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 <죠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죠스>는 1975년 당시까지 최고의 흥행수익을 올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제2차 세계대전 중 바다 위에서 상어의 먹잇감이 되며 구조를 기다리던 해군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의 모델이 되는 실화가 바로 ‘인디애나폴리스 호 침몰 사건’이죠. 이 이야기는 2016년에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으로 <USS 인디애나폴리스>라는 영화로 각색되어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은 전쟁의 뒤에서 도사리던 자연과의 처참한 사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죠스>와 USS 인디애나폴리스의 실화
영화 <죠스>는 거대한 식인상어가 관광지에 나타난 후 이에 맞서는 사람들과의 대결을 그린 영화입니다. 1975년 개봉해서 세계적인 대히트를 기록했는데, ‘블록버스터’라는 말도 이때 생겨났죠. 더불어 스티븐 스틸버그라는 명감독이 이 영화와 함께 탄생하였습니다. 이후 스필버그 감독은 <E.T.>, <쉰들러리스트>, <라이언일병 구하기> 등의 명작품을 탄생시켰죠.
이 영화는 결국 상어 사냥 전문가 ‘퀸트’와 어류학자 ‘후퍼’, 경찰서장 ‘브로디’가 해수욕장에 나타난 식인상어를 처치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습니다.
줄거리 후반부에서 식인상어 죠스와 마지막 한판을 벌이기 직전, 퀸트가 과거에 있었던 식인상어의 공격을 이야기 해 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전쟁 중 침몰한 배의 해군들이 공포 속에서 상어에게 물어 뜯겨 죽어가는 얘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영화 <USS 인디애나폴리스>에서도 실감나게 표현됩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수면 아래에서 언제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을지 모른다는 공포, 갑자기 전우가 끌려 들어가며 산산조각 나는 공포의 패닉상태가 계속됩니다.
인디애나폴리스 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침몰했습니다. 이때 900여명의 병사들은 바다에 빠진 채 4일간이나 구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식인상어의 공격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었고, 결국 300여명만 구조되었습니다. 함장이었던 ‘맥베이’는 작전을 잘못 시행했고 대처를 못했다는 이유로 군사재판을 받았습니다. 그 후, 젊은이를 수장시켰다는 비난 속에 맥베이는 결국 자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죠스>에서 퀸트의 대사에서 호기심을 느낀 열두 살의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전쟁 중에 침몰한 수많은 전함의 함장 중에서 왜 맥베이만 처벌받았을까?”하는 궁금증에, 당시 생존자를 찾아다니며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며 정부는 재조사를 시작했고, 결국 맥베이는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었습니다. USS 인디애나폴리스호가 결국은 일본군의 탐지망에 걸려들 수밖에 없었고, 맥베이도 최선을 다했다는 게 드러난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사망한지 수십 년 후의 명예회복이었습니다.
USS 인디애나폴리스호의 침몰
USS 인디애나폴리스호의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전쟁을 끝내는 원자폭탄 수송작전과 맞물려 있습니다. 일본제국주의는 원폭을 맞은 후 1945년 8월 15일에 항복하게 되는데, 이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우라늄핵과 부품이 인디애나폴리스호에 의해 운반된 것입니다.
이 배는 배수량 1만 톤급의 중순양함입니다. 3연장 8인치 포 9문, 40mm 대공포 32문 탑재로 대공, 대함작전에는 뛰어났으나, 대잠수함 장비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구축함 등의 호위를 받아야 했지만 극비작전이었기 때문에 홀로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하여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함장 맥베이는 호위함을 요구했지만, 상부에서는 이를 무시하여 약 1200명의 해군이 승선한 채 괌 인근의 티니언섬으로 향했습니다. 거기에는 원자폭탄을 투하할 B-29 폭격기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식인상어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1945년 7월 말, USS 인디애나폴리스호는 일본침공을 위해 아이다호와 합류하려고 출발했습니다. 가는 길목에는 일본 잠수함이 활동 중이었지만 미해군 상부는 이를 알면서도 호위함 없이 이동하도록 하였습니다.
