Peck)을 비롯한 제작진들에게 일어난 ‘오멘의 저주’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오멘’ 시리즈는 일곱 편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2016년에 시리즈의 프리퀄인 ‘퍼스트 오멘’ 제작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4편만 개봉했습니다. 이 글은 영화 설명과 영화에 관련된 저주, 사건을 다루며 마지막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심리 스릴러 공포영화 ‘오멘’
공포 영화 중에는 좀비물처럼 물리적인 싸움을 벌이는 것도 있지만 분위기로 오싹하게 만드는 심령물도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심리 스릴러 공포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두 개의 작품이 탄생하는데, 바로 1974년 개봉한 ‘엑소시스트’와 1976년 개봉한 ‘오멘’입니다. ‘엑소시스트’의 뜻은 ‘귀신을 쫓는 사람’으로 ‘퇴마사’라고도 합니다. ‘오멘’은 ‘불길한 징조’를 의미합니다.
’20세기 폭스’는 경쟁사 ‘워너브라더스’에서 ‘엑소시스트’로 성공한 다음에야 ‘오멘’을 내놓았습니다. 경쟁사에 밀릴 뻔했던 폭스는 ‘오멘’으로 돈을 벌어 ‘스타워즈’에 투자했고 대성공을 거두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오멘’은 ‘적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악마와의 싸움을 그렸습니다. 요즘 흔한 공포물처럼 흉측한 괴물이 등장하지도 않고, 직접 살인하는 장면도 없습니다. 불길한 징조만 계속 보여줍니다. ‘오멘’이 걸작인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오로지 분위기와 사건 전개만으로 관객을 공포에 몰아넣습니다.
감독 리처드 도너(Richard Donner)도 ‘오멘’을 호러물이 아닌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로 인해 ‘공포물’이라고 홍보하고 싶은 영화사 홍보팀과 감독의 의견이 충돌해 주먹다짐을 벌였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도너는 TV물 ‘600만 불의 사나이’와 영화 ‘슈퍼맨’ ‘리썰 웨폰’의 감독으로도 유명합니다.
각본가 데이비드 셀처(David Seltzer)는 ‘오멘’을 소설로 다시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제리 골드스미스(Jerry Goldsmith)가 맡은 ‘오멘’ 배경음악 또한 명품이며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그레고리 펙. 펙은 20세기 중반 미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로 꼽힙니다. 호남형 얼굴에 191cm의 키, 미국 명문 공립대학인 UC버클리에서 공부한 데다가 가정적이고 도덕적이기까지 해서 ‘신사’라는 말과 가장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악마의 숫자 666과 ‘오멘’
‘오멘’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악마의 아들이 사람인 척 태어났고, 이를 보호하는 악마숭배자들과 이에 대항해 사탄을 막으려는 사람들과의 대결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악마의 아들은 인간에게 의심받지 않고 크기 위해서 미래가 밝은 가정을 선택했습니다. 그레고리 펙이 맡은 인간 아버지 ‘쏜’은 미국인이며 영국대사입니다. 아들의 이름은 ‘데미안’인데, 헤르만 헷세의 소설 데미안에도 이 이름이 등장합니다. 데미안(Demian)의 어원은 독일어 ‘Demon(악령)’이며, 또 그 어원은 그리스어의 ‘Daimon(신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악마의 계시에 따라 악마숭배자들은 6월 6일 6시에 자칼의 몸에서 태어난 한 아이를 소중하게 옮깁니다. 한편 쏜 부부는 기뻐하며 아이의 출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악마주의자들은 갓 태어난 쏜 부부의 아이를 죽이고 악마의 아이로 바꿔치기합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행복해하며 대사관으로 돌아온 쏜 부부는 다시 평화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영화는 서서히 관객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기 시작합니다. 부유한 이들은 아들 데미안에게 유모를 붙였는데, 데미안의 생일이었던 어느 날, 유모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자살을 선택합니다.
