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나니 첫 번째로 드는 느낌은 진한 아쉬움이었다. 내가 경제학에 관심을 갖고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한 20대 후반에 만약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공포팔이 예언서나 각종 음모론류 책들을 찾아 읽으며 수 년을 허송세월 한 걸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최소한 조금이라도 더 빨리 빠져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을 덮고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공포팔이 경제 예언서가 엉망인데도 팔리는 이유
아쉬운 건 당시 주변에 경제에 대해 식견을 갖고 방향을 잘 잡다 주는 분이 전무했고 당시 초보자 입장에서 인터넷에 큰 목소리를 내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다수의 사짜들 사이에 소수의 진짜 고수들을 식별해 내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공포팔이 예언서들과 음모론류 책들의 공통적 문제는 저자가 자신이 선험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한 결론에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을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데 있다. 당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현실을 자기가 믿고 있는 허술한 이론에 맞추어 편집까지 하는 정도에 이르게 된다.
읽을 때는 명쾌해 보이고 매우 그럴듯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이론이 실제 현실과 계속 충돌하는 걸 목격하게 되고 결국에 가서는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된다. 저자의 이론을 믿고 계속해서 현실을 외면하는 인지부조화를 가동할 것인가 아니면 공포팔이 예언서와 음모론류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세계관에서 과감히 벗어날 것인가.
경제 초보를 위한 길잡이, 홍춘욱 박사의 블로그
공포팔이 예언서와 음모론류 책들에 대해 라면 냄비 받침으로도 아까운 양판소 수준의 책들이 아닌가라고 회의하며 점점 거리를 둘 무렵 우연히 발견한 홍춘욱 박사님의 블로그는 나에게 훌륭한 힐링 장소가 되어 주었다. 경제학의 탈을 쓴 양판소 책들의 한계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실제 통계 자료와 각종 팩트들로 대중들의 잘못된 경제학적 통념을 완벽하게 반박하는 포스팅들을 쭉 읽으며 나는 비로소 내가 그토록 오랫동안 찾아왔던 곳을 드디어 찾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그날부터 엄청난 독서가이신 홍박사님이 엄선하여 추천하는 책들을 주문하며 읽기 시작하였다. 물론 하나같이 양질의 고퀄 책들이었다. 아마도 요 몇 년간 내가 읽은 책의 최소 반 이상은 홍박사님이 추천해준 책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엄선되고 검증된 좋은 책들에 대한 집중적인 독서를 통해 예전에 비해서 확실히 각종 문제들을 보는 시야와 안목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걸 나 스스로 느낄 수 있었고, 이 또한 두말할 것 없이 홍박사님 블로그 활동 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홍박사님 블로그 애독자가 된 후 책 고르는데 들어가는 수고와 에너지를 정말 많이 절약하게 되었다. 워낙 굇수급의 독서가시다 보니 수많은 책들을 읽으시고 또 거기다 그 중에 매우 깐깐하고 까다로운 기준으로 가장 좋은 책들만 선정해서 소개해 주시니 홍박사님 블로그는 최고 성능의 책 선정 필터링 기계나 다름 없다고 할 수 있다.
경제독서 인생 20년의 액기스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 공부>
그리고 드디어 홍박사님의 그간의 독서 인생을 총 결산하는 책이 나왔고 이 책은 어떻게 보면 홍박사님 블로그의 엑기스만 모아 담아낸 책이라고 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평소 경제학에 관심을 두고 계신 입문자나 초보자 혹은 좋은 책을 찾아 고민하거나 독서를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딱 맞는 맞춤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경제학 관련 책 뿐 아니라 평소 홍박사님의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독서 생활을 반영하듯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책들도 잘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중 반 정도를 이미 읽은 나로서는 아직 못 읽은 반 정도가 매우 기대될 정도로 좋은 책들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평소부터 사회의 문제들을 바라보고 판단할 때 당위와 명분의 잣대로만 보지 말고 자연적이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제약 조건과 한계 조건의 잣대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사람들이 당위와 명분, 도덕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접근했을 때 상황을 더 악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거시경제학적 상식이야말로 사람들에게 현실의 제약 조건과 한계 조건을 사고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기초적 수준에서라도 경제학의 기본적 상식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문제에 있어 경제학적 관점으로도 접근하고 고려할 때 나는 시민 사회의 문제 해결 역량 또한 증가하고 또한 정치적 민주주의도 더욱 성숙하고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건 세상일에 관심이 많아서 건 동기가 어떻든 간에 기회가 된다면 경제에 관심을 갖는 건 매우 권할 만한 일이라 생각하며, 혹시나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 한다면 경제 초보자 입문서로서 바로 이 책 홍춘욱 박사님의 신간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 공부”만큼 딱 맞는 책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