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영화화되어 많은 패러디의 대상이 되었던 영화 〈300〉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스파르타인의 전설적인 용맹'입니다. 물론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오락용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불과하며 많은 허구와 왜곡이 들어가 있습니다만, 기본적인 줄거리 자체는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BC 480년 가을, 바닷가의 협로인 테르모필라에(Thermopylae)에서 그리스 본토를 침공하기 위해 이곳을 통과하려는 크세륵세스의 수십만 대군을 수도 훨씬 적고 가난한 스파르타의 용사들이 상당 기간 저지하다가 결국 … [Read more...] about 스파르타는 왜 망했을까?
역사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지난주, 큰아이와 함께 일본 교토와 오사카를 다녀왔다. 일본은 나의 유년 시절이었던 80~90년대 이후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은 나라다. 하지만 최근 메이지유신을 비롯하여 에도막부 시대에 관한 책을 읽다 보니 궁금한 유적지들이 있어 둘러보게 되었다. 80~90년대 일본은 정말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나라였다. 돌이켜 보건대 1995년 일본의 명목 기준 GDP는 5조 4,490억 불로서 세계최대 경제 대국 미국의 7조 6,640억 불의 71% 수준에 이르렀다. 당시 12억 명 인구를 … [Read more...] about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법률가들: 법률가의 역사를 소환하다
한국 사람에게 법이란 무엇일까. 무던하고 착한 사람에게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표현이 찬사가 되고 좀 부당한 일을 당하면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라는 한탄이 제꺽 튄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라는 걸 알기에 자유로운 ‘무법천지’보다는 ‘법질서’에 대한 존중이 본능적으로 앞서고 말싸움이든 몸싸움이든 벌어지고 나면 흘러나오는 말이 ‘법대로 하자’다. 뭔가 바람직한 상황을 설명하고자 할 때는 “00해야 하는 법이다.” 같은 관용어구가 붙는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들이킨 … [Read more...] about 법률가들: 법률가의 역사를 소환하다
위안부 다음에는 양공주가 있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장의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안부 기림비가 설치되자 자매결연을 맺었던 일본 오사카시에서 불편함을 나타냈고, 결연 파기라는 강수까지 두며 기림비의 철거를 요구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위안부 피해자들의 희생을 기리겠다는 감사한 행동에 많은 한국인이 감동했지만, 나는 왠지 씁쓸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해방 이전에는 일본 정부가 그런 만행을 저질렀으나 정작 해방 이후 한국 정부가 위안부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 [Read more...] about 위안부 다음에는 양공주가 있었다
썬키스트 VS. 델몬트, 그리고 따봉
내가 마신 오렌지주스는 오렌지가 아니라 감귤주스였다 인생의 첫 배신감. 그것은 오렌지주스를 처음 마셨을 때다. 글을 몰랐던 꼬마 시절 나는 그동안 마시던 노란 주스가 오렌지주스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귀중한 손님이 집에 오기 전까지는. 엄마가 냉장고 깊숙이 숨긴 델몬트를 꺼내기 전까지는. 그리고 잔에 남아있는 오렌지주스를 몰래 마셔보기 전까지는. 오렌지주스의 첫 모금이 기억난다. 물론 귤과 오렌지를 구분하지 못할 시절이었지만, 시큼함의 깊이가 달랐다. 하지만 마셔보기 전까지는 이것들을 … [Read more...] about 썬키스트 VS. 델몬트, 그리고 따봉
공화국의 마리안느와 ‘자유, 평등, 박애’
이번에 노란 조끼(gilets jaunes)라는 시위대가 파리를 뒤집어놓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선문 안에 보관되었던 마리안느(Marianne)의 두상도 크게 파괴되었고, 많은 사람이 혀를 찼습니다. 마리안느가 몹시 화가 난 표정이라서 더욱 눈살이 찌푸려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마리안느 자신은 시위대가 자신의 두상을 과격 시위로 파괴한 것에 대해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리안느 자신이 바로 저항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2013년에 썼던 것인데, 이번 노란 조끼 시위대 … [Read more...] about 공화국의 마리안느와 ‘자유, 평등, 박애’
‘국가부도의 날’은 허위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한국
새로 개봉한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이 시끄럽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에 대한 말도 안 되는 해석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1997년 한국 외환위기의 원인을 한국 경제 시스템을 신자유주의로 재편하고자 하는 재무부 고위 관료의 음모론으로 설명하는데, 아무리 영화적 장치라고 하더라도 이건 엉터리다. 당시 외환위기는 한국의 경제와 금융 시스템 상 한 번은 겪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였는데, 그 이유로는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이 1970년대 이후 계속 지연되었으며, 금융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 [Read more...] about ‘국가부도의 날’은 허위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한국
한 줄의 헤드라인이 미국의 대통령을 끌어내리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있다 2016년 12월 9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되었습니다. 국회의원 299명이 참여한 표결 결과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탄핵안은 의결정족수인 재적인원 3분의 2(200명)를 넉넉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물러난 적이 있습니다. 초유의 정치 스캔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리처드 닉슨은 스스로 사임하며 불명예스러운 끝을 맞이했죠. 무엇이 닉슨을 사임에 … [Read more...] about 한 줄의 헤드라인이 미국의 대통령을 끌어내리다
할리우드는 어떻게 할리우드가 되었을까?
※ KCET의 「How Did Hollywood End Up in… Hollywood?」를 번역한 글입니다. 서부에서 빈털터리가 되면 기찻삯을 보내주마. 늘 그랬던 것처럼. 1913년 ,윌리엄 드밀은 탐탁지 않아 하면서 동생 세실에서 편지를 썼다. 세실은 영화 <The Squaw Man>을 촬영하기 위해 뉴욕을 출발해 서부로 가는 중이었다. 이 영화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된 최초의 장편 영화가 된다. 형 윌리엄은 이런 말로 편지를 끝맺었다. 아무도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 [Read more...] about 할리우드는 어떻게 할리우드가 되었을까?
까스활명수 VS. 까스명수
“식탁예절이 청학동인 우리 집에서도 코카콜라를 얻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놓는 것이다. 그리고 손으로 배를 만지며 표정을 아련하게 한다. 그러면 엄마는 언제나처럼 코카콜라를 가져다줄 것이다. 문제는 엄마의 발길이 냉장고에 가지 않고, 찬장으로 향했다는 것. 마미손에 들린 그 음료는 코카콜라가 아닌 ‘까스활명수’였다. 이걸 어떻게 마셔요! 악악악! … 그렇게 까스활명수의 맛에 빠지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도 나의 최애는 언제나 이 두 음료다. 마실 수 있는 것을 … [Read more...] about 까스활명수 VS. 까스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