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사람들은 국어사전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워낙 이 나라에선 대접받는 언어라 어릴 때부터 부득이 끼고 살 수밖에 없는 영어사전과는 경우가 다르다. 그게 ‘쉬운 모국어’라서가 아니라 그거 잘못 써서 타박 들을 일이 잘 없어서 그렇다. 집집마다 보급판 ‘국어사전’이 한 권씩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일부러 국어사전을 사는 일은 드물었으니 그건 물론 초중등학교 졸업식에서 타온 상품이기 쉬웠다. 그런데 영어사전과는 달리 그건 서가에 장식용으로 꽂혀 있다가 누렇게 바래져 가곤 … [Read more...] about 어떤 국어사전을 쓰고 계십니까?
책
‘채식주의자’를 읽는 세 가지 코드
※이 글은 소설의 줄거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설가 한강은 유달리 후각에 민감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소년이 온다>를 보라. “환자복을 입은 몸을 맨 위에 쌓은 뒤 가마니로 덮고는 뒤로 물러섰어. 그들의 찌푸린 미간과 텅 빈 눈 두 쌍을 지켜보며 나는 알았어. 하루 사이 우리들의 몸에서 지독한 냄새가 품어져 나오고 있다는 걸.” 언젠가 이 소설을 읽고 “책을 읽는 내내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에 시달려야 했다. 그 냄새는 주인공 동호가 그때, 그곳에서, … [Read more...] about ‘채식주의자’를 읽는 세 가지 코드
독창성을 발휘하기 위한 15가지 행동지침
와튼스쿨에서 조직심리학을 가르치는 애덤 그랜트 교수의 두번째 책 <오리지널리티>는 독창성에 대한 학계의 여러 연구들을 모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기업, 예술,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독창성을 발휘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독창성을 발휘하기 위한 통설, 그리고 그 통설이 때론 실험을 통해 어떻게 반박되었는지 담겨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챕터에는 독창성을 발휘하기 위한 15가지 행동 지침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이는 저자가 책의 내용을 요약해 만든 것입니다. 저자는 독창성을 … [Read more...] about 독창성을 발휘하기 위한 15가지 행동지침
내가 20대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경제를 제대로 읽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하는 책
이 책을 읽고 나니 첫 번째로 드는 느낌은 진한 아쉬움이었다. 내가 경제학에 관심을 갖고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한 20대 후반에 만약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공포팔이 예언서나 각종 음모론류 책들을 찾아 읽으며 수 년을 허송세월 한 걸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최소한 조금이라도 더 빨리 빠져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을 덮고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공포팔이 경제 예언서가 엉망인데도 팔리는 이유 아쉬운 건 … [Read more...] about 내가 20대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경제를 제대로 읽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하는 책
잡스는 왜 애플에서 축출돼야 했나
"투자자들이 원하지 않는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잡스(Jobs)>는 스티브 잡스가 절친한 친구와 함께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고 '애플(Apple)'을 업계 최고의 회사로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여기까지는 아주 흔한 '천조국 괴짜천재의 자수성가 스토리'다. 그런데 어느 날, 이사진의 결정으로 잡스는 자신이 만든 바로 그 회사에서 축출당하고 만다. 그리고 아버지를 찾아가서 운다. 그가 쫓겨난 이유는 애플의 이사진이 그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Read more...] about 잡스는 왜 애플에서 축출돼야 했나
연애하지 않을 자유
이제는 추억 속의 단어가 된 것 같은 솔로대첩을 기억하십니꽈? 때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무리 봐도 세상이 망할 것 같지도 않고, 내가 학으로 변신할 징조도 안 보이길래 일찌감치 비연애인구 전용잡지를 기획하던 중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여의도 공원에서 ‘솔로대첩’이라는 것이 열린다나?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아, 파올로 코엘료가 약을 판 것만은 아니구나. 내가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정말로 온 우주가 그것을 … [Read more...] about 연애하지 않을 자유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란 도대체 무엇인가?
경제민주화, 총론은 빈약하며 각론은 부족하고 비민주적이기까지 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행 헌법 119조 2항에 '경제의 민주화'라는 말을 넣었다고 해서 '경제민주화의 아버지'로 대접받는 사람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그가 내세우는 '경제민주화'란 도대체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그의 '경제민주화' 담론에 있어서 정책 대안, 즉 각론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의 정의, 즉 총론이 … [Read more...] about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란 도대체 무엇인가?
왜 여성은 여전히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가?
Why Women Still Can’t Have It All(왜 여성은 여전히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는가)이라는 다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목의 글을 읽었을 때, 공교롭게도 나는 출산휴가 중이었다. 첫 아이가 생기고 워킹맘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적응해나가던 시기. 그래서 그 글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같은 주제로 한 앤 마리 슬로터의 책이 출판된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 아마존 장바구니에 넣고 손꼽아 기다리다 미국에서 배송되는 시간도 아까워 발간되자마자 이북으로 읽어내려갔다. … [Read more...] about 왜 여성은 여전히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가?
내 마음 속의 ‘똥’들과 마주하는 법
내 책의 내용 중에는 미워했던 사람에게 쓴 편지가 들어 있다. 전 남편 밴드의, 나의 아버지의 삶에 대해 함부로 지껄여대던, 일베였던, 전라도 출신의 기타리스트 이야기다. 내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블랙코미디 같다. 한 달 전에는 전 남편이 내 인스타 계정을 팔로우 했다. 이건 정말 정말 웃기는 일이어서 육성으로 웃었다. 그 날 밤에는 '전 남편 클럽이 망하게 해주십쇼' 기도를 하고 인스타에서 그를 차단했다. 난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내가 빼앗긴 것은 무엇이고 얻은 … [Read more...] about 내 마음 속의 ‘똥’들과 마주하는 법
이 책 꼭 읽어라: 원화 환율과 한국 경제의 특징을 제대로 설명한 책 『환율의 미래』
<환율의 미래>는 원화 환율의 특징을 제대로 설명하는 '유일한' 책이다. 금융기관에서 오랜기간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한 저자가 실제 시장에서 움직이는 환율의 특징을 설명하고 향후 전망을 제시한다. 시중에 화폐·외환 관련 서적은 많다. 해외 저작물 중에는 외환시장 역사와 메커니즘을 다룬 양서도 꽤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축 통화인 달러·유로를 중심으로 서술했기 때문에, 연화(Soft Currency)를 사용하는 한국의 특성을 설명하지 못했다. 또 우리나라 교수님들도 이론만 공부하고 … [Read more...] about 이 책 꼭 읽어라: 원화 환율과 한국 경제의 특징을 제대로 설명한 책 『환율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