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열풍이 시작된 건 대략 십여 년 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화두가 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그 이후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일종의 요술상자이자 수수께끼처럼 사회에 퍼지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인문학이라는 '그 무엇'의 힘에 닿아보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관련 책들, 강연들이 쏟아졌고, 크고 작은 성행을 이룬 경우도 적지 않았다. 더불어 '인문학 셀럽'이라 부를 만한 이들도 상당수 탄생시키며 적지 않은 시장을 형성했다. 그런 열풍에 힘입어, 소위 ‘인문학 씬’에 … [Read more...] about 인문학은 무용했는가
인문
일 잘하는 비관주의자에 대하여
적당한 것이 가장 좋겠으나, 굳이 '낙관'과 '비관'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비관'보다는 '낙관'을 선택하려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것, 어두운 것, 암울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슬픈 것보다는 기쁜 것을 좋아하고,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기왕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가고 싶어 한다. 언뜻 보기에 비관주의와 성공 간의 거리는 멀어 보인다. 모름지기 출세하고 돈도 만지고, 명예도 얻기 위해서는 어둡고 비관적인 … [Read more...] about 일 잘하는 비관주의자에 대하여
‘오늘을 살자’는 말에 대한 착각
'오늘을 살자'는 말은 저도 좋아하는 말이고 누구나 몇 번은 들었을 법한 유행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론 좋은 말이라는 것은 옳은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은, 이 말의 반대말인 '오늘만 생각하지 말자'는 말도 좋고 옳은 말입니다. 게다가 '오늘도 생각하고 내일도 생각하는 중용을 지키자'는 말도 옳은 말입니다. 이쯤 되면 도무지 오늘을 살자는 말의 의미가 뭔지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내가 화끈하게 쏜다는 말이 유행한다고 정말 매일 화끈하게 쏘다가는 망할 수도 … [Read more...] about ‘오늘을 살자’는 말에 대한 착각
영화의 제작 과정: 매체로서의 영화
※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 저널 ACT!》에 게재된 조민석 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우리 곁의 영화'라는 주제로 연재한 강의를 옮긴 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매체로서의 영화 영화는 이제 우리 일상의 일부입니다. 기술이 변화함에 따라 누구나 매체에 관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좀처럼 손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스마트폰은 영화를 보여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촬영과 편집의 제작도구까지 제공합니다. 촬영하거나 편집한 영상은 인터넷 공간으로 손쉽게 업로드 할 수 있고, 그것을 직접 … [Read more...] about 영화의 제작 과정: 매체로서의 영화
아들러 식으로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 심리학을 한 청년과 한 철학자의 대화 속에서 소개하는 책으로,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공동집필한 것이다.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해 온 그리스 철학 연구자이며 고가 후미타케는 작가라고 한다. 이 책에는 나오는 이야기들은 매우 공감가는 이야기였지만 나로서는 비약이 느껴지는 곳도 종종 있었다. 나는 때로 책읽기를 중단하고 그것을 다시 재구성해야만 했다. 이제 그것을 여기에 써두기로 한다. 이것은 과학이 … [Read more...] about 아들러 식으로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
전문번역자에게 필요한 덕목: 원본을 향한 덕심
번역자의 덕심: 끝을 보자! 번역자의 덕심이란 무릇, 원본에 더 가까이 가려는 사랑을 일컫는 별칭이다. 잉여처럼 보이든 말든 끝까지 가 보고야 마는 고리타분한 성실함이야말로 우리 번역자들이 글을 쓸 때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우리가 고래잡이에 관한 글을 한 편 쓴다고 가정하자. 덕심이 불순한 1단계에서 덕심이 충만한 6단계까지 분류해 보았다. 1단계: 카페베네에 감. 주문하신 카라멜마끼아또 나오시면, 네이버 검색창에 '고래잡이' 입력 2단계: 도서관에 가서 고래잡이에 관한 자료 … [Read more...] about 전문번역자에게 필요한 덕목: 원본을 향한 덕심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심리: 시나리오 장애
살면서 부딪히는 심리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서적 장애와 인지적 장애이다. 둘은 많은 경우에 함께 일어나고 때론 각각 일어난다. 정서적 장애: 주로 관계나 상황에서 '감정, 정서적으로 온 충격'이 심리(혹은 뇌)에 상흔을 남겨 그 사건이나 상황 후에도 계속 내부에서 영향을 주는 것이다. '감정 장애'라 할 수 있다. 즉 과거에 경험한 불쾌한 일이나 슬펐거나 충격적인 일이 남긴 감정적 충격이 그 후에 계속 뇌리에 남아 일상에서 문득문득 재경험되며 부정적 영향을 주는 … [Read more...] about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심리: 시나리오 장애
이민자들이 과학 분야에 뛰어난 성적을 보이는 이유
※ NPR의 「Why Immigrants Do Better At Science And Math」를 번역한 글입니다. 17세의 인도 소녀인 인드라니 다스(Indrani Das)는 미국에서 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가장 큰 과학경진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리제너론 과학경진대회(Regeneron Science Talent Search)로 이름이 바뀐 인텔 과학경진대회에서 다스는 뇌 부상 및 뉴런 손상에 대한 연구로 우승해 상금으로 25만 달러(약 3억 원)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이미 … [Read more...] about 이민자들이 과학 분야에 뛰어난 성적을 보이는 이유
명백한 거짓을 믿게 되는 이유
※ The New York Times의 「Why We Believe Obvious Untruths」를 번역한 글입니다. 명백한 거짓을 믿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왜 이렇게 많은 걸까요? 투표권 없는 사람이 대거 투표했다는 부정 선거 의혹부터 기후 변화는 날조라는 주장, 왜곡된 범죄율 수치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수많은 거짓을 퍼뜨리는데, 정작 많은 사람이 이를 사실이라고 곧이곧대로 믿어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이러한 집단적 망상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며, 정치적으로 … [Read more...] about 명백한 거짓을 믿게 되는 이유
책을 쓰고 싶은 예비 작가가 꼭 알아야 할 기초
책 한 권을 어떻게 쓰죠? 분량이 너무 많은데… 누군가 책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박에 이리 대답한다. “원고지 1,000장이다.” 책 작업할 때마다 출판사는 대체로 원고지 1,000매 분량의 원고를 요구한다. 그 정도면 편집했을 때 300쪽 정도의 단행본이 나온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500쪽, 심지어 1,000쪽이 넘어가는 책도 있지만 서점에서 이런저런 책을 들춰 확인해보면 단행본 상당수가 300쪽 내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왜 원고지 1,000장이 됐는지 이유는 잘 … [Read more...] about 책을 쓰고 싶은 예비 작가가 꼭 알아야 할 기초