영화 죠스의 실화가 된 식인상어의 공격은 여기서 벌어집니다. 7월 30일 오전 12시, 일본 잠수함은 중형순양함을 발견하고 어뢰를 발사하여 그 중 2발을 명중 시켰습니다. 규모가 큰 함선이라서 소음이 컸기 때문에 좋은 표적이 된 것입니다.
USS 인디애나폴리스호는 뱃머리가 날아가고 폭탄과 연료실에 어뢰를 맞아 크게 폭발하며 12분 만에 침몰했습니다. 구명보트도 제대로 내리지 못해서 약 900여명의 해군이 바다로 탈출했습니다. 함장은 구조신호를 보냈지만, 통신소들은 잠을 자거나 일본의 흉계라고 생각하고 무시했습니다.
보통 인간에게 위험한 3대 상어로 백상아리, 뱀상어, 황소상어를 꼽습니다. 하지만 USS 인디애나폴리스호 침몰사건에서는 전혀 다른 식인상어가 공격을 해 왔습니다. 이름은 장완흉상어라고 하는데, 원래를 다랑어나 오징어를 떼지어서 쫓아다니는 어종입니다. 인간의 대항해시대가 열린 후에는 이런 습성 때문에 인간의 배를 떼지어 쫓아다닌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날은 배가 폭발하며 300명 가까이 죽었고, 피냄새를 뿌리며 수많은 시체들이 바다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상어들은 피를 쫓아 더욱 몰려들고 말았습니다.
식인상어, 공격을 시작하다
1945년 7월 30일 새벽, 식량도 의약품도 심지어 구명보트나 식수도 모자란 900여명의 병사들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서 식인상어들의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피가 흐르는 시체들을 뜯어 먹었습니다. 그 다음은 부상자들을 공격해 왔고, 정상인 병사들도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러면서 병사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옆에 있던 동료가 갑자기 비병을 지르며 바다로 끌려 들어가서는 동강난 살덩이와 피로 떠오르는 광경을 눈앞에서 봐야 했습니다.
구명보트에도 타지 못한 채 구명조끼만으로 바다 위에 둥둥 뜬 병사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식인상어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발을 굴러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그럼에도 전우들은 하나 둘씩 계속 바다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언제 내가 끌려갈지 모르는 공포의 상황이었습니다. 영화 <죠스>에서도 언급되는 실화가 바로 이 장면입니다. 영화 <USS 인디애나폴리스 호>에서도 이 장면이 매우 처절하게 그려집니다. 8월 15일이면 전쟁이 끝나는데, 겨우 보름을 앞두고 죽음을 맞은 것이죠.
그러나 해군 본부에서는 이 사실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발견된 것은 초계비행을 하던 비행기가 우연히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곧 구축함과 수상비행기가 동원되고 구조에 나섰습니다. 구조하는 데만 2일이나 걸렸습니다. 구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비행사는 식인상어의 공격에 끌려 들어가는 동료들을 목격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1945년 8월 6일 USS 인디애나폴리스호가 운반한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떨어졌습니다.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성공 발표를 하는 동안 이 사건은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무더위, 굶주림, 목마름과 식인상어의 공격에서 살아난 USS 인디애나폴리스호의 승조원은 300여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민은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고 발칵 뒤집혔습니다. 미군부는 자신들의 잘못은 숨기고 함장인 맥베이에게 모든 죄를 전가했습니다. 비록 사면을 받긴 했지만 맥베이 함장은 씻을 수 없는 치욕을 겪어야 했습니다. 결국 그는 1968년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다행히도 1975년 영화 죠스가 흥행에 성공하고, 그 영향으로 한 소년이 조사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면적인 재조사가 이루어져 1997년 무죄가 내려졌습니다.
적과 싸우고 자연과 사투를 벌이고, 조국에게까지 배반당한 이 군인들의 이야기는 거의 50년이 지난 후에야 역사에 다시 쓰여질 수 있었습니다.
원문: 키스세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