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 유퀴즈 > 방송에서 환갑의 나이에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을 타고 전국을 누비는 신계숙 님의 인터뷰를 보았다. 가죽 재킷을 걸치고, 바람을 가르며 1,200cc 오토바이를 모는 모습이 너무나 당당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나처럼 오토바이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할리데이비슨 하면, 특유의 두당! 당당당당당! 하는 엔진 소리와 함께, 머릿수건을 두른 건장한 체격의 아저씨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젊은 사람들도 섣불리 도전하기 힘든 육중한 바이크를, 중년의 여교수님이 멋들어지게 타는 모습이 참 신선했다.
처음에 지인들에게 오토바이를 타야겠다고 말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작하기 너무 늦었어, 위험해’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일반 사람 같으면, ‘맞아, 내가 괜한 생각을 했네’ 하고 물러설 법도 하건만, 이분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니까 지금 당장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게 참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앞으로 못 하는 일이 더 많아지겠구나, 그럼 오늘 당장 하자!”
(주변에서) ‘타던 것도 관둬야 하는 나이다, 너 지금 뼈 부러지면 뼈도 안 붙어’
이래서 내가 앞으로 못 하는 일이 더 많아지겠구나, 그러면 오늘 당장 하자…! 당장 가서 오토바이를 하나 샀죠.
- 신계숙 님 인터뷰 중, < 유퀴즈, tvN >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나빌레라』에서는, 어린 시절 동경하던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이 일흔에 늦깎이 발레에 도전하는 심덕출 할아버지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할아버지가 발레를 하고 싶다고 말할 때, 식구들은 농담으로 웃어넘기며 남들처럼 무난하게 등산이나 수영을 하라고 한다.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자, 늦은 나이에 민망한 복장으로 남자가 무슨 발레냐며 동네 창피하니까 이사 가겠다는 등의 못된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게 다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동네 발레 연습소를 찾아갔고, 자기보다 한참 어린 20대 청년 채록에게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다. 할아버지에게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죽기 전에 한 번은 날아오르고 싶다’는 것이다.
탄탄하고 힘이 넘치는 젊은 채록에 비해, 할아버지의 발레는 한없이 초라할 법도 하다. 심지어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가 발레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 스스로가 초라하다 생각하고 믿는 순간 진짜 초라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고 기꺼이 도전한다.
내가 살아보니까 삶은 딱 한 번이더라. 두 번은 아니야. 솔직히 반대하는 건 별로 안 무서워. 내가 진짜 무서운 건, 하고 싶은데 못하는 상황이 오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인 거지.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 할 수 있을 때 망설이지 않으려고. 끝까지 한 번 해보려고.
- 「나빌레라」 중 심덕출의 대사
그러고 보니, 늦게라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어’라는 말을 ‘지금보다 더 늦어지면 너무 늦어버리겠네, 빨리 시작해야겠다’로 바꿔서 해석한다.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머뭇거릴 시간에, 무작정 마음 가는 대로 한 발 내딛는 것이다. 오늘 머뭇거린 시간들이, 나중에 내가 그토록 필요로 하던 시간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또한, 현재의 자기의 상황을 약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난 어깨가 아파서 할 수 없어’가 아니라, ‘그래도 무릎은 괜찮으니 뛸 수는 있겠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안된다고 시작도 하기 전에 변명거리부터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작은 것에 감사하고,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내 두 발로 서 있는 그곳에서부터 말이다.
늦게라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강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삶의 중심이 내부에 있기 때문에, 외부 환경이나 주변의 시선에 흔들림이 없다.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바보 같은 질문도 주저하지 않는다. 앞서 먼저 이룬 사람과 비교하며 본인이 초라하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주변의 인정이나 칭찬이 아니라,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열정이다. 그래서 그들이 어디서나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나빌레라」의 심덕출 할아버지도 ‘너는 크게 날아오를 사람이야’라고, 오히려 의기소침해 있는 젊은 발레리노 채록을 격려해준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이들은 또한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미래를 꿈꾼다. ‘지금 그걸 시작해서 어디에 쓸 건데?’ ‘사는데 아무 도움 안 돼! 시간 낭비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미래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늦게라도 시작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밝은 미래를 향해있다. 비록 현실이 칠흑 같고 어둡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그 너머에 있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설령 본인이 그리던 미래가 오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이미 그들은 스스로가 빚어낸 찬란한 미래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마치며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삶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다음 생에 하자’고 미뤄두었던 것들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이번 생’에 과감히 도전해보자!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는 한, 우리도 한껏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꼭 행복하게 살거라.
해보고 싶은 건 해 보고, 가보고 싶은 곳엔 꼭 가 보거라.
망설이다 보면 작은 후회들이 모여 큰 미련으로 남게 되니까…
- 「나빌레라」 중 심덕출의 대사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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