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은 87년 1월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으로 비롯되어 4.13 호헌, 이한열 군 사망을 거치며 장장 6개월간 이어졌던 장기 투쟁이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 다치고 전국 도시는 연일 최루탄의 연기에 파묻여야 했던 전쟁과도 같은 투쟁이었지만, 이 투쟁의 기조는 뜻밖에도 '비폭력 무저항 운동'이었다. 비록 반쪽의 승리로 평가절하될지언정 직선제개헌이라는 성과를 끌어낸 것 역시 비폭력 노선이었다. 당시 투쟁의 주력이었던 학생운동의 지도부 서대협은 이러한 비폭력노선을 분명히 하여 … [Read more...] about 폭력과 비폭력 : 민주노총의 청와대 집회를 앞에 두고
역사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그 뜻과 진실
지도는 기술이며 문명입니다. 인공위성도 없던 시대에 정확한 지도를 만든다는 것은, 지금으로 치면 첨단기술을 가진 것과 같다고 합니다. 이런 일을 해낸 사람이 고산자 김정호지만, 흥선대원군 일화 등 알게 모르게 잘 못 알려진 것들이 꽤 많습니다. 다행히 대동여지도의 진실이 서서히 알려지고 있긴 합니다. 김정호의 호인 고산자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정호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정확한 지리정보를 위해 헌신한 인물입니다. 그의 헌신 덕분에 우리는 대동여지도라는 세계적인 지도를 가질 수 있게 … [Read more...] about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그 뜻과 진실
암살의 안옥윤은 왜 미쓰코시 백화점에 갔을까
영화 <암살>의 한 장면. 만주에서 염석진(이정재)을 만난 안옥윤(전지현)은 경성으로 가면 뭘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커피라는 것도 마셔보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그녀는 상하이에서 실제로 커피도 마시고 연애도 한다. 그리고 경성에 도착해서는 쌍둥이 언니 미츠코(전지현) 대신이지만 웨딩드레스를 입고 가짜 신부가 되기까지 한다. 비록 친정아버지와 예비 시아버지를 모두 죽여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지만 말이다. 그녀의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는 미쓰코시 백화점 … [Read more...] about 암살의 안옥윤은 왜 미쓰코시 백화점에 갔을까
‘옥수수 닮은 두개골’이 마야에서 발견되었다고?
영화 <인디아나 존스 4>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마야의 수정 해골을 둘러싸고 소련의 공산주의자들과 맞서게 됩니다. 일반적인 것과 달리 머리 뒤쪽으로 길게 뻗은 그 기묘한 수정 해골은 도저히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가 않지요. 결국 그들은 수정 해골을 갖고 유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외계인의 두개골 그 자체였습니다. 수정 해골이 모두 모이게 되자 외계인은 의식을 되찾고, 그들은 곧 자신들의 고향으로 날아갑니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가 개봉되고 몇 해 뒤 … [Read more...] about ‘옥수수 닮은 두개골’이 마야에서 발견되었다고?
니즈를 파악하는 힘, 관찰력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만동 묘지기가 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뇌물을 바쳐왔던가.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화양동 서원의 권세라면 세금도 병역도 면제니까! 흐흐흐… 잠깐만, 저것들은 뭐지? 뭔 건달 같은 새끼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가운데 놈이 두목인가? 꼴에 부축까지 받고 올라오는구먼. 잘됐다. 오래간만에 기분이나 풀어보자.’ 만동 묘지기는 순식간에 달음질치더니 건달 두목으로 보이는 사내의 가슴팍을 힘껏 밀어 차 버렸다. 그 바람에 계단을 오르던 건달들은 서로 엉켜 나뒹굴며 … [Read more...] about 니즈를 파악하는 힘, 관찰력
‘국민방위군 사건’을 아십니까?
이승만 정부가 정식으로 징집한 국민방위군 지난 9월 5일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파주을)은 ‘국민방위군 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골자는 북한군과 맞서 싸우려고 나섰던 ‘국민방위군’도 마땅히 ‘참전용사’ 예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된 특별법 제정 시도는 처음 있는 일이며, 사건 발생 66년만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6·25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는 북한군에 맞서 싸울 군사력을 확보할 목적으로 대규모 징집을 단행했다. 문헌에 따르면 … [Read more...] about ‘국민방위군 사건’을 아십니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하여 : 팽목항에서 쓰다
잔인함이 존엄성을 삼켜 버린 현장 2015년 9월 24일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화순공공도서관에서 강연기회가 있어서 목포를 거쳐 진도항을 방문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팽목항은 수많은 사람으로 붐볐을 것입니다. 이제는 찾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잊히고 있습니다. 나는 2009년 1월 20일 새벽녘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의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에서 집단으로 농성하던 철거민들이 화염 속에 사라져갈 때 인간의 존엄성도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때 블로그에 … [Read more...] about 인간의 존엄성에 대하여 : 팽목항에서 쓰다
구봉서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추억이 역사가 되는 순간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왕년의 스타 최곤 역으로 나오는 박중훈이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뭐든 처음이란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첫사랑 첫키스 등을 얘기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무척 공감했었다. 맞다. 뭐든 '처음', '첫'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들은 뭐든 추억의 대상이 된다. 빵잽이들도 첫 입감 시절을 선명히 기억할 것이고 골초들도 첫담배의 뿅가는 맛을 잊지 못할 테니까. 생애 첫 코미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그 의미로 남아 있는 프로그램은 <웃으면 복이와요>다. 이 … [Read more...] about 구봉서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추억이 역사가 되는 순간
여성 참정권 탄생의 역사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국 83년 만에 '보통선거'를 통해 20명의 여성 지방의회 의원이 탄생했다. 그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들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 등 참정권을 부여했는데 이는 1893년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후 122년 만이다. 사우디 여성들 122년 만에 첫 투표 아닌 21세기에 웬 ‘여성참정권’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기실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은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그것도 일찌감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구미 선진국에서는 이 … [Read more...] about 여성 참정권 탄생의 역사
진보 진영이 노태우에 대한 재평가를 하면 어떨까?
참 의아할 정도로 노태우는 존재감이 없는 전직 대통령이다. 노태우는 아직 생존해 있기도 하고, 그가 집권하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그리 오래전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 앞의 전두환 그 뒤의 김영삼이 모두 캐릭터가 뚜렷한 데다 여러 이유로 많이 회자되다보니 노태우는 상대적으로 묻힌 감이 있다. 그래서 그가 대통령이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근데 요새 보수 진영이 하는 걸 보면 그 노태우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수 진영이 배출한 대통령 중에서 비교해보면 … [Read more...] about 진보 진영이 노태우에 대한 재평가를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