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가 그렇지 않을까마는 1983년은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한 해였다. 이웅평 대위가 미그기를 몰고 넘어오면서 휴전 후 최초로 공습경보가 울렸고, 중국 민항기가 피랍되어 북한 영공을 통과해 남한의 춘천에 불시착했다. 이를 통해 남한은 왕년의 철천지 원수 중공을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부르고 중화인민공화국으로부터 대한민국의 호칭을 받는 첫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10월에는 전두환 (나는 이 자에게만큼은 대통령 호칭을 붙이지 않는다)을 노린 북한의 아웅산 테러가 있었다. 그 가운데 5월 … [Read more...] about 인민군 엘리트 신중철의 귀순
군사
스파르타가 쇠락한 진짜 이유
몇년 전 영화화되어 많은 패러디의 대상이 되었던 영화 300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스파르타 인들의 전설적인 용맹'입니다. 물론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오락용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불과하며, 많은 허구와 왜곡이 들어가 있습니다만, 기본적인 줄거리 자체는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BC 480년 가을, 바닷가의 협로인 테르모필라에(Thermopylae)에서, 그리스 본토를 침공하기 위해 이 곳을 통과하려는 크세륵세스의 수십만 대군을, 수도 훨씬 적고 가난한 스파르타의 용사들이 상당 기간 … [Read more...] about 스파르타가 쇠락한 진짜 이유
군 위헌도서 소송 변호사가 말하는 윤일병 사건
인터뷰이 박지웅: 군 법무관 시절 불온도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법무법인 민본에서 근무하고 있다. 리: 가해자들에 대해 살인죄 적용은 가능한가? 박: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면 가능하다. 즉, 이미 엄청나게 얻어맞아 죽을 지경에 놓인 것을 거의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때렸다면 기소 가능하다. 다만, 수사과정상에서 어떻게 이를 입증할 것인가는 쉽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 리: 그러면 일단 살인죄 적용은 힘들다 보는 것인가? 박: 살인죄와 상해치사를 함께 … [Read more...] about 군 위헌도서 소송 변호사가 말하는 윤일병 사건
방망이 깎던 노인
"후퇴는 없다. 죽어도 여기서 죽는다." 새로 부임한 사령관은 전임자의 작전계획서부터 북북 찢어버렸다. 1. 1942년 8월 13일, 이집트에 주둔하던 영국 제 8군은 새 사령관을 맞이했다. 좋은 일은 아니었다. 전임 사령관이 패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다음이었으니까.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제 8군은 상당히 궁지에 몰려있었다. 여기저기서 사정없이 털리고 또 털렸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19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고 유럽 대륙을 석권하자, … [Read more...] about 방망이 깎던 노인
청일전쟁, 민중의 애국심을 무시한 지도층이 낳은 비극
그런 농담이 있어. 전 세계에서 중국인을 무시하고 일본인을 깔아보는 사람들은 한국인밖에 없다고. 일본은 그렇다고 치고, 한반도의 주민들이 요즘처럼 중국을 무시하고 살았던 적은 드물 거야. 요즘 중국이 미국에 맞설 만큼 커지면서 양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90년대, 전쟁 이후 다시 만난 중국은 보통 한국 사람들에게는 ‘후진국’ 또는 ‘싸구려’의 인상으로 다가왔었으니까. 유사 이래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 대륙을 차지한 주인이 한족이든 이민족이든 일단 그 땅의 지배자에게 비위를 맞춰 … [Read more...] about 청일전쟁, 민중의 애국심을 무시한 지도층이 낳은 비극
가장 처절한 지옥: 스탈린그라드 전투
한달쯤 전에 러시아 발 기사가 하나 언론에 보도됐다. 푸틴이 볼고그라드를 스탈린그라드로이름을 바꾸는 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오보라고 밝히는 얘기였지. 푸틴은 자신이 도시 이름을 바꿀 권리는 없고 도시 의회가 개명을 결의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던 것 같아. 소비에트의 낫과 망치의 깃발이 땅에 떨어진지도 사반세기가 돼 가고 레닌그라드는 페테르스부르크가 된지 옛날이며 심지어 스탈린그라드라는 이름은 이미 1961년 스탈린의 이름을 떼내고 볼고그라드로 바꾸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 … [Read more...] about 가장 처절한 지옥: 스탈린그라드 전투
무능의 대명사 원균이 낳은 “칠천량의 비극”
우리나라 군대가 전쟁에서 참패한 일은 역사에 허다하지만 (솔직히 이긴 적보다는 진 적이 많을 듯) 그 중에서도 참혹함과 어이없음이 하늘을 찌르고 땅을 울리는 몇 건의 패전이 있어. 얼마 전 얘기했던 임진왜란 때 용인 전투나 병자호란 때의 쌍령 전투가 되겠지. 그런데 용인 전투나 쌍령 전투는 머리 수는 많았지만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군대가 실수연발을 거듭하며 괴멸해 간 전투라면 오늘 얘기할 칠천량 해전은 좀 달라. 그때까지 연전연승을 달리던 당대 최강의 함대가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재기불능의 … [Read more...] about 무능의 대명사 원균이 낳은 “칠천량의 비극”
미녀를 팔아 세운 나라: 발레프스카와 바르샤바 공국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이 '폴란드 땅'이라고 할만 한 도시에 처음으로 입성한 것은 예나-아우어슈테트 전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1806년 11월 어느날 저녁 즈음 포젠 (Posen, 또는 포즈난 Poznan)에 에젤망 (Exelmans) 대령이 이끄는 제1 엽기병 대대 (Chasseurs-Cheval)가 입성할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먼저 입성한 선발된 기병들이 군도를 뽑아든 채 시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삼엄한 경계를 펼쳤으나, 곧이어 보병 부대들이 외곽에 집결한 뒤 시내 광장으로 질서정연하게 … [Read more...] about 미녀를 팔아 세운 나라: 발레프스카와 바르샤바 공국
치욕의 조선 전쟁사: 용인 전투
최소한의 전쟁 준비도 없었던 조선 우리 민족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공부하다 보면 자랑스러운 승리의 역사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치욕스러운 패배가 있으며, 굴욕적인 장면들도 많다. 그 중에 대한 민국의 건국 이전에 존재 했던 조선은 치욕스러운 전투중 최악의 전투를 두개나 가지고 있다. 고려의 경우도 몽고의 침략 시절과 여진족과의 강화와 같은 부분에 있어서 국내 정치 상황의 불안정과 지배 계층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치욕적인 전쟁 이야기가 남겨져 있다. 하지만 조선은 두번의 대규모 전쟁에서 … [Read more...] about 치욕의 조선 전쟁사: 용인 전투
가자의 딜레마: 침략이냐 평화냐 그것이 문제로다
※ 역자 주: 이 글은 Al Jazeera의 The Gaza conundrum: To invade or not to invade를 번역한 글입니다. (필자 Marwan Bishara 페이지) 왜 가자에서 갈등이 갑자기 늘어났는가? 어떤 폭력이나 전쟁이나 이유는 두가지다. 바깥에서 보이는 단기적인 근거와, 암시된 장기적인 이유다. 최근에 가자에서 갑자기 커진 갈등도 이런 두가지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 첫번째로, 대중들에게 공개적으로 공표되었지만 전략적으로는 덜 중요한 … [Read more...] about 가자의 딜레마: 침략이냐 평화냐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