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설날은 양력으로 1월 27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민족의 대이동’은 매한가지라서 그 해에도 서울역은 설을 쇠러 고향으로 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요즘과 차이가 있다면 지금이야 자가용도 있고 버스도 많고 비행기도 특별기를 띄우지만 1960년 당시에는 철도가 거의 유일한 지방행 교통수단 이었다는 것이겠다. 서울역은 충청도와 경상도와 전라도로 가려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총 집결지였다. 그 아수라장의 귀성전쟁에 비하면 요즘의 귀성전쟁은 어린애 장난에 불과할지도 … [Read more...] about 1월 26일, 고향으로 가려다 서울역에서는
역사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던 조선 남자들
작년 8월 멕시코시티의 인류학박물관 앞. 기념품이며 간식거리를 파는 수많은 행상이 늘어서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리어카 한 대.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한쪽 커다란 냄비 안에는 삶은 옥수수가 가득했고, 다른 한켠에는 석쇠 위에서 옥수수가 벌겋게 달궈진 숯불에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여름철에 가장 즐겨 먹는 간식이 옥수수였기에 주저할 것도 없이 삶은 옥수수를 달라 했다. 주인장은 끓는 물에서 옥수수를 하나 건지더니 중간 심지에 나무 꼬챙이를 하나 푹 찔러 박았다. 그러더니 마요네즈 … [Read more...] about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던 조선 남자들
식지 않는 떡밥, 히틀러 루머
히틀러를 살려 준 영국군? 1차대전 당시 유명한 영국군 헨리 텐디는 독일군 병사 한 명을 살려줬는데 그가 바로 히틀러였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저도 아직 공부가 한참 모자라는군요. 아마 한글위키가 출처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글 위키의 참조자료가 되어야 할 영문 위키에서는 그런 주장이 의심스럽다는군요. 한글 위키는 2014년 4월에 발간된 이 책의 내용을 참조한 모양입니다. 제목 그대로 헨리 텐디는 히틀러를 죽이지 않았고 그래서 … [Read more...] about 식지 않는 떡밥, 히틀러 루머
1896 병신년, 단발령과 명성황후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2015년은 한국 근대사에서 매우 의미가 큰 간지인 을미년이었단다. 120년 전의 을미년에 조선의 왕비는 자신의 궁궐을 습격한 외국인의 칼에 맞아 죽고 시신마저 불태워지지. 이른바 ‘을미사변’이야. 언젠가 네가 이 왕비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명성황후>를 보고 싶다고 했을 때 아빠는 짐짓 딴청을 피웠지. 아빠는 보고 싶지 않았거든. 특히 그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라 할 장면, 죽임을 당한 왕비의 혼이 “이 나라 지킬 수 있다면 이 몸 재가 된들 어떠리. … [Read more...] about 1896 병신년, 단발령과 명성황후
다이하드, 무너져가던 남자들의 표상
1988년에 만들어진 영화 <다이하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액션영화중 하나다. 사실 한편의 액션영화에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나오면서 그 인물 각각이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고, 이야기가 다채로우면서 흐름을 잃지 않는 영화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이 거의 없다. 이 영화는 각각 세 가지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감독인 존 맥티어난, 주연이었던 브루스 윌리 스, 그리고 베레타 M92F 권총이 그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매클레인 형사가 처한 상황은 참 특이했다. 뉴욕 경찰인 그의 … [Read more...] about 다이하드, 무너져가던 남자들의 표상
베트남에서의 한국군의 만행
일그러진 '무적 따이한' 한국군은 베트남 전쟁에서 공식적으로 전사자의 8배에 가까운 4만여 명의 베트남인을 사살했다. 당시 언론들은 10:1의 눈부신 전과라며 '자랑스러운 대한의 남아' '무적 따이한'으로 보도했다. 한국 언론 "한국군을 만나면 어떻게 해서든지 피하라고 그들 군대에게 명령할 정도로, 베트콩은 한국군을 겁내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무적 해병대의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이는 미군의 두 배이자 게릴라전 역사상 … [Read more...] about 베트남에서의 한국군의 만행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석유 곤로 이야기
요즘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tvN)>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아래 ‘응8’)을 즐겨 시청하고 있다. 같은 채널에서 방영했던 <미생> 이후 다시 드라마에 서서히 빠지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은 이웃한 채널 <제이티비시(JTBC)>에서 방영한 <송곳>과 함께 주말 밤을 온전히 드라마 두 개에 빠져 지냈다. ‘응8’은 금·토요일, ‘송곳’은 토·일요일에 방영하는 드라마여서 밤 8시대의 ‘응8’을 보고 이어서 ‘송곳’을 시청하다 보면 … [Read more...] about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석유 곤로 이야기
끝나지 않는 역사전쟁 : ‘국정화’와 ‘위안부’는 쌍둥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때와 꼭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위안부 문제다. 국가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멀쩡한 주제를 건드리기 시작했고, 결국 멋대로 일을 처리했다. 국정화 때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① 일방적 의제 설정: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이고 패배주의를 가르친다." ② 상황의 단순화: "역사학계의 90%가 좌익." 역사학자들을 배제. ③ 강압적 갈등 해결 방식: 결국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도 국정화 고시 강행. "국정화를 반대하는 세력은 북의 지령을 받은 세력" 운운. 위안부 … [Read more...] about 끝나지 않는 역사전쟁 : ‘국정화’와 ‘위안부’는 쌍둥이다
한국의 위안부 문제에서 사과는 정의가 아니다
※ 필자 주: <Bloomberg View>에 올라온 노아 펠드만의 칼럼 「Apology Isn't Justice for Korea's 'Comfort Women'」을 전문을 번역했다. 노아 펠드만은 하버드 대학교의 헌법과 국제법 교수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김낙호님의 설명을 보면, 93년의 고노 담화에 있었던 교육 조항이 무시됐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합의의 한계에 대해서 곱씹어 볼 수 있게 해주는 글이다. 마침내 한국의 "위안부"들은 제2차 세계 … [Read more...] about 한국의 위안부 문제에서 사과는 정의가 아니다
피해자의 입장과는 너무나 먼 ‘제국의 위안부’
"무엇보다도 위안부들 중에 어린 소녀가 있게 된 것은 '일본군'의 의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앞에 살펴본 '강제로 끌어간' 유괴범들, 혹은 한 동네에 살면서 소녀들이 있는 집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던 우리 안의 협력자들 때문이었다. 위안부가 된 소녀들을 가족이나 이웃으로서 보호하기 보다는 공부라는 교육 시스템에서 배제해서 공동체 바깥으로 내친 우리들 자신이었던 것이다." (박유하, 『제국의 위안부』, 52쪽) 이 책의 목적은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나름의 도움을 주기 위한 데 … [Read more...] about 피해자의 입장과는 너무나 먼 ‘제국의 위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