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내용 누설을 원하지 않으면 글을 닫아 주세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많은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셰이프 오브 워터〉를 드디어 감상했다. 영화는 소련과의 우주개발경쟁이 한창인 1960년대의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샐리 호킨스)가 어느 날 실험실에 도착한 수중 괴생명체(더그 존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를 … [Read more...] about 냉전 시대 남성성에 대한 블랙코미디 ‘셰이프 오브 워터’
영화
‘염력’은 그런 영화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염력〉을 보는 데는 상당한 결심이 필요했다. 관객들의 입소문이 무척이나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나만 당할 수 없기 때문에 추천을 한다는 웃지 못할 댓글들도 있었겠는가. 감독의 전작 〈부산행〉 역시 뭔가 투박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부산행〉은 분명 뼈대가 좋았기에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영화가 이토록 평이 좋지 않은 것에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것이 문제가 아닌가 짐작했다. 그는 분명 능수능란한 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직접 본 〈염력〉은 만듦새는 … [Read more...] about ‘염력’은 그런 영화가 아니다
아쉬운 만큼 지지하고 싶은 영화 ‘1급기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1급기밀>은 2016년 유명을 달리한 홍기선 감독이 남긴 유작으로, 그의 사후 편집과 후반 작업을 마치고 개봉했다. 국내 상업영화로서는 최초로 방산비리를 다루는 작품으로,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와 2009년 방산비리를 폭로 등 여러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영화는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한 박대익 중령(김상경)이 방송국 기자 김정숙(김옥빈)을 찾아와 전투기 파일럿 강영우(정일우)의 사고를 … [Read more...] about 아쉬운 만큼 지지하고 싶은 영화 ‘1급기밀’
‘천화’, 억지로 꿰맨 생과 사의 경계에서
영화 <천화>(2017)는 경계를 바라본다. 모든 사이에는 경계가 있고 그 선을 지나는 모든 것들은 왜곡 또는 차단된다. 삶과 죽음, 시간과 기억,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모두 그러하듯이. 어쩌면 <코코>(2017)와 대척점에 놓인 이야기일 것이다. 후자가 기억으로써 죽음을 초월한 유대를 그린다면 전자는 기억의 상실과 삶의 단절을 다룬다. 고승은 홀로 산에 올라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걷고 또 걷는다. 깊은 숲속에 다다르면 몸을 누이고 주변의 낙엽으로 … [Read more...] about ‘천화’, 억지로 꿰맨 생과 사의 경계에서
한국형 가부장제 블록버스터의 극단 ‘염력’
어느 골목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 신루미(심은경)는 방송에도 소개될 정도로 전도유망한 청년 사장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치킨집이 있는 골목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고, 루미의 어머니(김영선)가 용역들과 대립하던 중 사망한다. 그와 동시에 영화는 10년 전 가족을 떠난 루미의 아버지 신석헌(류승룡)의 모습으로 넘어간다. 평범한 은행 경비원이었던 석헌은 루미 어머니가 죽던 날 이상한 약수물을 먹고 염력이 생긴다. 처음엔 라이터 하나 정도를 옮기는 수준이었지만, 어느새 이런저런 … [Read more...] about 한국형 가부장제 블록버스터의 극단 ‘염력’
한국영화의 쉼터가 될 ‘리틀 포레스트’
한국 기후는 사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해지지만 작물을 길러야 하는 농촌에서는 아직 유효한 개념이다. 겨울엔 작물을 심을 봄을 준비하고, 봄엔 겨울까지를 보낼 농사를 시작하며, 여름엔 계속하여 논과 밭을 관리하고, 가을엔 겨울나기를 준비하며 추수하고 겨울나기를 위한 음식들을 준비한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리틀 포레스트〉는 답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고시, 알바, 연애, 서울생활 등에 지친 혜원(김태리)이 시골의 고향집으로 돌아와 1년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 [Read more...] about 한국영화의 쉼터가 될 ‘리틀 포레스트’
1993년 1월: 박애주의자이자 배우, 오드리 헵번 떠나다
1993년 1월, 박애주의자이자 배우였던 오드리 헵번 떠나다 1993년 1월 20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이면서 20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모두가 사랑한 ‘세기의 연인’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1929~1993)이 스위스의 자택에서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향년 64세. 그는 영화를 통해 다양한 여성의 삶과 성격을 창조하면서 미국영화협회(AFI)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여배우’ 세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주연한 영화 <로마의 … [Read more...] about 1993년 1월: 박애주의자이자 배우, 오드리 헵번 떠나다
영화 “신과함께”를 통해 알아본 ‘귀인’이 되는 방법
※ 이 글은 영화 <신과함께>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용 누설을 원하지 않으시면 글을 닫아 주세요. 19년 만에 저승에 귀인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 영화(<신과함께>)의 정의에 따르면 귀인이란 '명부에 없는 억울한 죽음을 당해 천수를 누리지 못했거나, 자신보다 항상 남을 돕고 배려하며 정의로운 삶을 살았던 망자'이다. 김자홍(차태현 역)의 경우는 이중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귀인에게는 당연히 몇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저승에서는 … [Read more...] about 영화 “신과함께”를 통해 알아본 ‘귀인’이 되는 방법
‘1987’: 영화가 말하지 않는 몇 가지
※ 본 글은 영화 <1987>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내용 누설을 원하지 않으시면 이 글을 닫아주세요. 제 5 공화국 시절, 한 대학생이 경찰에 고문을 받던 중 사망하자 경찰과 검찰이 이를 은폐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국민에게 공포를 심고, 정치 공작을 펼치고, 억울한 사람들에게 간첩 누명을 씌웠던 정부의 '빨갱이 색출 작전'이 끝내 앞날이 창창했던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 정부는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모든 저항을 무력으로 제압하지만, 보잘것없던 … [Read more...] about ‘1987’: 영화가 말하지 않는 몇 가지
‘초행’: 그 길을 어떻게 정할 수 있나요
※ 이 글은 영화 <초행>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내용누설을 원하지 않으시면 이 글을 닫아 주세요. 대학원을 준비하는 수현(조현철)과 방송국에서 일하는 지영(김새벽)은 7년 차 커플이다. 동거생활을 하던 둘은 이사를 준비하고, 그러던 중 각자의 부모님을 찾아뵐 일이 생긴다. 각자의 부모님들은 그들의 인생에 조언 아닌 조언을 건네려 한다. <초행>은 제목 그대로 ‘처음 가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우스갯소리처럼 ‘모두가 인생 1회차’라고 말하며 각자 … [Read more...] about ‘초행’: 그 길을 어떻게 정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