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해군 대장 윌리엄 H. 맥레이븐 쓴 『침대부터 정리하라』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침대부터 정리하라니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고, 침대 정리는 뭔가 쉽게 시작할 수 있을 듯해서 읽기 시작했다.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여서 그런지, 저자의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었고, 메시지의 몰입도가 높아 단숨에 읽어 나갔다 (책이 생각보다 얇다^^).
이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포부가 있다면, 그에 앞서 눈앞에 놓인 작은 일부터 충실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침대부터 정리하라”는 것이다. 탄탄한 근육의 건장한 몸매에, 최고의 엘리트들로 구성된 네이비 실(미 해군 소속 특수 부대) 대원들이, 매일 진지하게 침대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게 우스워 보일지 모른다. 그것은 매일 아침 반복되는 간단하고 시시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단순한 행동에 큰 지혜가 있음을 깨우쳐준다.
침대 정리는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에 맞이하게 되는 자신의 첫 번째 임무였다. 또한 아주 간단한 이 같은 첫 번째 임무를 마무리하는 것은 자부심과 용기를 주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시작해 다른 수많은 임무들이 수행되는 것이었다. 작은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큰일을 제대로 해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낸 후에 마주하게 되는 위로의 말이었다. 자신이 아침에 정리한 바로 그 침대가 건네는.
그 무엇도 인간의 신념이 주는 힘과 위안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침대를 정리하는 단순한 행위 하나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일으켜 세워 주고, 하루를 제대로 끝냈다는 만족감을 선사해 줄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는 저자의 삶의 태도에 놀라웠다. 우리는 매일 쳇바퀴 돌듯 출근하고, 주어진 일들을 반복한다. 돌이켜 보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나름 큰 목표와 포부를 갖고 시작하였을 것이다.
나의 첫 신입사원 시절을 떠올려보면, 마치 내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쓸데없이(?) 진지했다. 회사 외부행사와 학교 졸업식이 겹치면 과감하게 졸업식을 포기했다. 내가 행사에서 맡은 ‘공식’ 업무인, 참석자들에게 명찰 나눠주는 역할을 멋지게 수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들 눈에 하찮을지 몰라도 그 업무는 내게 주어진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지금은 십여 년 넘게 회사생활을 했다. 그래서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게 느껴질 때가 있다. 처음에는 마냥 신기했던 회사 내 시스템들이 쓸모없는 장애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꿈꿨던 회사의 명운을 건 엄청난 결정은커녕, 내 존재가 공룡 앞발의 두 번째 발톱처럼 너무 초라하고 작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태도를 바꾸면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쉬운 예로, 회사의 중역 테이블에 앉아 큰 결정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장 본인의 컴퓨터 바탕화면부터 점검해 봐라. 언제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업무 파일부터 사진, 음악 파일들까지 정신없이 한가득 메우고 있진 않은지 말이다. 스스로 컴퓨터 바탕화면도 정리하지 못하면서, 회사의 명운을 건 인수합병 (M&A)처럼 더 큰 규모의 정리가 필요한 일을 과연 멋지게 해낼 수 있을까.
자기가 하는 일이 남보다 크고 작음은 중요치 않다. 내게 주어진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얼마나 성실하게 해내는지가 성공을 위한 첫걸음인 것이다. 내게 주어진 명함 정리를 진지하게 하던 신입사원 시절의 마음으로, 지금 주어진 임무들을 충실히 임한다면 하루하루가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한 도전과 성취가 모여, 더 큰 성취로 연결될 것을 믿는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멋진 특전사 ‘진짜 사나이’가 되고 싶은가? 제독은 말한다. 당신의 침대부터 정리하라고. 사회에서 승진하고 성공하고 싶은가?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컴퓨터 바탕화면부터 정리하라고!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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