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빠질 빈자리에 새로운 사람을 채워야 한다.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력이 담긴 종이를 꼼꼼히 살펴보고,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눈다. 채 1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건너편에 앉은 사람을 다각도로 파악해 결정해야 한다.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했고, 선택을 받는 입장이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새 선택하는 순간이 점점 많아진다. 동그란 토끼 눈을 하고 잔뜩 긴장한 채 대답하는 구직자의 모습에서 그 시절의 내가 보였다. 이렇다 할 이력도, 빵빵한 뒷배도 없는 마음이 가난한 … [Read more...] about 면접, 태도가 승부를 가르는 단 한 순간
생활
마당 있는 시골집에서 “리틀 포레스트” 같은 삶 살기
한산에서의 삶은 유유자적하겠네요. 〈리틀 포레스트〉 영화 같은 삶. 근데 경제적으로 힘들지는 않으세요? 이 작은 시골 마을, 한산에 방문한 많은 이들이 꼭 물어보는 질문이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도시에서 다이나믹한 삶이 일상이던 사람에게는 지극히 당연하게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이다. 나 또한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이 질문에 지금의 난 이렇게 대답한다. 시골 생활은 도시보다 더 다이나믹한 것 같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기회가 정말 많아서… 물론 그 치열한 하루의 일과를 보내고 … [Read more...] about 마당 있는 시골집에서 “리틀 포레스트” 같은 삶 살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사라진 이유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맥스(HBO Max)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를 상영작 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해 큰 이슈가 됐다. HBO맥스는 인종차별적 묘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이기에 상영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 시대의 산물로서, 불행하게도 미국 사회에서 흔한 인종적 편견을 일부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인종 차별적 묘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잘못된 것입니다… (중략) 우리가 좀 더 정의롭고 공정하며, 포용적인 … [Read more...] about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사라진 이유
구워라, 한 번도 남아돌지 않은 것처럼
새벽녘. 창밖엔 봄비가 내린다. 요 며칠 하늘에 잔뜩 낀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이 비는, 돋아나는 새싹을 흠뻑 적셔줄 이 비는, 차디찬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을 알리는 이 비는, 동네 작은 빵집엔 그저 무거운 물줄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아무래도 오늘 장사는 그른 것 같다. 일기예보에 봄비가 내린다고는 했지만, 내심 비켜갔으면 하는 기대로 끝끝내 고집을 피운 게 화근이었다. 전날 반죽을 준비하고 당일 새벽에 빵을 만드는 패턴이라 사실 이런 날엔 반죽 양을 줄였어야 했다. 몸집만큼 잘 … [Read more...] about 구워라, 한 번도 남아돌지 않은 것처럼
완벽을 추구하기보단, 차라리 대충 시작할 것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미루는 사람들의 함정이다. 리타 엠멋 나는 살바도르 달리의 '완벽하려 하지 마라. 어차피 완벽할 수 없을 테니까.'란 말을 좋아한다. 아니, 신봉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자꾸만 딴짓하던 나를 돌아보면, 과연 나는 완벽함의 허상에 사로잡혀 중요한 일보다 당장 내가 이룰 수 있는 일들로 분열하곤 했다. 예를 들어, 시험공부를 하려 책상 앞에 앉았다가 결국 나는 책상 얼룩을 물티슈로 '완벽히' 지워내는 데 골몰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 얼룩이 완벽히 … [Read more...] about 완벽을 추구하기보단, 차라리 대충 시작할 것
관광객들은 모르는 뉴욕의 명물, 기이한 아파트
저는 약간 놀랐습니다. 스트릿이지(부동산 사이트)에서 집을 구경하다가 이런 아파트 평면도를 보았기 때문인데요. 집도 기숙사도 아닌 것이... 긴 터널에 방과 욕실을 욱여넣어 네 명이 살 공간을 만들었다는 게 약간 무섭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방마다 창문과 벽장도 있고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딸린 주방까지 완비돼 있으니 살기에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 길쭉한 집은 대체 뭐란 말인가요..? 알고 보니 뉴욕에는 이렇게 길쭉한 모양의 아파트 매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들을 부르는 용어가 … [Read more...] about 관광객들은 모르는 뉴욕의 명물, 기이한 아파트
명함의 무게
서점에 가면 책 왼쪽 날개를 들춰 작가 소개부터 확인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낯선 이름이 뜨면 인물 검색부터 해본다. 인터넷 백과사전의 인물 항목은 연계성까지 더해져 내겐 헤어 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이다. 쉬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연신 클릭하다 보면 시간이 살살 녹는다. 이렇게 난 누군가의 프로필을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거기에 적힌 몇 줄로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헤아려 본다. 호떡 뒤집히듯 인생이 휙 하니 … [Read more...] about 명함의 무게
고민을 아무에게나 털어놓으면 안되는 이유
여러분은 고민이 생기면 어떻게 하시는 편인가요? 저는 곧바로 친구나 지인에게 털어놓는 편입니다. 저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제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들은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필요한 조언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고민이 생기면 빠르게 친구에게 털어놓으시나요? 아니면 혼자 최대한 안고 있다가 부분적으로만 풀어내곤 하나요? 아마도 몇몇은 고민을 털어 놓았다가 오히려 기분이 상하거나, 약점이 잡히고, 소문이 나는 등 부정적인 경험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고민을 털어놓을 때 꼭 … [Read more...] about 고민을 아무에게나 털어놓으면 안되는 이유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2020년 10월 18일,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작년 상반기, 상사가 내 계정을 팔로우했다. 그전에도 팀원들과 서로 맞팔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의 사생활이 너무 낱낱이 공개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이던 차였다(입사 초기에 친해지고 싶었고, 다들 서로서로 맞팔 중이길래 안 하면 오히려 겉돌 거라고 생각했지만, 하든 안 하든 겉도는 건 마찬가지. 하하) 처음엔 상사가 내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짧게 다녀온 국내 여행의 사진을 몇 장 올린 다음 날 출근했더니 그가 묻는 … [Read more...] about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삶의 다른 일들도 그러할지 모르겠으나,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달리 말해서 자신의 글이 어딘가에 속해 있거나,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자기가 발디디고 설 땅이 있거나, 자기가 소모하고 있는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회의감에 대해 보호막이 있다는 것과 비슷하다. 글쓰기에는 유독 이러한 감각이 필요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글 쓰는 일 자체는 소속도 없고, 동력도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쓰기 자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큰 문제가 되기도 … [Read more...] about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