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 S를 만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짝꿍으로 처음 만나 평생을 ‘절친’라는 이름으로 얽힌 사이. 우리는 수많은 흑역사와 화양연화를 함께 만들어 왔다. 그녀는 이제 7살이 된 딸을 둔 평범한 대한민국의 여자 사람이다. 꽤 오랜 시간 IT업계에서 유능한 기획자로 일했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후, 다시없을 그 소중한 시간을 딸과 함께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S는 과감히 퇴사하고 현재는 전업주부의 임무를 다한다. 하지만 곧 길고 긴 딸의 유치원 방학이 시작되면 당분간은 꼼짝 못 한다. … [Read more...] about 아휴 서른이면 애기지 애기
문화
시골상회에 왜 발길이 끊이질 않지?
지역에서 유일한 농산물 상시 직거래장 고개 위 나무 천로(天老)를 뵈었고 시냇물은 돌에 부딪혀 시끄럽구나 산이 깊어 범과 표범이 많으니 저물지 않아도 사립문 닫아야 하네 단종이 유배 생활을 달래기 위해 노산대에 올라 지었다는 시다. 사방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섬과 다름없는 그곳에서 느꼈을 고립감은 창덕궁 돈화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됐으리라. 1주일을 걸려 도착했다던 영월. 행정구역으로는 영월군에 속하고 거리로는 제천에 가까운 영월군 주천면을 찾았다. 술이 샘솟는다 하여 붙여진 … [Read more...] about 시골상회에 왜 발길이 끊이질 않지?
행복에 대해 고민하지 말 것: ‘행알못’이 행복하다
일상 속의 사소한 주제로 시작한 대화가 삶의 근원적인 것들로 심화해 결국 행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화 끝에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나는 어느 정도 행복한 걸까? '행복'은 인류가 문명사회에 접어든 이래로 가장 오래된 화두이자 삶의 목표입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고, 심지어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사는 이들조차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확인하려 애쓰곤 하죠. 다가오는 고난의 시간은 그런 자신을 더욱 흔들리게 만듭니다. 친구나 애인, 가족이 겪는 힘든 … [Read more...] about 행복에 대해 고민하지 말 것: ‘행알못’이 행복하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
‘태학산문선’ 시리즈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정약용의 글을 모은 『뜬 세상의 아름다움』이라는 책이 있다. 여기에 포함된 글 「가난한 근심」에서 일찌기 정약용은 사람들이 부질없는 근심이 많은 것에 대해서 썼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을 좇아 부지런히 내달리느라 정신이 고달프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또 걱정해야 할 자기 정신을 기르는 일은 정작 걱정하지 않는다. 죽을 때 책 한 상자도 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짐승이나 다름없지 않냐고 정약용은 말한다. 정약용이 그 … [Read more...] about 걱정이 많은 사람들
부풀지 않아도 괜찮아
여행 중에는 만나는 사람 모두가 내게 온정을 베풀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생의 단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이 순간, 이 도시를 되뇔 때는 좋은 기억만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기억은 철저히 내 중심으로, 안쪽으로 굽는다. 떠올리면 괜스레 애틋한 도시도 있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도시도 있다. 그토록 간절한 '온정의 바람'이 통한 날도, 아닌 날도 있던 것이다. 10년 전 폴란드의 크라쿠프 광장에서 구입한 깡깡한 빵과 게스트하우스 주인 부부와의 어색한 아침 식사는 확실히 … [Read more...] about 부풀지 않아도 괜찮아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말하면, 종종 사람들로부터 “좋은 책 좀 소개해주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그때마다 한결같이 “좋은 책이 뭐 있겠습니까. 그냥 자신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지요.”라며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 그 사람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재미없게 읽은 책이 그 사람에게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개인이 가진 성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좋은 책’이라는 틀을 정해놓고, … [Read more...] about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아프리카가 그럴 줄 몰랐지
장마와 무더위가 뒤섞인 딱 이맘때쯤이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몇 해 전 아프리카에서 열흘간의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였다.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 층 문을 나섰을 때, 내 얼굴을 강타한 그 뜨겁고 습한 공기. 콧속으로는 스팀다리미의 스팀을 넣는 거 같은 그 기분. 감당할 수 없는 끈적한 기운이 나를 덮치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 와 이게 말이 돼? 아프리카보다 한국이 더 덥네. 불과 24시간 전까지 내가 머문 아프리카는 기온이 … [Read more...] about 아프리카가 그럴 줄 몰랐지
심리적 문제는 왜 생길까?: 큰 그림 편
어떤 내용을 쓰는 게 더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을 하다 보니 보편적인 내용 위주로 글을 쓰게 되네요. 이번 글은 우울증에 관련해서 쓴 글과 함께 보면 이상심리(심리적인 문제)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조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번지점프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데 번지점프대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아찔한 높이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에 땀이 납니다. 심장이 벌벌 떨려서 고개를 돌리고 주저앉아서 난간을 꽉 붙잡습니다. '내가 여기 왜 왔지?' 하는 후회가 … [Read more...] about 심리적 문제는 왜 생길까?: 큰 그림 편
라디오를 즐겨 듣기 시작하면서 생각한 것들
요즘 제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실행하는 앱은 ‘로니 라디오(RONY RADIO)’라는 앱입니다. 국내 라디오를 모두 모아서 들을 수 있는 앱으로 기존에 나온 라디오 앱과는 달리 깔끔한 디자인, 편한 UX 때문에 즐겨 이용합니다. 아쉽게도 iOS 버전만 있어서 주변에 아이폰을 가진 지인에게만 조심스럽게 추천하는 앱이기도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저는 라디오 세대는 아닙니다. 10대, 20대 모두 라디오보다는 컴퓨터, 휴대폰과 더 밀접하게 보냈습니다. 라디오는 제 인생에 있어서 정말 … [Read more...] about 라디오를 즐겨 듣기 시작하면서 생각한 것들
내 나이를 내 나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는 올해 60세이시다. 회사에서 부모님이 60세가 지나면 가족수당이 나온다고 들은 바 있어 문의했더니 만 나이 기준 60세부터란다.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아버지는 분명 사람들을 만날 때 60세로 본인을 소개하고, 올해 초 앞 자릿수가 바뀌었을 때 하는 심란한 고민들을 하셨을 것이다. 자식들도 아버지를 60세로 인식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를 그 나이로 보지만 사실은 60세가 아닌 것이다. 그는 명확히 '한국 나이' 속도로 인생을 살지만 8월생인 아버지가 법적으로 60대로 인정받으려면 해가 … [Read more...] about 내 나이를 내 나이라 부르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