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씨가 < 캠핑 클럽> 프로그램에서 핑클 멤버와 나눈 일화가 인상 깊다. 한번은 남편 이상순 씨가 보이지도 않는 의자 밑바닥에 사포질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여기 안 보이잖아. 누가 알겠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이상순 씨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누가 알기는, 내가 알잖아.
그때 이효리 씨는 남들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 스스로 기특해지는 순간이 많을수록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참 멋진 일화다.
우리 일상에도 몇 번씩 그런 순간들이 있다. 남들이 보거나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는 순간 말이다. 나 같은 경우, 아침 달리기에서 5km 반환점을 돌 때, 오늘은 힘드니까 살짝 안쪽으로 돌고 싶어질 때가 있다. 사실 안쪽이든 바깥쪽이든 몇 걸음 차이고, 당장 큰 변화를 불러오는 것도 아니다. 다른 예로, 설탕이나 초콜릿 같은 달달한 음식 섭취를 줄이겠다고 말했으면서 커피시럽을 한 스푼 더 넣고 싶어지기도 한다. 한 숟가락 더 넣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하고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회사 보고서 작성 시, 본문은 정성 들여 작성하지만 남들이 잘 보지 않는 작은 폰트의 추가 부록(appendix) 페이지는 대충 만들게 된다. 누가 여기까지 보겠어?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세운 결심이나 규칙이 조금씩 변경되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점점 스스로와의 타협 공간도 커져간다는 것을 말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좋지 못한 결심들, 사소한 실수들, 작은 변명들을 매일같이 반복하면서 1퍼센트씩 잘못을 계속해 나가면 이 작은 선택들은 해로운 결과들을 켜켜이 쌓아간다. 잘못 내디딘 한 발자국, 지금 1퍼센트의 퇴보가 조금씩 쌓여 결과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by James Clear
그러니 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말이 없다. ‘누가 알긴, 내가 알잖아.’ 세상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고, 심지어 신도 속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스스로 합리화할 수 있는 수많은 변명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지만 단 한 사람, 나 자신은 알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SNS로 둘러싸인 네트워크 세상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서조차도 Like를 받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만족시켜야 하는 사람은 나 스스로일지 모르겠다. 남들을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목표한 기준에 맞춰 해냈을 때, 그 작은 성취감들이 쌓여 자존감(self-esteem)이 높아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존감은 “외적인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 내부의 성숙한 사고와 가치에 의해”서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주변 환경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남들의 칭찬이나 평판에 상관없이 꾸준하고 엄격하게 자기와의 약속을 지켜나간다. 그들의 기준은 바로 ‘자신 스스로’다. 이상순 씨가 그랬듯이 묵묵히 의자 밑바닥까지 꼼꼼히 마무리하는 모습이나 맡은 일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쌓이고 쌓여,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고, 때론 뭉클한 감동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냥 대충 살지’ 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볼 때면, 아둔하고 답답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알아준다고 그렇게까지 할까? 하지만 그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바로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말이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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