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했던 말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3월 19일 KBS 대선후보 경선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내 인생의 한 장면’이라는 코너에서 특전사 시절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문 후보는 낙하산을 메고 있는 사진을 설명하면서 정병주 특전사령관과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공수부대 때 제 주특기는 폭파병이었습니다. 그래서 12.12 군사반란 때 반란군 막다가 총 맞은 참군인 표상이 됐던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최우수 표창을 받기도 했고요. 나중에 제1공수 여단의 여단장이 아까 말씀하셨던 전두환 장군, 그때 그 반란군의 가장 우두머리였는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도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전두환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는 물론이고 국민의당과 극우 언론까지도 문 후보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문 후보를 향한 비판은 항상 가능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가 전두환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는 사실을 말했다고 비난을 받아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전두환으로부터 표창을 받기까지, 그리고 왜 전두환을 가리켜 ‘반란군 우두머리’라고 했는지 그 배경을 통해 비판의 근거가 합당한지 알아보겠습니다.
문재인은 왜 특전사로 강제 차출당했나?
이 논란의 시작은 ‘문재인 후보는 왜 특전사를 갔는가?’에서 시작합니다. 재수 끝에 1972년 경희대 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문재인은 1975년 유신독재 반대 시위로 구속됩니다.
유신 반대 시위로 구속된 문재인은 석방된 지 얼마 안 돼 입영 통지서를 받습니다. 신체검사도 받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문재인은 입영 전날 신체검사를 받고 다음 날 입영하는 강제징집을 당했습니다.
문재인은 39사단에서 훈련을 받았지만, 특전사로 차출됐습니다. 강제징집자는 ‘신원특이자’로 특별 관리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1982년부터 시작된 녹화사업은 학생운동 전력자를 프락치로 활용했지만, 이전에는 전방부대와 기갑, 포병, 특전사처럼 힘든 곳으로 보내 고생을 시켰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자랑하는 특전사 경력의 시작은 박정희 유신 독재 반대 시위로 인한 ‘강제 징집’이었습니다. (※ 관련 기사:문재인은 왜 ‘특전사’에 가야만 했는가?)
특전사령관 정병주, 1공수여단장 전두환, 3대대장 장세동
문재인 후보가 특전사에 입대해 자대 배치를 받은 곳은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여단 3대대였습니다. 당시 특전사령관은 정병주, 공수여단장은 전두환, 대대장은 장세동이었습니다.
1975년부터 1978년까지 특전사에서 군복무를 했던 문재인 후보는 특수부대 부대원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특수부대원들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라는 생각을 하고 훈련을 받기 때문입니다.
아직 전두환이 12.12 군사 반란을 일으키기 전이었던 1975년 무렵이었기에 문재인은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받은 표창이 자랑스러웠을 것입니다. 6주간의 특수전 훈련을 마치면서 특전 사령관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사실은 폭파 과정을 잘 이수해 특수부대원으로의 임무를 해낼 준비가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문재인이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표창은 ‘화생방 최우수 표창’입니다. 훈련 과목이나 표창 내용으로 보면 앞서 말한 ‘폭파과정 최우수 표창’보다 떨어집니다. 1공수 특전여단 부대원으로 군 복무 훈련 중에 받은 일반적인 표창이라고 봐야 합니다.
특전사 경력과 ‘폭파과정 최우수 표창’을 강조했던 문재인에게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표창은 그저 열심히 군생활을 했다는 종이에 불과합니다. 12.12가 벌어지기 전에 군 복무 중 여단장 표창을 받은 일은 부끄러울 필요도 숨길 필요도 없는 사실입니다.
제대하고 나왔더니 여단장이 반란군 우두머리로 자대 출신 병사를 체포
제대 후 문재인은 사법고시를 치릅니다. 2차 시험을 본 문재인은 합격 소식을 유치장에서 듣습니다. 왜냐하면, 12.12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이 5.17 비상계엄령으로 문재인을 체포해 유치장에 가뒀기 때문입니다.
1980년 6월 5일 경향신문에는 사법시험 합격자 명단이 발표됩니다. 문재인이라는 이름 옆에는 5.18 광주항쟁 때 신군부에 의해 사망한 사망자들의 명단도 나옵니다.
유치장에서 사법시험 합격 소식을 들은 문재인은 나중에 사법연수원에서 차석을 하지만 시위 전력으로 판사, 검사 임용이 좌절됩니다.
문재인 후보는 전두환을 가리켜 ‘반란군 우두머리’라고 지칭했습니다. 유치장에서 광주학살과 사법시험 합격 소식을 함께 들었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당연한 표현이라고 봐야 합니다.
특전사 동기에는 거수경례를 대대장 장세동에겐 악수만
2012년 특전사전우회가 주최하는 ‘6.25상기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34년 만에 특전사 동기들을 만나자 거수경례를 했습니다. 그러나 대대장 장세동에게는 악수만 하였습니다.
아무리 대선 주자라고 해도 군대 시절 직속 상관을 만나면 악수만 건네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거수경례를 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문재인 후보가 전두환이 준 표창을 자랑스러워 했다면 ‘반란군 우두머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며, 대대장이었던 장세동에게 거수경례를 했을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를 향한 비난 중에는 ‘전두환으로부터 받은 표창이 5.18 광주 진압 작전을 잘했기 때문이다’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문 후보의 특전사 복무는 1975년~1978년으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전입니다. 또한 광주학살이 벌어졌던 1980년에는 체포돼 유치장에 있었습니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에게 쏟아졌던 전두환 표창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정병주 특전사령관과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광주학살 전두환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나쁜 놈’으로 둔갑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에 있던 노동이나 경제 정책 등을 비판한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강제 징집으로 특전사에 끌려가고 전두환의 계엄령으로 체포돼 판사 임용까지 좌절됐던 문재인을 가리켜 ‘전두환의 표창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비난은 억지에 불과합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각 후보 진영마다 상대방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공약이나 정책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뻔히 드러날 사실을 가지고 말꼬리를 잡는 비판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그런 비난은 극우 세력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고, 이제는 사라져야 할 적폐 중의 하나입니다.
원문: The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