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갈린 면도날 같은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어느 때보다도 냉소가 넘쳐나는 시절이라 그런가, 요즘 비아냥만으로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비아냥거'들을 탓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을 향한 분노와 좌절이 오래 묵으면 발효해서 냉소가 된다고들 하니까.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촘촘한 플롯과 생생한 분노 위에 서 있는 영화다. 그러면서도 차분하게 할 말을 다 하고 있다. 미디어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약간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감히 반론을 … [Read more...] about 촘촘한 플롯과 생생한 분노, <더 테러 라이브>
영화
설국열차는 과연 목적지에 도착했나
이 글은 이 영화의 미덕을 칭찬하기 위해 쓰여진 글은 아니다. 이미 '설국열차'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논평이 등장해 있으니까. 영화 속 상징들에 대해 온갖 종류의 해석을 한 리뷰들에서부터, 봉준호 감독 본인이 나서 '그건 이런 의도'라고 해석한 인터뷰에 이르기까지, 영화와 관련된 읽을 거리가 넘쳐난다. 이 영화가 깨시민을 옹호하는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할 생각도 없다. 본격적인 상징 해석도 아니다. 그러니 요나가 성경에 나오는 그 요나를 뜻하는 거라든가, 불의 등장이 인류의 문화 발달 … [Read more...] about 설국열차는 과연 목적지에 도착했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보여준 웹툰 원작 영화의 흥행 방식
영화화된 웹툰이 원작보다 재미 없는 이유에서 이어집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 각색은 어디로? 다음 만화속 세상에서 연재된 HUN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자.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2주차까지 550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최종 스코어는 630만을 넘어섰다. 아마도 이제껏 나온 웹툰 원작 영화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연재 당시에도 신선한 설정과 비장함 … [Read more...] about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보여준 웹툰 원작 영화의 흥행 방식
영화화된 웹툰이 원작보다 재미없는 이유
2006년, 강풀 원작의 <아파트>와 B급 달궁의 <다세포 소녀>가 영화화 되어 극장에 걸렸다. 결과는 둘 다 흥행참패. 독자들은 ‘만화 그대로만 찍어도 이거보다 낫겠다’며 실망을 금치 못했고 영화관계자들은 ‘그대로 찍으면 영화가 안된다’고 항변했다. 비록 시작부터 쓴맛을 봐야했지만, 이때부터 영화계는 꾸준하게 웹툰의 영화화 판권을 사들였다. 웹툰이라는 만화연재의 새로운 방식이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웹툰으로 데뷔한 작가들의 성장과 종이매체 연재를 … [Read more...] about 영화화된 웹툰이 원작보다 재미없는 이유
<설국열차>에 대한 최광희와 고재열의 ‘헛발질’ 비판
'설국열차'가 뜨겁다. 개봉 둘째날인 8월 1일 목요일 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사상 일일 최대관객수를 갱신했지만, 흥행 추이까지 장담할 순 없을 것 같다. 누군가는 대단한 만듦새의 수작이 나왔다며 호평하지만, 누군가는 중구난방이고 정작 재미가 없다며 혹평한다. 특히 같은 날 개봉한 '더 테러 라이브'와 비교되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거운 논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그 혹평 중에서도 특히 회자되는 것이 바로 고재열 씨와 최광희 씨의 혹평이다. 그러나 나는 이 두 … [Read more...] about <설국열차>에 대한 최광희와 고재열의 ‘헛발질’ 비판
한국 드라마의 거장, 김종학 PD의 30년
전 세계 대중문화 상품을 살펴보더라도 자국산 TV 드라마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나 자국 드라마가 해외에서도 인기 콘텐트인 나라는 더욱 적습니다. 이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역시 미국과 영국입니다. 유럽의 선진국이라는 프랑스나 독일의 TV 편성표를 살펴보더라도 미제 드라마, '하우스'나 'CSI'가 프라임 타임에 편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미드'가 영 맥을 못 추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입니다. 자국산 드라마 콘텐트가 워낙 … [Read more...] about 한국 드라마의 거장, 김종학 PD의 30년
월드워Z, 알고 보니 뛰어난 가족용 코미디
영화 '월드워Z'는 아시다시피 맥스 브룩스의 유명 원작 '세계대전Z(World War Z)'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소설이 국내에 처음 소개될 무렵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마징가Z'를 먼저 연상하는 바람에 진지한 대접을 받지 못한 요소도 있지만, 사실 '좀비 문학'이라는 것이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는 데에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좀비물은 책 보다는 영화에서 먼저 장르로서의 자리를 확고하게 굳혔다. 그 유명한 조지 로메로 감독의 70년대 좀비물은 제작자와 관객 … [Read more...] about 월드워Z, 알고 보니 뛰어난 가족용 코미디
머니볼은 ‘아론 소킨’의 사기극이다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있다.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브래드 피트가 미국 프로야구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현재도 단장이다) 빌리 빈을 연기한 작품이다. 사실 ‘머니볼’이라는 제목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효율 높은 팀으로 재건한 빌리 빈의 성공 신화를 다룬 마이클 루이스의 베스트셀러 제목이며, 영화 ‘머니볼’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영화 ‘머니볼’은 그 빌리 빈이 주전 선수 3명을 떠나 보내고 2002년을 맞아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는지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또 … [Read more...] about 머니볼은 ‘아론 소킨’의 사기극이다
좀 더 강한 좀비를 원한다면, 여기 그들이 온다
좀비는 특히 현대인의 공포를 건드리는 존재다. 드라큘라나 소복 입은 귀신과 달리 말이 통하지가 않는다. 구체적인 이유나 원한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잘못 걸리면 변명이나 애원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살해당할 뿐이다. 옛날보다 거대해지고 복잡해진 사회가 개개인을 지탱해주곤 있지만, 어느 날 이유 없이 돌변해 나를 깔아뭉갤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과도 비슷하다. 물론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로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장식해줬던 강시도 있긴 하다. 그러나 사실 강시는 도사가 나타나 부적 … [Read more...] about 좀 더 강한 좀비를 원한다면, 여기 그들이 온다
‘베를린’, 감히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베를린'이 시사회를 연 뒤부터 '물건이 하나 터졌다'는 소문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간간이 '재미있는데 와 닿지 않는다'는 평도 섞여 있었지만, 아무튼 최근에 개봉했던 수많은 영화들에 비해 '베를린'이 '급이 다르다'는 느낌은 확실히 전달됐습니다. 사실 직접 보기 전에 오는 이런 호평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이런 호평들에 발맞춰 기대치도 그만치 급격하게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기대치가 오른 상태에서 영화를 보면 실망하기도 쉽고, 사소한 꼬투리도 크게 보이는 면이 있죠. 반면 많은 … [Read more...] about ‘베를린’, 감히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