새로 들어온 유모 ‘베이룩’은 악마숭배자라는 정체를 숨긴 채 악마의 아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점점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어린 데미안은 부모를 따라 교회에 가는 것에 강력히 저항하고, 동물원에 데려가면 데미안을 본 동물들이 긴장해서 난동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쏜은 ‘브레넌’ 신부에게 악마숭배자들의 비밀을 듣게 되고, 데미안을 수상하게 여기던 카메라 기자 ‘재닝스’가 가세하여 데미안의 의문점을 뒤쫓기 시작합니다. 결국, 아들 데미안의 정체를 파악한 쏜 대사는 예루살렘을 찾아가서 악마를 죽이는 단검을 얻어 오게 됩니다.
아들을 죽여야 한다는 것에 쏜이 고통과 갈등을 겪는 동안 재닝스가 목이 잘려 죽는 사고가 일어나고, 둘째를 임신한 부인에게도 사고가 일어나서 유산하게 됩니다. 심지어 유모에게 부인이 살해당하자 쏜은 집으로 돌아와 데미안의 머리카락을 깎아 확인합니다. 데미안의 머리에 선명하게 표시된 666을 발견한 쏜은 유모와 데미안의 저항을 이겨내고 교회로 데리고 갑니다. 쏜은 교회에서 처치할 생각이었지만 악마숭배자인 경찰이 그를 뒤쫓습니다.
결국 데미안을 죽이기 직전, 쏜도 경찰에게 살해당합니다. 데미안은 다른 집에 잘 입양되고, 언젠가 인류를 절망시킬 종말의 날을 위하여 성장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끝맺습니다. 원래는 악마 아들이 죽지만 살려보는 게 어떻냐는 감독 의견에 따라 살아남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레고리 펙과 ‘오멘’의 저주
‘오멘’은 앞서 말한 것처럼 직접 살인이 나오지 않으면서도 끔찍한 분위기를 암시해 공포에 몰아넣습니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느껴지는 불안감… 이 서스펜스는 ‘오멘’의 뜻인 ‘불길한 징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먼저 ‘오멘’의 저주로 알려진 것이 그레고리 펙의 아들이 자살한 사건입니다. ‘오멘’을 제작하던 1975년, 20세기 폭스는 찰튼 헤스톤과 찰스 브론슨 등이 출연을 포기하며 곤경에 빠진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그레고리 펙의 출연 결정은 매우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촬영 두 달 전, 그레고리 펙은 아들의 자살로 큰 고통을 겪게 됩니다.
그레고리 펙이 맡게 된 역은 악마의 아들을 자기 아들로 키워야 하는 아버지 역이었으니 제3자가 보기에도 기막힌 우연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불행이 영화의 흥행을 가져온 셈입니다.
이외에도 ‘오멘’의 저주로 불리는 사건이 있습니다. ‘오멘’에 직접 살인하는 장면은 없지만 처참하게 목이 잘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의 특수효과를 맡은 사람은 몇 년 후 애인과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그 애인이 정말로 목이 잘려서 죽게 된 것입니다. 비운의 애인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디자인을 맡았던 조각가 리즈 무어입니다.
끔찍한 사건들은 ‘오멘’의 뜻과 점점 닮아 가고 있었습니다. 영화 촬영 중에도 불길한 징조는 계속되었습니다. 감독인 도너가 머무르던 호텔이 IRA의 폭탄테러를 당하기도 하고, 동물원 촬영을 한 후엔 동물원의 트레이너가 사자에 물려 죽었다는 얘기도 있으며, 작가 셀처와 배우 펙의 비행기가 벼락을 맞기도 했습니다.
불길한 징조는 2006년의 리메이크 ‘오멘’까지 이어집니다. 악마의 표시인 666을 확인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의 필름이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손상된 것입니다. 현장 제작 계량기에 갑자기 666이란 숫자가 뜬 적도 있다고 합니다.
‘오멘’의 원작명이 ‘안티 크리스트’인 것을 보면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악마의 숫자 666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성경에서는 666 표시가 찍힌 사람을 악마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런 요소가 섞여서 워낙 강한 인상을 주었기에 영화 외적인 사건들마저 ‘오멘’의 저주가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었습니다.
더구나 ‘엑소시스트’도 제작 중에 화재를 비롯한 각종 이상한 일이 일어났고, 제작에 관련된 사람이나 사망했다는 저주에 휘말렸으니 더욱 오싹한 일입니다. ‘엑소시스트’나 ‘오멘’이나, 두 영화가 공포영화로서 미치는 영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원문: 키스세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