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기만 하면 뭘 하니 발표를 해야지.” “당선이 아이 됐는데 발표를 어찌케 하니.” 영화에서 윤동주의 고종사촌형이자 가장 가까운 친우이기도 했던 송몽규는 함경도 사투리로 정겹게 동생 동주에게 시를 발표해 볼 것을 제안한다. 자신보다 앞서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촌형을 바라보는 동주의 표정은 부러움 반 부끄러움 반. 여러모로 복잡하다. 다행히 우리는 습작으로만 남을 뻔 했던 그의 시를 읽게 되었다. 1946년 윤동주의 또 다른 지우인 강처중과 정병욱에 의해 그의 시는 세상 밖으로 … [Read more...] about 〈동주〉 100돌 맞은 영원한 청춘을 기리며
역사
50년 전 세상: 사랑의 여름과 혁명, 그리고 독재
이번 겨울의 막바지 추위를 견디며, 지난여름 그렇게 겨울이 오길 애태우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쩔 수 없다. 인간은 원래 이렇게 간사하다. 문득 한파 속에서 여름을 생각하며 몇 가지 단상을 떠올리다 어느덧 살아보지도 못한 50년 전의 세상으로 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0년 전 여름은 누군가에게 ‘사랑의 여름’이었다. Summer of Love 서구사회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즈의 등장 이후 1960년대부터 락 음악이 대중음악계의 기수가 되었다. 비틀즈가 … [Read more...] about 50년 전 세상: 사랑의 여름과 혁명, 그리고 독재
“제국의 위안부”, 일본제국 논리로 ‘위안부’ 문제를 재해석하다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가 출간되었을 때는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이루고 있는 ‘제국(帝國)’이라는 낱말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그것이 국민 개개인이 가치의 근원체라고 믿는 천황에 대한 자기 동일시를 기반으로 하는 절대주의 천황제와 가족주의 국가관을 특징으로 하는 파시즘으로서의 ‘제국주의’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왜 하필이면 '제국'의 위안부일까 왜 저자 박유하는 책의 제목으로 ‘일본(일본군)’이라는 가치 중립적인 명칭 대신에 ‘제국’이라는 어휘를 선택했을까. … [Read more...] about “제국의 위안부”, 일본제국 논리로 ‘위안부’ 문제를 재해석하다
스물일곱 윤동주, 후쿠오카 감옥에서 지다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36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간도 출신의 조선 청년 윤동주(尹東柱, 1917~1945)가 스물일곱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그는 1943년 7월, 귀향길에 오르려다 일경에 체포된 이래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이듬해 3월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일제는 뇌일혈로 사망했다고 통보했지만 윤동주는 학창시절에 축구선수로도 활약할 만큼 건강했다. 건장한 20대 청년이 수감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돌연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은 쉬 믿어지지 않는 … [Read more...] about 스물일곱 윤동주, 후쿠오카 감옥에서 지다
자유한국당은 ‘자유당’ 당명의 저주를 알아쓰까?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합니다. 박근혜 비대위 시절이었던 2012년 2월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지 5년 만입니다. 새누리당은 당명을 바꾸기 위해 국민 공모와 전문가 의견 등을 모아 ‘자유한국당’,’행복한국당’,’국민제일당’,’보수의힘’ 등 4개 당명을 후보로 선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27%의 지지를 받아 최종 당명으로 확정됐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약칭을 ‘자유당’ 또는 ‘한국당’ 어느 것으로 할지는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습니다. 9일 … [Read more...] about 자유한국당은 ‘자유당’ 당명의 저주를 알아쓰까?
400년 전 왜적과 명나라, 지금 일본과 미국
『징비록: 지옥의 전쟁 그리고 반성의 기록』(이하 『징비록』)을 읽었다. 서해문집에서 2015년 5월 개정증보판 5쇄로 찍어낸 책이다. 크게 대단한 내용이 있지는 않았다. 아마도 기대가 컸던 탓이지 싶다. 전쟁은 끔찍하다. 그 끔찍함이 책에도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전쟁은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한테 더 참혹하다. 400년도 넘은 옛적 난리지만 그 고통은 지금 전쟁이 일어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게다가 우리한테는 그때 그 일본이 지금도 그대로다. 내가 알기로 일본은 중세 이후 대륙 … [Read more...] about 400년 전 왜적과 명나라, 지금 일본과 미국
국정교과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신호탄이었다
설 명절 연휴가 끝난 1월 31일,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검토본에서 드러난 수백 건의 오류를 수정했다고 밝혔지만, 가장 큰 비판을 받았던 박정희 대통령 관련 기술은 거의 그대로다. 또한,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표기한 것도 바뀌지 않았다. 다만, 올해 개발하는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기도 허용하겠단다.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기준에 학계와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2015년 9월부터 … [Read more...] about 국정교과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신호탄이었다
1월, 이육사 베이징 지하감옥에서 지다
1944년 1월 15일 새벽 5시, 베이징의 일본 총영사관 지하 감옥에서 한 조선 청년이 눈을 감았다. 그는 겨울을 봄을 예비하는 ‘강철로 된 무지개’로 여겼던 사람, ‘청포도’와 ‘광야’를 노래했던 시인 이육사(李陸史, 1904~1944)였다. 향년 40세. 1943년 4월에 베이징으로 온 육사는 충칭과 옌안을 오가면서 국내에 무기를 반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7월에 모친과 맏형의 소상(小祥)에 참여하러 귀국했다가 늦가을에 일경에 체포된 뒤 베이징으로 압송되어 새해를 맞은 지 16일 … [Read more...] about 1월, 이육사 베이징 지하감옥에서 지다
악마의 얼굴은 평범하다
과학의 이름으로 자행된 만행 1946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살던 시미언 쇼라는 4세 소년은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뼈에서 심각한 암세포가 발견된 것이다. 1년도 채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에 시미언 쇼의 부모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에 젖는다. 이때 1만 6,000km나 떨어진 곳에서 기적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의료진이 시미언을 치료해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연구진이었다. … [Read more...] about 악마의 얼굴은 평범하다
논란의 역사 : 남베트남 패망의 교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탄핵 심판의 결정을 인용해달라는 사람들과 탄핵은 무효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의 세 대결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특히 탄핵 심판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 사람들은 북한 정권의 사주와 언론 미디어의 조작에 의한 탄핵임을 주장하고, 체제 전복을 위한 날조라고 이야기 하면서 SNS상에 국가 체제 전복을 위한 시나리오라고 말하는 이야기들을 전파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들을 접하고 종북 척결을 내세우는 탄핵 반대파의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면서 한 가지 의문이 … [Read more...] about 논란의 역사 : 남베트남 패망의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